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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정 작가 “작품 하는 건 내게 치유의 일”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삼청-천안서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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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19.01.16 17:24:06

엄태정, ‘고요한 벽체와 나(Serene Wall and I)’. 알루미늄, 스틸, 300 x 300 x 200(h)cm. 2018.(사진=아라리오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삼청과 천안은 1월 22일 엄태정 작가의 개인전 ‘두 개의 날개와 낯선 자’를 연다. 전시는 서울 삼청점에서 2월 24일까지, 천안점에서 5월 12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아라리오갤러리는 2017~2018년 제작된 대규모 알루미늄 신작들뿐 아니라 지난 50여 년 동안 추상 조각가로서 작가가 천착해 온 다양한 금속 조각, 그리고 평면까지 40여 점을 선별해 소개한다.

엄태정 작가는 서울대학교 재학 중이던 1960년대 초반 철의 물질성에 매료된 이후 지금까지도 금속 조각을 고수하며 재료와 물질을 탐구해오고 있다. 작가는 1967년 철 조각 ‘절규’로 국전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고, 1970년대에는 재료 내외부의 상반된 색과 질감을 두드러지게 보여주는 구리 조각들을 발표했다.

1980~90년대에는 ‘천지인’ 연작과 같이 수직 구조가 강화된 구리 조각들의 추상적 형태 안에 하늘과 땅과 인간과 같은 동양 사상을, 1990년대 ‘청동-기-시대’ 연작에는 우리나라 전통 목가구나 대들보 등의 형상들을 반영했다. 2000년대부터 작가는 알루미늄 판과 철 프레임을 주재료로 조형성에 더욱 집중한 작품들을 발표했는데, 수직과 수평, 면과 선의 조형성과 은빛과 검정의 색채 조화를 통해 음과 양, 시간과 공간 등 서로 다른 요소들 간의 공존과 어울림을 이야기했다.

 

엄태정, ‘기-69-1(Energy 69) No.1’. 스틸, 105 x 200 x 135(h)cm. 1969.(사진=아라리오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는 50여 년을 아우르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조망하기 위해 천안에 조각 작품들을, 서울 삼청에 평면 작품들을 중점적으로 나눠 배치하고, 이들 간의 긴밀한 관계성을 조명한다. 먼저 천안 4층 전시장에서는 ‘기-69-1’(1969), ‘청동-기-시대’(1997) 연작과 같이 철과 구리 등을 이용해 1969년부터 2010년 사이 제작된 주요 작품들이 전시되며, 3층 전시장에서는 작가가 2000년대 이후 천착해온, 알루미늄 대형 신작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고요한 벽체와 나’(2018)는 정갈하게 연마된 알루미늄 패널의 은빛 면, 사각 철 기둥의 검정색 선, 즉 서로 다른 것들이 결합된 구조를 통해 타자와 내가 공존하는 시공간을 이야기한다.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신작 ‘두 개의 날개와 낯선 자’(2018)는 서 있는 두 장의 대칭된 알루미늄 패널을 검은 선형 철 파이프가 붙들고 있는 작품으로, 이 역시 소외된 낯선 자를 포용하고자 하는 그의 철학을 보여준다. 그 외 ‘어느 평화로운 공간’(2018), ‘엄숙한 장소’(2018)까지, 주변과 소통하는 엄태정의 조각들은 관람객들을 작가가 마련해놓은 시공간 속으로 끌어들이며 새로운 우주를 만들어낸다.

서울 삼청에서는 작가가 2000년대부터 꾸준히 지속해 온 평면 작품들이 전시된다. 잉크 페인팅 ‘틈’(2000-2004) 흰 종이 위에 잉크 펜을 이용해 무수히 선을 수행적으로 반복해 그려 완성됐다. 또한 지하 전시장에서는 ‘천·지·인’(2018), ‘무한주-만다라’(2018), ‘하늘도 둥글고, 땅도 둥글고, 사람도 둥글고’(2018)와 같은 색 띠 평면 신작들을 만날 수 있다.

무수한 잉크 선들을 겹겹이 쌓고, 1cm간격으로 색 띠들을 교차시키고, 또 칠 한 작품에 대해 작가는 “내게 작품을 하는 일은 곧 치유의 일”이라고 말한다. 아라리오갤러리 측은 “상호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여러 작품들을 바라보며, 관람객들은 재료의 물성과 조형적 질서 너머 작가가 부단히 추구했던, 자신의 치유에 대한 염원과 통합에 대한 이상을 확인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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