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는 8월 ‘하한기’를 맞아 청와대와 정치권의 향후 정국 구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줄줄이 여름휴가에 들어가면서 향후 정국의 밑그림이 어떻게 그려질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8·9월 조기 전당대회’라는 구상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향후 10월 재·보선과 내년 1·2월 전당대회에 중점을 두는 모습이다. 이들 일정들은 각 계파 수장들의 입지를 가늠하고 당내 구도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헌·당규 개정을 놓고 ‘2차 쇄신풍’ 등의 갈등 조짐도 포착된다. 그 과정에서 친이계의 결속, 친박계와 박희태 대표 간의 느슨한 연대 등 물밑 연대의 흐름도 보인다. 반면,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통과 이후부터 시종일관 미디어법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장외투쟁에 몰두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를 비롯한 여러 의원들은 휴가는 물론 주말까지 반납한 채 경기와 대구·호남 지역을 돌며 거리 홍보전을 통해 ‘언론의 다양성 훼손과 민주주의 후퇴’를 홍보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미디어법 관련 대리투표·재투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권한쟁의심판의 판결 결과에 따라 9월 정기국회까지 파행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MB, 개각 등 휴가구상 관심 이 대통령은 지난 8월 3일부터 나흘 간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이 대통령은 여름휴가를 떠나면서 측근에게 “머리를 비우기 위해 푹 쉬겠다”고 밝혔지만, 8월 중 개각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국무총리를 비롯한 소폭 개각을 구상할 것이란 데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또한 향후 정국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8·15 광복절 경축사에 어떤 메시지를 실을지에 대한 고민도 병행할 것이라는 추측도 난무했다. 청와대는 “아무것도 확정된 게 없다”며 신중한 모습이다. 한 핵심 관계자는 “(인사권자인) 이 대통령의 의중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니냐. 정치인 입각 요구가 처음은 아니니 폭넓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각 부처 장관의 대거 교체와 정치인 입각설이 정치권에서 오르내렸다. 여당에서 정치인이 입각하게 되면 예상되는 자리는 정무(신설)·지식경제부·법무부·노동부 장관 등이 거론된다. 이들 자리에 앉을 인사로는 정무장관에 친박근혜계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이나 정진석 의원 등, 지식경제부 장관에는 임태희·서병수·최경환 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또 법무부 장관에 검사장 출신인 장윤석·이범관 의원 등, 노동부 장관에 홍준표 의원 등이 각각 거명된다. 친이계의 핵심인 이재오 전 의원의 입각설도 재부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8월 5일 조만간 단행될 개각에서 소속 의원 3∼4명의 입각을 포함한 대폭 개각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공식 요구했다. 그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2기를 맞아 국민에게 미래에 대한 비전과 전략이 무엇인지 제시해야 한다”며 “대폭적인 개각을 통해 인적 쇄신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개각에서 적어도 한나라당 의원 3, 4명을 입각시켜 정부의 정무적 판단을 보완하고 민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할 뿐 아니라 당정 소통이 잘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참여가 현 정권의 성공에 큰 도움이 되리라고 확신한다”는 ‘추임새’도 넣었다. 안 원내대표가 청와대 압박용으로 비쳐질 수도 있는 개각문제를 공식석상에서 꺼낸 것은 최근의 당내 기류를 대변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에서는 이 대통령의 ‘중도강화론’이나 당·정·청 쇄신 요구와 맞물려 당초 대폭 개각을 기대했다. 청와대도 그런 인상을 풍겼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재산 사회환원과 서민행보 등을 통해 지지율이 상승하고 국정운영에 자신감을 되찾은 이후 소폭 개각 가능성이 흘러나왔다. 소폭에 그치면 당이 기대했던 의원 입각은 물거품이 되거나, 이뤄지더라도 극소수에 그칠 공산이 크다. 국민에게 약속한 여권 쇄신도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개각이 가까워올수록 당 분위기가 착 가라앉은 것은 당연하다. 한나라 중진들 정치일정 놓고 암중모색 이런 가운데 친이·친박계는 이미 내년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대선에 적용될 당헌·당규 개정 작업을 놓고 신경전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경색된 정국에다, 10월 재보선 및 내년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정치 지형이 요동치고 있어 마음놓고 쉴 수 없는 형편이다.
