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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현장] 롯데뮤지엄 ‘타샤 튜더’, 소소한 일상서 발견한 행복의 가치

‘스틸, 타샤 튜더: 행복의 아이콘, 타샤 튜더의 삶’전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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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25.12.31 10:47:14

전시장 초입에 설치된 거대한 시계 조형물. 사진=김금영 기자

벽난로 앞에 설치된 의자와 여러 인형, 그릇들 소품이 공간에 따뜻함을 불어넣는다. 그림 속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동물, 식물의 풍경도 훈훈하다. 마치 한 공간에 겨울에 이어 봄이 이미 찾아온 느낌도 든다.

롯데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롯데뮤지엄이 연시를 따뜻하게 여는 ‘스틸, 타샤 튜더: 행복의 아이콘, 타샤 튜더의 삶’을 선보이고 있다. 타샤 튜더(1915~2008)는 미국이 사랑하는 동화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난 그녀는 23살 첫 그림책 ‘호박 달빛’으로 데뷔 이후 ‘마더 구스’와 ‘1은 하나’로 ‘칼데콧 상’을 두 차례 수상했다. 이후 ‘타샤의 특별한 날’, ‘비밀의 화원’ 등 100여 권의 저서와 삽화를 남기며 미국의 국민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자연을 사랑한 타샤 튜더의 삶을 보여주는 미디어아트. 사진=김금영 기자

전시를 기획한 롯데뮤지엄 전시사업팀 이민지 팀장은 “그간 롯데뮤지엄은 현대미술을 주로 선보여 왔는데 올해 대중과의 호흡을 위해 다양한 변화를 거쳤다”며 “올 초 선보인 쥬얼리 아티스트 컬래버 전시를 시작으로, 최근 선보인 젊은 작가 옥승철의 감각적인 전시까지, 장르와 작가의 범위를 다양화하는 노력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타샤 튜더 전시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연말을 따뜻하게 마무리하고 연시를 희망차게 여는 의미에서 타샤 튜더의 전시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전시명 속 ‘스틸(Stil)’은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공유되고 있는 그녀의 자유롭고 평화로운 예술세계의 가치를 공유하는 취지를 지녔다. 이민지 팀장은 “전시는 시간을 되돌아가 타샤의 예술 세계로 들어가는 구성을 취했다. 전시장 초입에 설치된 거대한 시계 조형물의 시계 초침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데, 이 또한 이런 의미를 내포한다”고 말했다.

타샤 튜더의 다양한 저서과 삽화가 설치된 모습. 사진=김금영 기자

약 190여 점의 원화와 수채화, 드로잉, 수제 인형, 영상 자료 등 타샤 튜더의 방대한 스펙트럼이 이번 전시에 펼쳐진다. 특히 아시아 최초로 공개되는 30여 권의 초판본과 데뷔작 호박 달빛 55주년 특별판 등 사료적 가치가 높은 자료와 원화들도 대거 선보여 눈길을 끈다.

‘자연’, ‘가족’, ‘수공예’, ‘정원’ 이야기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고 있는 타샤 튜더의 모습이 담긴 작품. 사진=김금영 기자

전시는 ‘자연’, ‘가족’, ‘수공예’, ‘정원’ 등 주요 키워드를 기반으로 구성한 총 12개 섹션을 통해 타샤 튜더의 예술세계와 삶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손수 가꾼 30만 평에 이르는 정원과 생활공간은 그녀의 예술세계와 자연주의적 삶이 맞닿는 상징적 장소로도 지금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그녀가 직접 가꾸고 그려낸 꽃과 나무로 가득한 정원, 코기를 모티프로 한 그림과 미디어아트가 결합된 상상력의 공간이 타샤 튜더의 삶을 개괄적으로 소개하는 바이오그래피 섹션에 이어 펼쳐진다.

전시장은 타샤 튜더의 정원에 들어가는 듯한 느낌으로 구성됐다. 사진=김금영 기자

이민지 팀장은 “활발한 사교계 활동을 가졌던 부모와 달리 다소 내향적인 성격의 타샤 튜더는 집에서 소꿉놀이를 즐겼다고 한다. 정원을 가꾸는 것도 그녀에겐 일종의 소꿉놀이였다”며 “평화로운 작품의 분위기는 보는 이에게도 평온함을 전해준다”고 말했다.

 

‘계절의 리듬 속에 피어난 삶’ 섹션도 타샤 튜더의 예술적 원천이었던 자연에 주목한다. 그녀에게 식물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일상의 중심이자 철학을 담은 매개였다. 계절에 맞춰 씨앗을 뿌리고, 꽃을 가꾸며 정원을 돌보는 일은 그녀에게 매일의 기록이자 성찰의 시간이었다. 타샤가 남긴 식물 수집 자료와 스케치를 통해 그녀가 가꿨던 정원의 세계, 또 일상 속 작은 순간에서 기쁨을 발견했던 태도를 느낄 수 있다.

