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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정 평론가의 더 갤러리 (77) 유나얼 개인전 ‘Whom Say Ye That I Am?’] “첫번 실패해도 두번째는 맞춰야 하는 진리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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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09호 이문정 미술평론가, 연구소 리포에틱 대표⁄ 2021.10.14 09:56:54

(문화경제 = 이문정 미술평론가, 연구소 리포에틱 대표)

유나얼 작가와의 대화

- 올해 전시 소식을 자주 전하고 있다. 연초에는 사진전 ‘Reaction To Light’(2021), 여름에는 ‘나얼의 음악세계(NAMMSE): Music Industry’(2021)를 열었고, 기획전 ‘소울: 세븐 앵글스(SOUL: seven angles, 2021)’에도 참여했다. 이번에는 오래된 집과 스페이스 캔 전관에서 개인전 ‘유나얼: Whom Say Ye That I Am?’을 열고 있다. 개인적으로 오래된 집과 유나얼의 작업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와 관련해 주제나 형식적인 면에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번 전시도 복음을 전하기 위한 작품들로 채워졌고, 작년 스페이스엑스엑스(space xx)에서의 개인전이 그랬듯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우선 ‘오래된 집’에 주목해 베들레헴(Bethlehem)의 마구간 같은 설치인 ‘Bread Of Bethlehem’(2021)을 만들었다. 베들레헴은 빵집이란 뜻이니 결과적으로 ‘오래된 빵집’이 된 것이다. 가브리엘 천사는 베들레헴의 말 구유에 누워있는 아기가 구원자의 표적이라 했다(누가복음 2:12 KJV). 말의 먹이를 주는 구유에 눕혀진 이유는 예수님이 생명의 빵이고 인간은 예수님의 말씀을 먹지 않으면 진정한 인간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구유 대신 사료 그릇에 데이스프링(dayspring)이라고 각인된 빵을 넣어두었다. 빵은 총 888개를 제작했고, 정해진 시간에 나눠주고 있다.
 

‘유나얼: Whom Say Ye That I Am?’ 스페이스 캔 전시 전경 ⓒ캔파운데이션
‘유나얼: Whom Say Ye That I Am?’ 오래된 집 전시 전경 ⓒ캔파운데이션
‘유나얼: Whom Say Ye That I Am?’ 오래된 집 전시 전경 ⓒ캔파운데이션

- 벽에 걸린 ‘Bread & Word’(2021)도 연결되는 성경 구절을 적어놓은 것 같다.

맞다. 마태복음 4장 4절인 “그분께서 응답하여 이르시되, 기록된바, 사람이 빵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 하였느니라, 하시더라(KJV)”이다. 인간은 하나님의 말씀을 먹어야 산다.

- 새로운 설치 작업인 ‘시력퇴행’(2021)이 소개되었다. 작품에 대한 설명에서 ‘안목의 정욕은 시감각이 다른 감각들보다 세속적임을 보여준다’고 했다. 관련된 이야기를 조금 더 듣고 싶다.

성경에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 인생의 자랑’이란 말이 나온다(요한일서 2:16 KJV). 이는 세속적인 인간의 세계에 속한 것이다. 나는 ‘안목의 정욕’을 인간의 시감각과 연결했다. 나이가 들수록 시력이 퇴행하듯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다. 빈티지 가게에서 구입한 시력검사판에 백미러와 작은 오브제들을 붙여 완성했다.
 

유나얼, ‘Fragile 1’, 45 x 44cm, Acrylic, Conte, Spray Paint, Mixed Media, Collage On Parcel Box, 2021 ⓒ유나얼 작가
유나얼, ‘Fragile 2’(Print Edition), 135 x 135cm, Digital Collage On Paper, 2021 ⓒ유나얼 작가

- 이번에도 네온으로 전시 제목을 제작했다. 앞으로도 전시 때마다 전시 제목 혹은 주제와 관련된 문장을 네온으로 만들 예정인가?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직접 로고를 디자인했는데, 네온으로 만들어 오래된 집 공간에 놓으면 시각적으로 재미있을 것 같았다. 네온은 내가 아날로그와 연결된다고 생각하는 매체이다.

- ‘Fragile’ 시리즈(2021)를 보면 이전보다 이미지 중첩이 많은 것 같다. 밀집도가 더 높아졌다고 할 수도 있을 텐데 회화적이고 표현적인 느낌이 강해졌다. 또 형광 분홍색이 돋보인다.

