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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못 볼 귀한 전시 ‘새 나라 새 미술: 조선 전기 미술 대전’, 용산 개관 20주년 국립중앙박물관의 야심 찬 기획

691건 중 최초 공개 23건, 국보 16건·보물 63건… 조선 전기 변화와 혁신의 시대상을 도자, 서화, 불교미술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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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안용호⁄ 2025.06.10 21:09:02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전시 제목부터 파격적이다. ‘새 나라 새 미술: 조선 전기 미술 대전’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 개관 20주년을 맞아 여는 특별전이다. 전시 제목은 조선 전기의 새로움 뿐만 아니라 국립중앙박물관의 참신한 시도를 드러낸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프랑스 등 국내외 72개 기관에서 가져온 691건의 작품 중 국보가 16건, 보물이 63건이나 된다. 국내 처음 공개되는 작품도 23건에 달한다.

입구의 거대한 포스트 위 글자 ‘새’는 조선이라는 새 나라에서 펼쳐진 새로운 미술에 관한 이야기라는 전시 주제를 나타낸다. 글자 주변의 흰색 사각형, 먹색 직선, 금색 원은 전시의 주요 이야기를 구성하는 도자, 서화, 불교미술을 상징하는 색상과 도형이다.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이번 전시는 프롤로그 조선의 새벽, 새로운 나라로/ 1부 백百, 조선의 꿈을 빚다/ 2부 묵墨, 인문으로 세상을 물들이다/ 금金, 변치 않는 기도를 담다/ 에필로그 조선의 빛 훈민정음으로 구성된다. 백·묵·금의 세 가지 색이 각 작품에 따라 펼치는 변주를 살펴보는 것도 이번 전시의 묘미이다. 전시 기간이 지나면 다시 못 볼 작품들이라 눈이 두 번 세 번 간다.

그동안 조선 후기 미술과 비교하면 조선 전기 미술의 면모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조선 후기에 비해 현존 작품 수가 적으며, 주요 작품 중 다수가 국외에 있어 접하기 어려운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러나 이 시기 미술에서는 새 나라의 건설이라는 커다란 변화 속에서 주목할 만한 혁신과 변화가 있었고, 이때 형성된 특징과 미감은 한국 문화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 현재 우리에게 이어지고 있다.

 분청사기 조화 박지 연꽃 물고기무늬 편병. 사진=국립중앙박물관

 

백자 천지현황명발.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조선이 건국된 1396년부터 약 200년의 시기에 해당하는 조선 전기의 미술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전시실로 들어오면 이제 새로운 나라가 시작된다. 먼저 조선 전기 도자의 여정을 만난다. 조선이 개국했다고 해서 도자기가 하루아침에 달라지지는 않았다. 고려 상감청자는 굉장히 발달한 문화를 누렸지만, 고려말 사회적 혼란과 더불어 쇠퇴하기 시작한다. 상감청자의 전통을 이어 받은 것이 바로 조선의 분청사기이다. 조선은 중앙집권 체재를 확립하며 사회 산업을 재건한다. 전국 자기소, 도기소의 위치를 조사했고 이를 통해 공납 자기를 만든다. 한양 인근 경기도 광주에는 도자기 제작소인 관요가 설치되어 백자를 생산한다. 조선 전기에는 분청사기와 백자라는 두 축 외에도 아이보리색이 도는 조선 청자도 존재했다.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제1부 전시실에는 조선 전기 도자의 흰빛을 향한 여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조성되어있다. 길이 14m, 높이 3m의 벽에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도자 300여 건을 색의 변화에 따라 배치했다. 가장 왼쪽에는 분청사기가 있고 오른쪽 끝으로 순백자까지 200년의 세월을 한 벽에 담았다. 일종의 화이트 스펙트럼이다.

 

2부 전시 공간에서는 조선 전기 서화가 전시되었다. 이 시기는 먹으로 그린 수묵화가 사랑받고 유행하던 시기였다. 그래서 2부의 주제 색은 먹이다. 검은 선으로만 되어 있는 그림으로 보이지만 옛사람들은 이 먹 안에 오색이 담겼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산수화 속 구름을 보며 흰색을 떠올리고, 산을 보며 푸른색을 떠올렸다. 그 시대 사대부들의 상상력과 사유가 엿보인다.

