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보았던 동화책 속 풍경과 캐릭터들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인다. 오색 찬란한 원색의 의상, 유럽의 시골 마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무대, 루치아노 파바로티도 울고 갈 풍부한 성량의 배우들,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광대 분장과 우스꽝스러운 의상의 삐노끼오 등 뮤지컬 <일 삐노끼오>(II Grande Musical Pinocchio)는 우리가 이제껏 보아온 뮤지컬과는 뭔가 다르다. 8월 7일부터 23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가족 뮤지컬이라는 이름 아래, 많은 아이들과 부모들의 워너비(Wanna Be) 공연이 된 이태리 오리지널 뮤지컬 <일 삐노끼오>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이탈리아 작가 C. 콜로디의 원작소설 <삐노끼오의 모험>(Le adventure di Pinocchio·1883년 作)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피노키오>라는 제목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2003년 4월 이탈리아 밀라노의 데아뜨로 델라루나 극장에서 초연된 뮤지컬 <일 삐노끼오>는 이태리 정통 오페라와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세기적인 조화를 이뤄내며 뮤지컬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한국 공연은 유럽권을 벗어난 지역에서는 최초의 무대로, 2010년 뉴욕 초청공연이 예정돼 있는 가운데, 소프라노 조수미가 로마에서 관람한 후 극찬하고 한국 공연을 추천하면서 이뤄지게 됐다. 뮤지컬의 이야기는 제페토와 삐노끼오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는 안젤라(시모나 로다노 분)가 새롭게 투입된 것 외에는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목수 제페토(삐에르빠올로 로파트리엘로 분)는 장작을 깎아서 만든 인형에 완벽한 아들이란 의미의 ‘삐노끼오’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런데, 이 인형은 실제로 살아서 움직인다. 아들을 갖길 꿈꿨던 제페토는 삐노끼오(마누엘 쁘라티니 분)가 자신의 말을 잘 듣는 아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새 옷을 사서 입히고 공부할 책을 사준다. 하지만, 장난꾸러기인 삐노끼오는 제페토의 말을 어기고 몇 번이나 거짓말을 함으로써 제페토를 실망시킨다. 자신의 거짓말 때문에 곤욕을 치른 삐노끼오는 제페토의 사랑과 자신의 잘못을 깨우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삐노끼오와 제페토는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며 변화되어가는 모습을 통해, 부모와 자식 간의 이해와 더불어 ‘인생’에 대한 교훈도 준다. 따라서, 가족 단위로 관람하기에 알맞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이태리어를 들으면서 한국어 자막을 보는 일은 어른들에게도 힘드니, 아이들에게는 오죽하랴! 하지만, 동화 <피노키오>를 본 적이 있다면 내용 이해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뮤지컬은 이야기보다는 이국적인 무대와 400여 벌의 화려하고 깜찍한 의상, 디즈니 만화영화를 보는 듯한 앙증맞은 효과음, 이탈리아의 칸초네와 라틴·팝 음악을 두루 사용한 이탈리아 유명 그룹 이 푸(I Pooh)가 선보이는 아트락, 발레에서 비보이 댄스 등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안무 등등 눈 돌릴 곳이 너무 많다. 공연 내내 엄마·아빠·아이 할 것 없이 신기한 세상을 처음 마주한 것처럼 동심의 세계로 빠진다. 8월 23일 서울 공연을 마치고 27일부터 30일까지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 공연도 예정돼 있다. (공연문의) 02-3461-09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