의식적으로 이미지를 많이 겹치려 한 것은 아닌데, 드로잉과 콜라주의 결합을 더 발전시킨 것이라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작품이 담긴 액자는 내가 디자인해서 제작한 것이다. 작품 ‘Blue Boy’(2020)에서 처음 시도했었다. 분홍색의 경우, 내가 형광색을 좋아하는데 형광 분홍색만 사진에 왜곡 없이 잘 담긴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색은 울트라마린(ultramarine)이다. 한편 ‘Duplicity’ 시리즈도 작품이 담긴 액자가 중요한데, 오래된 액자를 먼저 구하고 거기에 맞는 드로잉을 넣었다. 2016년부터 이런 방식의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Duplicity’는 액자를 샀을 당시 그 안에 원래 들어있던 그림 위에 나의 작품을 겹쳐놓아 물리적으로도 이중성을 갖는다. ‘Duplicity 1’(2021)의 경우 액자에 담긴 종이에 드가(Edgar Degas)의 발레리나 그림에 관해 일본어로 적힌 글이 있어 그 위에 발레를 하는 인물상을 그린 드로잉을 올려놓았다. ‘글로리아(Gloria)’ 뮤직비디오에 등장했던 마야(Maya)의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된 사진을 보고 그렸다. 이 드로잉을 확대해 디지털 콜라주로 제작한 ‘Body & Soul 2’(2021)도 있는데 스페이스 캔 2층에 걸려 있다. 이 작품은 ‘소울: 세븐 앵글스’에도 전시되었었다.
 

유나얼, ‘Fragile 3’, 45 x 44cm, Pencil, Acrylic, Mixed Media, Collage On Parcel Box, 2021 ⓒ유나얼 작가

- 모든 작품이 다 소중하겠지만, 이번 전시의 출품작 중에서 사람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한다.

사람들이 한 작품에만 집중하길 원하지 않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완성하는 데에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린 작품은 ‘Fragile Yves 2’(2021)이다. 제목의 ‘Yves’는 여러 의미인데, 우선 아담(Adam)과 이브(Eve)와 연결된다. 아담과 이브는 죄를 짓자마자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앞치마를 만들어 입었다. 그런데 하나님이 그들에게 가죽옷을 만들어 입히셨다. 아담과 이브가 만든 앞치마는 인간의 방법으로 인간의 죄를 해결하려는 행위, 즉 인간이 만든 종교를 상징한다. 하나님의 가죽옷은 동물을 통한 대신 속죄이다. 이런 의미를 담은 ‘Atonement (2021)’에서 내가 입던 가죽 재킷을 걸어놓았다. 인간의 죄를 상징하기 위해 일부러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의 가죽옷을 골랐다. 그리고 ‘Fragile Yves’ 시리즈에서 이브 생 로랑 컬렉션의 모델을 드로잉했다. 발음이 같아 ‘Eve’와 ‘Yves’의 어원을 찾아보니 주목(朱木)이었다. 선악과와 연결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Yves’는 프랑스에서 많이 쓰이는 남성 이름이다. 신기해서 프랑스에서 많이 쓰이는 여성 이름인 ‘Yvonne’를 찾아보니 역시 어원이 같았다.

- ‘Names & Titles Of Jesus Christ’(2021)의 경우 이전의 성경 드로잉과 분위기가 다르다.

성경에 나오는 예수님의 이름과 칭호들을 알파벳 순으로 정리한 뒤 12개를 골라 드로잉했다. 이 작품 앞에 책상이 있고 그 위에 ‘진리 탐구 영역’이라고 적힌 시험지 같은 것이 올려져 있는데, 인생에서 중요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것이다. 마치 학생들이 시험문제를 푸는 것 같은 콘셉트라 거기에 맞춰 영어 노트에 영어 쓰기 연습하듯 그렸다.
 

유나얼, ‘Fragile Yves 2’, 105.5 x 75cm, Acrylic, Oil Pastel, Color Pen, Conte, Spray Paint, Mixed Media On Paper, 2021 ⓒ유나얼 작가

- ‘진리 탐구 영역’(2021)의 첫 페이지에 두 개의 문제가 있다. 문제는 ‘아래 도판을 보고 맞는 답을 모두 고르시오’로 동일하다. 그런데 1번에 작가의 얼굴 사진이 있고 2번에는 ‘Jesus Christ’가 적인 이미지가 있다.