송하보월도.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조선 전기 산수화 속에서 자연은 크게 사람은 작게 그려졌다. 몽유도원도로 유명한 안견의 화풍이다. 그리고 자연은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다. 그런데 16세기 전후로 자연은 인간의 배경으로서 역할하기 시작하며 인물의 감정이나 행위가 중심이 된다. 초상화의 제작이 적어졌지만 공신 상 같은 경우, 유교적 충忠을 기념하고 교훈으로 삼기 위해 공신 상이 제작되었다. 16세기 중반부터 사대부들은 자신들의 모임을 기념하기 위해 그림을 남기기도 했는데, 이를 계회도라고 한다.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십장생도, 작가 모름, 조선 16세기 후반.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채색화도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송하보월도’는 그동안 조사 연구로 달과 매화가 붉은 안료로 채색된 사실이 밝혀졌다. 10가지 장생물을 모아 만든 십장생도도 채색화의 일종이다. 횟대 위에 앉아 있는 매를 그린 ‘가응도’의 붉은 시치미(주인의 이름표)와 16세기 중반 이암의 강아지 그림의 색감도 인상적이다.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왼쪽부터 청곡사 청동은입사향완, 수종사 동종, 유점사 동종.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3부 전시 공간에서는 이제까지 우리가 몰랐던 조선 전기 불교미술의 매력을 만난다. 새 나라 조선은 유교적 이상 국가 건설을 목표로 설립되어 불교 미술은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왕실 사람들은 죽은 이에 대한 추모의 마음을 담아 불교 미술 조성에 여전히 참여했다. 조선 전기 불교 미술을 주도한 힘은 금이었다. 전시를 통해 만날 수 있는 금동불은 조선 전기까지 정점을 이루고 16세기 이후로는 거의 사라지게 된다.

삼장보살도(신쵸코쿠지). 사진=국립중앙박물관

15세기 말에서 16세기 말까지는 금동, 비단, 돌, 나무, 흙 등 다양한 재료가 섞여 있는 불교 회화가 제작된다. ‘감로도’는 구천을 헤매는 모든 물과 뭍의 영혼들을 달래는 의식 ‘수륙제’를 그린 것으로 위에는 불보살들이 내려오고 가운데는 제사를 위한 음식이 차려져 있다. 아래에는 기도하는 사람들, 경을 외고 악기를 연주하는 승려들과 전쟁에서 다친 사람이나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사람들과 같은 달래고자 하는 영혼들이 직관적으로 그려져 있다. 이런 그림들은 조선 전기 불교 미술의 다채로움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전시 전경. 불교 경전.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불교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경전이다. 불교 미술의 발전과 유포는 경전의 유포와 항상 함께 움직인다. 15세기 세조는 간경도감이라는 관청을 만들어 불경을 한글로 번역하고 불전을 교정해 간행하는 국가적 사업을 했다. 16세기에 들어서면서 관편 경전들은 더 이상 없지만 민간에서 전국적으로 몇백 종류가 넘는 불경이 간행되면서 각 지방 사찰이 마치 출판사와 도서관처럼 불교 경전을 많이 찍어냈다.

훈민정음 해례본.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보일 듯 말 듯 보이는 훈민정음 해례본은 전시의 마지막이다. 에필로그 ‘조선의 빛, 훈민정음에서는 훈민정음을 고새하며 전시를 마무리한다. 훈민정음은 조선 전기 수많은 문화적 창안 중에서도오늘날을 사는 우리에게 연결되는 대표적 문화유산이다. 전시된 훈민정음 해례본은 1443년 훈민정음을 만든 후 1446년 이를 해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뜻밖에도 한글이 아니라 한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국가는 이를 가지고 불교 서적을 만들거나 백성을 계몽하기 위한 유교 서적을 만들었다. 훈민정음은 우리 문화 발전의 핵심 요소로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나아가 미래로 이어진다.

인사말 하는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 관장.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은 기자간담회 인사말을 통해, 이 전시를 기획하고 준비한 김혜원 미술부장, 양수미·김영희 학예연구사에게 특별히 감사를 표했다. 김 관장은 “학예사들과 함께 연구하고 토론하면서 큐레이터의 본성이 다시 살아났다”라며 “모두 나의 동료이자 스승”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한편 국립중앙박물관은 관람객 누구나 즐기고 전시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여러 접근 방식을 마련했다.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쉬운 설명 패널이 전시실에 비치되고, 어린이용 오디오가이드 서비스가 제공된다. 전시품을 활용한 활동지와 조선 전기 추구미 아이템을 찾는 활동도 전시실에서 즐길 수 있다.

새 나라 새 미술 포스터. 이미지=국립중앙박물관

대표 작품 32점을 감상할 수 있는 하이라이트 해설이 한국어와 영어, 한국수어와 음성해설로 제공된다. 청력이나 시력에 어려움이 있는 관람객도 전시 내용을 쉽게 즐길 수 있다. 전시실에 비치된 QR 코드를 스캔하거나 특별전 모바일 리플릿 사이트(www.새나라새미술.com)에서 볼 수 있다.

전시 기간 내내 다양한 학술 행사가 마련되어 있다. 6월 20일(금)에는 전시를 기획한 학예연구사가 들려주는 <특별전의 기획과 구성> 강연이 개최될 예정이다. 7월에는 일본 소재 조선 전기 미술에 대한 국외 학자 초청 강연(7.17.), 한국미술사학회와 공동으로 주최하는 국제심포지엄 <조선 전기의 미술>(7.18.)이 열린다. 전시기간 중인 6월부터 8월까지는 국립중앙박물관 누리집을 통해 서비스되는 온라인 특강이 준비되어 있다.

이번 전시는 6월 10일부터 8월 31일까지 열려, 방학을 맞은 학생·아이들과 함께 조선 전기 문화를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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