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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미술 ②] 브라질 젊은 예술가들의 목소리 "지금은 인류세"

일민미술관, ‘디어아마존: 인류세 2019’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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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40호 김금영⁄ 2019.06.07 10:50:31

플라스틱 폐기물 대란, 미세먼지 등 오늘날 환경문제는 전 지구적 차원의 이슈다. 예술계 또한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전시의 주제로 끌어오고 있다. 아트선재센터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 속 다양한 관계에 대한 확장적인 생각을 포괄하는 ‘색맹의 섬’전, 일민미술관은 전 지구적 맥락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인류세의 문제를 다루는 ‘디어 아마존: 인류세 2019’전을 선보이고 있다.

 

‘디어아마존: 인류세 2019’전이 열리고 있는 1층 전시장.(사진=김금영 기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지금은 인류세다.”

 

‘인간이 지배하는 지질시대’를 뜻하는 인류세. 이 용어는 2000년 네덜란드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에 의해 등장했다. 그는 온실가스 배출, 산림벌채, 핵실험 등 자연 환경을 변화시킨 인류의 흔적이 남겨진 시대를 인류세라 짚으며 환경 문제에 대한 염려의 뜻을 밝혔다.

 

이번 전시는 ‘인간이 지배하는 지질시대’를 뜻하는 인류세를 지역적 문제가 아닌 전지구적 거대 담론으로서 접근한다.(사진=김금영 기자)

인류세의 개념이 대중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시점은 기후 변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플라스틱, 알루미늄, 콘크리트 등 새로운 물질이 쌓인 인류세의 퇴적물 단면을 시각화한 논문들이 2016년 ‘사이언즈’지에 발표되면서부터다. 자연과학을 비롯해 도시사회학, 과학기술연구, 인문학 그리고 예술 분야까지 모든 학계에서 인류세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이번 전시도 “우리는 인류세에 살고 있다”는 큰 토대 아래 이뤄진다.

조주현 일민미술관 학예실장은 “플라스틱 대란 등 오늘날 인류는 스스로 만들어낸 문제 가운데 살아가고 있다. 이 가운데 인류세에 대한 담론도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며 “인간이 스스로 만든 이 시대의 곤경을 인간의 힘으로 또다시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 인간의 오만함의 반복을 비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나타스 지 안드라지, ‘노스텔지아, 어 클래스 센티멘트(Nostalgia, a class sentimen)’. 브라질이 당면한 도시, 환경, 역사와 같은 지역 특정적인 내용을 다룬다.(사진=김금영 기자)

인류세 주제는 기존에 서구를 중심으로 많이 다뤄져 왔다. 이번 전시에 브라질 젊은 세대 작가들이 참여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조 학예실장은 “자료 조사를 위해 브라질에 갔을 때 브라질 예술가들이 인류세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작업으로 이어 온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구와 비교해 우리나라엔 인류세 담론이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 동양의 전통 사상 자체가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강조하고, 천연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점도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아마존을 비롯해 천연자원이 풍부한 브라질 지역은 자연 개발과 공존의 문제에 바로 직면해 있었기에 인류세 문제를 첨예하게 다뤄왔다”고 분석했다.

 

조나타스 지 안드라지, ‘더 피쉬(The fish)’. 구축과 파괴를 반복하는 헤시피 지역의 도시화 과정에 주목하는 작업을 선보인다.(사진=김금영 기자)

하지만 그렇다고 이번 전시가 브라질이라는 지역에 한정돼 인류세를 논하는 건 아니다. 조 학예실장은 “이번 전시는 인류세를 지역적 문제가 아닌 전지구적 거대 담론으로서 접근한다. 단순하게 환경의 문제만 다루지 않고, 인류세에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진지한 고찰을 한다”며 “또한 인류세에서 말하는 생태는 자연뿐 아니라 인간관계까지 둘러싼 사회 시스템까지 포함한다. 우리가 현재 어느 시대에 살고 있고, 왜 우리가 이런 곤경에 처했고,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전망을 공유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11명의 브라질 동시대 예술가들의 작업을 선보이는 ‘디어 아마존’ ▲8팀의 한국 아티스트와 디자이너, 문학인, 애니메이션 감독, 환경운동가, 가드닝 스튜디오 등이 일민미술관 3층 프로젝트룸에서 진행하는 ‘라운지 프로젝트’ ▲인류세를 주제로 한 브라질 비디오 작품 9편을 선보이는 스크리닝 프로그램 ‘비데오브라질 히스토리 컬렉션’까지 세 가지 파트로 구성된다.

 

쓰레기가 끊임없이 던져지는 모습이 담긴 영상.(사진=김금영 기자)

 

우리는 현재 어느 시대에 살고 있고
미래는 어떤 시대가 될 것인가?

 

루카스 밤보지, ‘멀티튜드(Multitude)’. 브라질 대도시의 정치적 생태계 속에서 소외된 계층의 이야기에 주목하며 예술가로서의 사회 참여적 역할을 수행한다.(사진=김금영 기자)

‘디어 아마존’은 본질적으로 인간과 생태계의 공존을 탐구하는 큰 주제 아래 구성됐다. 스티로폼, 비닐 등을 재료로 레이저 빔, 네온 LED 조명, 그래피티, 게임, 사운드 등 팝적인 요소를 이용해 현 시대의 상황과 미래적 전망을 연출한다.