두 문제 모두 시험을 보는 사람들에게 ‘나를 누구라고 하는가?’라고 질문하고 있다. 마태복음 16장 15절을 보면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KJV)”라고 묻는다. 1번 문제는 답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그러나 2번 문제는 반드시 정답을 알아야 한다. 인간은 죽기 전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해야 한다.

- 첫 번째 문항에 본인에 관한 질문을 넣은 이유는 무엇인가?

두 개의 문제가 있고 첫 문제에 나에 관한 질문을 넣은 것은 성경에 나오는 패턴을 따른 것이다. 가인(Cain)과 아벨(Abel), 에서(Esau)와 야곱(Jacob), 레아(Leah)와 라헬(Rachel), 첫째와 둘째, 형과 아우 이런 식으로. 첫 번째는 인간의 노력이나 계획을 뜻하고 두 번째는 하나님의 계획을 뜻한다. 이것은 구약과 신약, 율법과 은혜, 유대인과 교회이기도 하다. 첫 번째 사람으로 왔던 아담은 실패했고 두 번째 사람으로 온 예수님은 성공했다. 그래서 나에 대한 질문을 첫 번째로 놓았고, 두 번째가 예수님이 된 것이다. 시험지의 뒷면을 보면 그와 관련된 성경 구절인 고린도서 15장 22절, 15장 45절 등이 검정 박스 안에 들어가 있다. 그러나 이런 세세한 것을 다 알지 못해도 괜찮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믿고 구원받는 것이다.
 

‘Atonement’, Mixed Media, 2021 ⓒ유나얼 작가

- 유나얼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방금 답한 “사람들이 예수님을 믿고 구원받는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미술 작품이기도 하다. 해가 지날수록 종교적인 메시지가 더 강해지는 것 같다.

‘진리 탐구 영역’은 전도지를 염두에 두고 작업했기 때문에 더 직접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전시란 무엇보다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니 당연히 시각적인 부분도 중요하다. 아마 관객마다 전혀 다른 감상을 할 것 같다. 사실 나는 나의 작업이 성경을 전하는 하나의 매개체 혹은 수단이라 생각한다. 매개체가 훌륭해야 작품을 보고 사람들이 구원을 향할 수 있다. 작품이 아무리 훌륭해도 그와 같은 역할을 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직설적 메시지와 조형적 완전함”
김성희 캔 파운데이션 이사와의 대화


- 작가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전시장과 레지던시 등을 운영하고 있는 캔 파운데이션의 오래된 집과 스페이스 캔에서 개인전을 열게 되었다는 것은 작가에게도 남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이사님께서 유나얼의 전시를 기획하시게 된 계기와 이번 전시에서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신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파라다이스 집(Paradise ZIP)’에서 열렸던 ‘유나얼.ZIP-for thy pleasure’(2017)에서 가수가 아닌 시각 예술가로서 유나얼 작가가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번에 캔파운데이션에서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번 전시는 인간이면 누구나 생각하는 존재의 정체성을 되짚어 보게 한다. 특히 절대신 앞에서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다양한 매체와 오브제의 완벽한 조합을 통해 역설적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유나얼은 콜라주 기법과 컴퓨터를 이용한 이미지 재조합을 통해 주제를 명확히 전달하고 있다. 성경 말씀의 형상화 작업을 해온 유나얼의 작업은 메시지가 매우 직설적이지만, 그것을 담아내는 다양한 오브제들이 조형적으로 완전함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신실함을 더 드러내고 있다.

- 작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아직 대중에게는 작가 유나얼보다 가수 나얼이 더 익숙한 것 같다. 이사님께서 생각하시는 작가 유나얼의 매력이나 차별성이 무엇인지 듣고 싶다.

이미 많은 현대 작가들이 인간의 한계, 삶과 죽음의 주제를 다루어 왔다. 대부분 죽음의 두려움에 초점을 맞춰왔으며, 이렇게 시작된 수많은 철학적 질문은 언제나 허무하거나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작가 유나얼의 작업은 인간이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식과 답을 성경을 통해 한결같이 제시하고 있다는 점, 이에 대해 간결하지만 강렬한 지점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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