동물은 타샤 튜더에게 스승이자, 친구, 가족이었다. 사진=김금영 기자

이민지 팀장은 “그림을 통해 자연을 사랑한 타샤의 마음뿐 아니라 아티스트로서의 면모도 엿볼 수 있다. 절제된 구도와 여백은 단순 예쁜 수채화가 아니라 마치 초상화와도 같은 느낌도 준다”고 말했다.

 

타샤 튜더는 식물뿐 아니라 동물들도 사랑했다. 전시장에 설치된 작은 다리를 건너가면 펼쳐지는 ‘작은 동물들과의 일상’ 섹션에선 코기, 앵무새 등이 눈에 띄는데 이는 실제 그녀의 삶에서 기인한다. 코기 ‘오윈’과 ‘메건’, 앵무새 ‘페글러’와 ‘한나’, 외눈박이 고양이 ‘미누’, 헛간의 닭, 염소, 거위까지 이 작은 생명들은 자연의 느린 움직임을 알려주는 스승이자, 그녀의 삶을 완성시키는 가족, 그리고 친구였다.

그림뿐 아니라 인형 등 타샤 튜더의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사진=김금영 기자

특히 코기는 단순한 반려동물이 아니라 동화 속 주인공이 될 만큼 타샤에게 특별한 존재였다. 타샤 튜너는 일생 동안 집필한 100여 권의 책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을 ‘코기빌 페어’로 꼽을 만큼 코기를 아꼈다. 이번 전시에서 다양한 코기 드로잉뿐 아니라 그녀가 직접 만든 코기 인형도 볼 수 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타샤 튜더에게 가족은 삶의 중심이자 일상의 따뜻한 울타리였다. 사진=김금영 기자

부엌과 식탁 등 일상에서 마주하는 소소한 공간과 소품도 타샤에겐 특별한 매체였다. ‘식탁 위의 따뜻한 온기’ 섹션은 타샤의 집으로 들어가는 여정과도 같은데, 빵, 과일, 차 등 일상의 풍경이 펼쳐진다. 또한 타샤의 식탁을 재현해 요리하고 차를 끓이고 식탁을 꾸미는 소박한 장면들을 보여준다. 오늘날 유행하는 말차와 허브티 문화, 제철 식재료 중심의 식문화와도 맞닿아 있으며, 관람객은 ‘먹는 일상’이 지닌 온기와 소박한 행복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다.

이야기는 이제 가족으로 흘러간다. 타샤에게 가족은 삶의 중심이자 일상의 따뜻한 울타리였다. 타샤의 아들 세스와 토마스, 딸 베서니와 에프너는 그녀의 그림 속에서 늘 함께했다. 타샤는 자라나는 아이들의 가장 예쁜 모습을 담아 동화로 만들었고, 남편은 글을 쓰고 여기에 타샤가 삽화를 그리기도 했으며, 자녀들 역시 부모의 삶을 존경했다.

 

전시장에 전시된 삽화와 크리스마스 카드 등엔 가족과 함께한 타샤의 행복한 기억이 생생하다. 또한 실제 타샤가 좋아한 의자를 구현하고, 벽난로와 뜨개질 소품 등 타샤가 좋아한 것들이 가득한 방을 전시장에도 만들어 놓았다.

부엌과 식탁 등 일상에서 마주하는 소소한 공간과 소품도 타샤 튜더에겐 특별한 매체였다. 사진=김금영 기자

이런 타샤의 삶을 직접 들여다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도 상영한다. 앞서 2018년 일본에서 개봉했던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것. ‘어 스틸 워터 스토리(A Still Water Story)’는 타샤가 남긴 삶의 철학과 일상을 그녀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다큐멘터리다.

 

12분 분량으로, 버몬트의 30만 평 대지를 일구며 자급자족의 삶을 실천했던 타샤의 일상, 직접 만든 인형과 정원, 그리고 사계절의 풍경 속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가던 타샤의 삶을 보여준다. 영화 본편은 롯데시네마 월드타워관에서 재개봉한다.

전시의 말미에 이르러서는 또 한 번 거대한 정원이 펼쳐진다. 앞서 전시장 초입부에서 미디어아트로 타샤의 정원을 만났다면, 이번엔 아날로그 방식으로 직접 전시장에 자연을 구현해놓았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실제 정원을 거니는 느낌을 받으며 곳곳에 설치된 드로잉 등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의 말미에 이르러서는 또 한 번 거대한 정원이 펼쳐진다. 사진=김금영 기자

이민지 팀장은 “이번 전시에서 아티스트로서 뛰어난 역량으로 오늘날 여전히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타샤를 만날 수 있다”며 “타샤는 행복은 멀리 있지 않음을, 늘 우리의 곁에 있음을 작품으로서 말해준다. 인간과 자연, 동물이 조화롭게 구성된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현대인에게 필요한 느린 삶의 가치 또한 되새길 수 있는 성찰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타샤 튜더 재단 측은 “이번 전시는 타샤의 예술세계를 더 생동감 있고 친근하게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며 “그녀의 창작 과정의 근간을 이룬 문화적 가치와 삶의 철학을 함께 발견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롯데뮤지엄에서 3월 15일까지.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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