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영⁄ 2024.10.08 13:15:16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수장인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8일 삼성전자 3분기 잠정실적 발표 이후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이례적으로 사과 메시지를 냈다. 삼성전자 수뇌부가 실적 발표와 관련해 별도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 부회장은 지난 5월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의 ‘구원투수’로 반도체 사업 수장 자리에 앉았다.
이날 전 부회장은 “오늘 저희 삼성전자 경영진은 먼저 송구하다는 말씀을 올린다.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며 “많은 분들이 삼성의 위기를 말한다. 이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저희에게 있다”고 사과했다.
이어 “그러나 삼성은 늘 위기를 기회로 만든 도전과 혁신, 그리고 극복의 역사를 갖고 있다”며 “지금 저희가 처한 엄중한 상황도 꼭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겠다. 위기극복을 위해 저희 경영진이 앞장서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겠다. 기술과 품질은 우리의 생명이다.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삼성전자의 자존심이다. 단기적인 해결책보다는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며 “더 나아가,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 완벽한 품질 경쟁력만이 삼성전자가 재도약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또한 “미래를 보다 철저히 준비하겠다. 두려움 없이 미래를 개척하고, 한번 세운 목표는 끝까지 물고 늘어져 달성해내고야 마는 우리 고유의 열정에 다시 불을 붙이겠다”며 “가진 것을 지키려는 수성 마인드가 아닌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도전 정신으로 재무장하겠다”고 했다.
이어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도 다시 들여다보고, 고칠 것은 바로 고치겠다. 우리의 전통인 신뢰와 소통의 조직문화를 재건하겠다. 현장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면 그대로 드러내 치열하게 토론해 개선하도록 하겠다”며 “특히 투자자와 기회가 될 때마다 활발하게 소통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저희가 치열하게 도전한다면 지금의 위기는 반드시 새로운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삼성전자가 다시 한번 저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많은 응원과 격려 부탁드린다”고 끝맺음했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는 올 3분기 매출 79조 원, 영업이익 9조 1000억 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 2분기 대비 매출은 6.66% 올랐지만, 영업이익은 12.84% 하락한 수치다. 이달 말 내놓는 확정 실적에 앞서 발표하는 잠정 실적은 전체 매출, 영업이익만 공개하고 반도체, 스마트폰, TV·가전 등 사업 부문별 실적은 밝히지 않는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을 매출 80조 9002억 원, 영업이익 10조 7717억 원으로 전망했는데, 이보다 약 15% 하회했다. 이번 실적 흐름은 반도체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결과로 보인다. 또한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사업의 적자가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전날 일각에서 파운드리와 시스템 LSI 사업에 대한 분사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분사에 관심이 없다”고 일축했다.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상대적으로 부진을 겪고 있는 두 사업 부문 관련 분사설에 대해 이 회장이 공식적으로 의견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주목받았다.
이 회장은 앞서 2019년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내놓으며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만 2030년까지 133조 원을 투자해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2021년엔 기존 계획에 38조 원을 더해 총 171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