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4년 5개월 만에 최악의 검은 월요일을 맞았다. 미국발 경기 침체 공포와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시장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은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 호가 일시효력정지)와 일시적으로 거래가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번갈아 발동됐고 투자자들의 ‘패닉셀링(공황매도)’이 이어졌다.
국내 증시의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2020년 3월 19일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발동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당시에도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서킷브레이커가 동시 발동됐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들은 단 12개를 제외하고 모조리 하락 마감하며, 코스피 지수는 9% 가까이, 코스닥 지수는 11% 넘게 하락했다.
코스피 지수는 이날 전장 대비 234.64포인트(8.77%) 하락한 2,441.55에 마감하며, 역대 최대 하락 폭(종가 기준 2020년 3월 19일 133.56포인트 하락)을 경신했다. 하락률로는 2008년 10월 24일(-10.57%) 이후 16년 만에 최대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957개의 98%에 달하는 924개 종목이 하락 마감했다. 21개사가 이미 거래 정지 상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가증권시장 전체에서 단 12개사만 제외하고 모든 상장사 주가가 하락한 것이다.
시가총액 1, 2위 기업들도 나란히 급락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한때 7만원 선까지 위협받으며 전 거래일 대비 10.3% 내린 7만1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하루 삼성전자 거래대금은 약 4조 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 역시 하루 만에 9.87% 하락하며 15만6100원으로 내리며 연초 이후 주가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올해 2월 21일(장중 최저가 14만7100원)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을 기록했다.
이날 코스닥지수도 전장 대비 88.05포인트(11.3%) 하락한 691.28에 마감했다.
이 같은 국내 증시 급락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부터 발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했으나 고용지표가 부정적으로 나오면서 경기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준은 다음달 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시점이 늦은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특히 지난 2일 발표된 미국의 7월 고용보고서에서 실업률이 4.3%를 기록하며 3년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며 고용지표 부진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의 7월 구매자관리지수(PMI)도 46.8를 기록,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인 48.8에 못 미친 결과치가 발표됐다. 특히 PMI 하위 지수인 고용지수가 43.4로 전월 대비 5.9포인트 급락한 것으로 나타나며,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인 2020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점도 시장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이 이르면 5일(현지 시각)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이 제기되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레바논의 수도를 공습한 이스라엘이 최근 하마스 지도자를 암살하자, 이란 최고 지도자가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 보복 공격을 명령한 상태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