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아트 갤러리는 커다란 눈을 가진 소녀 이미지를 ‘아이돌’(Eyedoll)이라 명명하고 다양하게 확장해 나가는 마리킴 작가의 전시를 5월 31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4년 만에 열리는 작가의 개인전이다.
마리킴은 호주 멜버른 공대에서 멀티미디어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원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해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컴퓨터에 의해 가공된 이미지가 갖는 무한한 복제와 자유로운 변형이 가능하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작가 개인이 창조한 캐릭터를 다각도로 탐구해 재생산하는 작업으로 알려졌다. 그런 작가가 이번 전시를 위해 일률적으로 선보이던 아이돌 캐릭터를 세계적인 명화와 불화에 오마주해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본 전시는 두 가지의 테마를 지녔다. 첫 번째는 지난해 LA에서 처음 발표한 ‘마스터피스’ 시리즈의 연장선으로, 세계적인 명화에 작가만의 미(美)를 접목시키는 작업을 선보인다. 산드로 보티첼리의 ‘이상적 여인의 초상’,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흰 단비를 안은 여인’,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물 뿌리개를 든 소녀’ 등 서양 명화 15여 점을 전체적으로 오마주했다. 가나아트 측은 “작가는 이번 시도를 통해 아이돌 캐릭터가 지닌 고유의 분위기를 명화에 그대로 녹여냈다”며 “원작에 내재된 아우라에 마리킴의 상상력과 현대기술이 융합해 새롭게 탄생됐다”고 밝혔다.
두 번째 테마는 고려 불화를 오마주한 작업이다. 작가는 “서양 명화 오마주 작업을 국내 명화에 대입하고자 찾던 중 고려 불화는 명품 중에 명품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에서는 보기 어럽다는 점에서 재조명하고자 몰입했다”고 작업 계기를 밝혔다. 오마주한 작품들 중 특히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가 많이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도 물방울 모양의 커다란 광배 속에 서있는 ‘수월관음도’를 오마주한 작품이 눈길을 끈다. 이 작품은 현재 일본 도교 센소지에서 소장하고 있다. 가나아트 측은 “숭고하고 심오한 불교의 교리를 예술적으로 승화한 고려 불화에 작가의 미학을 더해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지난해 LA에서 발표한 서양의 명화를 오마주한 작업에서 더 나아가 동양의 불화를 오마주한 신작이 공개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작가는 “명화 오마주를 하면서 현대적이고 만화적인 것이 명화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편견, 그리고 미술 작품은 하나만 있어야 한다는 편견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또 양자학, 과학에 관심이 많아 현대적인 것들에 대해 공부를 하다가 불교가 매우 선진적인 종교였다는 것을 느꼈다. 과학을 통해 불교와 이어지는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하며 이번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명화 시리즈를 하며 남의 그림을 갖다 써도 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나의 경우 작품 속에 작가의 서명까지 있는 그대로 그려 넣는 것으로 그의 작품임을 표현하는 것이 오마주라 생각한다”며 “어떤 사람들은 명화를 훼손했다 여겨 나의 작품을 싫어할 수 있지만, 그런 의겯노 하나의 아이디어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원작자가 살아 있다면 작품들을 보고 훼손했다 할지 어떨지 그 반응이 궁금하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가나아트 측은 “작가는 보편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고유의 질문과 현대 기술복제에 의해 제기되는 예술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이번 전시를 통해 답하고자 했다”며 “본 전시는 여러 방식으로 새로운 예술을 창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거침없이 시도하는 작가가 명화라는 매개체로 더 발전한 범위 확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