친이계는 폭넓은 결속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조기 전대를 통해 ‘당 복귀’를 모색해온 이재오 전 최고위원으로선 ‘새판’을 만들어야 할 상황이다. 정몽준 의원의 당 대표 ‘승계론’에다 박희태 대표의 10월 경남 양산 재선거 출마와 사퇴 여부 등을 고리로 지난달 서울시당위원장 선거에서 반짝했던 ‘이재오-정몽준 연대론’이 재부상하는 데에는 그런 배경이 있다. 친이재오계 공성진 최고위원은 4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있고 여러 가지 복잡한 사안이 함께 어우러져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내년) 7월까지 (지도부가) 임기를 다 채울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가 선거에 출마할 경우 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논리다. 사실상 정몽준 최고위원을 염두에 둔 승계론이다. 이 경우 공석으로 남는 최고위원 자리에 이 전 최고위원을 지명한다는 당내 관측성 시나리오와도 무관치 않다. 정 최고위원으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승계시 여당 대표로 지위가 상승하면서, 미약한 당내 기반 확보에 좋은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은 물론, ‘친이재오계’의 세를 업을 수 있는 카드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거의 칩거에 가까운 여름휴가에 들어갔다. 박 전 대표는 자택에 머물며 책을 읽거나 정책 연구 등에 몰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예년처럼 특별한 해외 출장이나 여행 계획 없이 조용히 정국 구상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8월 한 달 동안 특별한 정치일정을 잡지 않은 박 전대표는 이번 휴가기간 동안 개각과 박희태 대표의 양산 재선거 출마 이후의 당 지도체제 변화 가능성에 대한 구상을 가다듬었다는 전언이다. 특히 최근 미디어법 처리 이후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9월 정기국회와 10월 재보선, 내년 6월 지방선거의 정치일정 속에서 큰 틀의 정치지형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당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데 상당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도 재래시장·보육원 방문 등 민생 현장 챙기기를 솔선수범한다는 계획이다. 정 최고위원 측은 “올 여름은 국제축구연맹이나 의원외교 활동도 계획에 잡혀 있지 않다”며 “오로지 전문가들과 함께 서민복지와 경제정책 연구에 몰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최고위원은 또 전국을 누비며 각종 강연 활동을 활발히 하는 모습이다. 친이-친박, 박 대표 사퇴 여부 ‘옥신각신’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이번 여름휴가 동안 자신의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경남 양산의 10월 재선거 출마를 노리고 있으나 당 일각에서 제동을 걸고 있어 고민인데다, 미디어법 처리에 따른 대야 관계 복원도 마무리 지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도 당내 찬반논쟁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10월 양산 재선거 출마에 대한 결단을 내린다는 관측이 많다. 박 대표의 재선거 출마에 친이계 쪽에서는 당선을 장담할 수 없고 만약에 낙선할 경우 정권 심판으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친박계는 박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한 상태에서 출마해야 하며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박희태 대표는 친이계와 정치적 이해가 상충하는 친박계와 급속히 거리를 좁히는 기류다. 박 대표가 지난달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과 친박연대의 통합론을 꺼낸 것이 단적이다. 박 대표로선 양산 재선거 당선을 위해서도 박근혜 전 대표 등 친박계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친박계로서도 박희태라는 완충이 여전히 필요하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 본격적인 정치 행보로 시간표를 잡은 박 전 대표의 ‘호흡’을 감안할 때 아직은 친이계나 잠재적 ‘잠룡’들과의 직접적 마찰이 부담스러운 때문이다. 박 대표가 친박계 복당 문제 등 친박계를 배려해온 점도 친박계의 우호적 분위기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친박계에선 박희태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한 채 재·보선에 출마하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물론 일각에선 “(대표직 사퇴 여부는) 우리가 관여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처럼 지금처럼 비켜서 있는 게 유리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민주당 투쟁 100일…끝에는 10월 재보선 민주당은 미디어법 강행 처리의 불법성을 알리기 위해 ‘대리투표·재투표 논란’을 확대시키기 위해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휴가는커녕 단식으로 약해진 몸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장외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정 대표를 위원장으로 지난 7월 28일 발대한 ‘언론악법 원천무효 민생회복 투쟁위원회’는 ‘100일 장외투쟁’을 선포했다. 장외투쟁이 끝나면 바로 10월 재·보선이 실시된다. 정 대표는 서울 명동성당을 시작으로 수원·인천·부산 등 전국 대도시를 순회하면서 미디어법 무효화 홍보전, 1000만인 서명운동을 지휘하고 있다.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계속 이어질 경우 이번 미디어법 파장이 10월 재·보선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경남 양산과 강원 강릉, 경기 안산 상록 을의 재·보선이 확정되고, 수원 장안도 8월20일 대법원 선고일이 잡혀 결과에 따라서는 네 곳이 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 은평 을도 아직 유효하다. 민주당은 미디어법 폐기라는 이슈를 가지고 10월 재·보선 시점까지 이 분위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민주당의 현재 장외투쟁 행보 역시 재·보선을 염두에 둔 계산이라는 시각도 많다. 장외투쟁의 첫 시작을 서울 외에 경기 안산 상록수역과 수원역에서 했다는 점도 재·보선을 의식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3대0’이든 ‘4대0’이든 ‘5대0’이든 일단 무조건 우리의 목표는 지난 4월 재·보선과 마찬가지로 한나라당의 전패 실현”이라고 강조했다. 4월 재·보선에서는 한나라당 내의 친이계와 친박계의 분열로 이득을 본 측면이 없지 않지만, 한 차례 실패의 경험을 맛본 한나라당에서 또 그런 우를 범할 리는 없다는 시각이 크다. 관건은 역시 한나라당 텃밭이라 할 수 있는 경남 양산과 강원 강릉 지역이다. 민주당은 경남과 강원 지역에서 비교적 세를 가지고 있는 친노 세력과의 연대를 중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산에서 한나라당을 이긴다면 결정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