예컨대 조나타스 지 안드라지는 구축과 파괴를 반복하는 헤시피 지역의 도시화 과정에 주목하며 자신이 브라질에 살며 겪어 온 환경에 대한 밀도 있는 연구를 기반으로 한 작품을 보여준다.

 

‘라운지 프로젝트’는 여러 환경 문제 중에서도 특히 날씨와 환경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인류세를 주제로 작업하는 브라질 작가들과 한국 관객들 사이의 대화를 유도하는 공간이다.(사진=김금영 기자)

앞선 작업이 현재에 집중했다면 주앙 제제는 현재가 초래할 미래를 미리 다감각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소비사회에서 쉽게 버려지고 유통되는 물품들로 ‘미래의 유물’을 만드는 것. 그 모습은 첨단 기술을 입은 화려한 형태가 아니라 초라하고 볼품없어 현재 우리가 어떤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이내 이 고민들은 인간 중심적 세계관으로 만들어진 고정관념을 해체하기에 이른다. 줄리아나 세퀴에라 레이체는 환경에 대한 인간의 인식이 극적으로 변하는 순간과 그 신체적 실존을 연결해 스스로를 위치 짓고 자리매김하는 방법을 탐구한다.

 

환경운동가이자 시인인 김한민과 디자이너 김희애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포스터 20장을 제작해 선보인다.(사진=김금영 기자)

‘라운지 프로젝트’는 여러 환경 문제 중에서도 특히 날씨와 환경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인류세를 주제로 작업하는 브라질 작가들과 한국 관객들 사이의 대화를 유도한다.

 

환경운동가이자 시인인 김한민과 디자이너 김희애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포스터 20장을 제작해 선보이고, 송민정과 위지영의 작업은 최근 한국에서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와 날씨를 주제로 진행되는 팟캐스트를 표방한다. 외국에 사는 아티스트 15명에게 날씨와 기분에 대해 질문하고, 그것을 주변 환경음과 뒤섞어 보여주는 식이다.

 

송민정 x 위지영, ‘날씨 팟캐스트(A dusty, dusty day)’. 최근 한국에서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와 날씨를 주제로 진행되는 팟캐스트를 표방한다.(사진=일민미술관)

직접 미래의 자신, 가족, 친구, 지인들에게 작성하는 편지들이 아카이빙 되는 아카이빙 작업도 마련된다. 이 작업은 인류의 미래와 환경에 대한 안전하고 건강한 세계를 위한 행동을 이끌 수 있도록 사람들을 연결하고 약속을 공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둔다.

이밖에 인간과 동떨어진 지각 체계로 세상을 인식하는 문어의 몸짓을 표현한 퍼포먼스이자 요가, 명상 등 여러 단계를 지닌 워크숍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조은지의 ‘문어의 노래’, 다양한 협업자와 발효주를 함께 만드는 콜렉티브 워크숍도 진행된다.

 

조은지, ‘문어요가 퍼포먼스’. 인간과 동떨어진 지각 체계로 세상을 인식하는 문어의 몸짓을 표현한 퍼포먼스이자 요가, 명상 등 여러 단계를 지닌 워크숍 프로그램이다.(사진=일민미술관)

손혜민의 집단 발효 워크숍은 하나의 물질이 새로운 환경을 만나 기존의 물질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물질이 만들어지는 발효의 과정처럼, 발효주를 매개로 각기 서로 다른 사람이 한 공간에 모여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사회적 발효’의 지점에 주목한다.

 

가드닝 스튜디오 ‘파도식물’은 동식물의 8분의 1이 멸종에 처한 오늘날, 식물과 완전히 하나가 된 전시 공간을 연출하며 식물을 통한 관점 바꾸기를 제안하며, 사람이 난 자리에 식물이 자라는 미래를 꿈꾼다.

 

손혜민, ‘집단 발효’. 하나의 물질이 새로운 환경을 만나 기존의 물질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물질이 만들어지는 발효의 과정처럼, 발효주를 매개로 각기 서로 다른 사람이 한 공간에 모여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사회적 발효’의 지점에 주목한다.(사진=일민미술관)

조 학예실장은 “이번 전시는 환경 이슈들이 동떨어진 분야로 느껴지지 않게 마치 대화를 이어가듯 친밀하게 구성했다. 진공청소기 위에 식물을 올려놓는 등 식물이 인간과 같이 작품을 관람하는 적극적인 주체로 작용한다”며 “근대 과학 기술 발달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진 50~60년대부터 이미 SF문학이나 영화, 애니메이션 등 예술 분야에서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가 인간의 상상력을 통해 제시돼 왔다. 길지 않은 시간 안에 실제로 과학기술 발달에 의해 일부분이 실현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로 인한 환경의 위기 또한 초래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간 우리는 환경 문제를 논할 때 동정 또는 분노를 대중에게 호소하는 부분에 많이 치우쳐 있었다. 이것이 오히려 중요한 환경 이슈를 고루한 것으로 바꿔놓은 것은 아닌지 고찰해야 할 시점이다. 미래적 전망을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통해 살피고 궁극적인 실천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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