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롯데그룹이 유통사업부문과 관련하여 경영 외적 측면에서 거센 도전에 휩싸이고 있다. 정치권에서 롯데마트를 비롯하여 대형할인마트에 대한 규제법안이 추진 중이고, 전국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 지방자치의회들을 중심으로 롯데My슈퍼의 신규 출점에 완전한 제동이 걸렸다. 또 전국 슈퍼마켓 상인들은 아예 롯데그룹의 과자류·빵류·빙과류를 거부하겠다고 나섰다. 반면, 롯데쇼핑의 맞수 신세계그룹은 이같은 움직임에서 롯데쇼핑보다 조금은 자유로운 측면이 있다. 신세계그룹 실적 ‘5% 부족’ 신세계의 지난 상반기 실적을 살펴보면, 롯데쇼핑과 홈플러스 등을 누르고 업계 강자로 자리매김하기에는 5%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신세계그룹의 지난 상반기 영업이익률 등을 살펴보면, 전월 대비 소폭 증가와 큰폭 하락을 거듭하며 전반적으로 내려갔다. 특히 2월·4월·6월 등 짝수 달에는 전월 대비 매출액·영업이익·당기순이익 모두 감소세를 거듭했다. 2월에는 1월 대비 매출액 26.6%, 영업이익 59.7%가 감소했으며, 4월에는 3월 대비 매출액 6%, 영업이익 6.2%가 감소했다. 상반기 대미를 장식해야 할 6월에는 5월 대비 매출액이 8.2% 감소에 그친 반면, 영업이익은 34.4%나 감소해버렸다. 반면, 전체 실적에서 이익을 실현하는 비율인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올해 및 전년 상반기 기준, 전반적으로 8%에서 11%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올해 2월은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5.7%를 기록해 현저히 떨어졌다. 다만, 신세계그룹은 신세계백화점·이마트·SSM 등 유통사업 외 계열사 실적까지 모두 합친 연결실적을 중심으로 할 경우 총매출액 대비 총영업이익률은 신세계만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의 2배인 26% 선을 꾸준히 유지해오고 있었다. 현재 신세계그룹은 1991년에 삼성그룹으로부터 정식으로 분리 독립한 후 이마트 사업에 진출해 본격적인 재벌 대형마트 시대를 열었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까르푸 등이 들어와 국내 대형유통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었다. 그리고 대형마트와 백화점 사업의 수익을 바탕으로 신세계첼시·신세계건설·신세계푸드시스템·조선호텔·신세계인터내셔널 등을 포함한 14개 그룹을 계열사로 거느렸다. 특히 조선호텔의 정유경 상무는 신세계백화점의 명품사업, 신세계푸드 등을 주도하면서 삼성가의 대표적 여성 CEO로 자리매김했다. 신세계그룹은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삼성그룹의 그늘을 일찌감치 벗어나며 유통명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삼성그룹의 전자계열 및 금융계열을 제외한다면 범삼성가문 중 가장 독보적인 곳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이다. 롯데그룹의 내우외환 반면, 롯데그룹의 쇼핑 부문은 외환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롯데그룹의 유통사업 부문인 롯데쇼핑에서 신영자 씨가 축출당하고 신동빈 그룹 부회장이 둥지를 틀면서부터 롯데그룹의 유통사업은 조금씩 힘이 빠지는 듯한 모양새다. 지금까지 신격호 회장의 롯데그룹 내에서 껌·과자 등이 아닌 유통사업은 신 회장의 장녀 신영자 씨에 의해 키워졌다. 이 과정에서 신세계그룹이 1991년 계열분리하기까지 재계에는 삼성 유통의 이명희와 롯데 유통의 신영자라는 구도 속에서 두 라이벌에 대해 흥미진진한 이목이 집중됐었다. 그런데 이명희 씨는 1991년 신세계백화점과 조선호텔 등을 삼성그룹에서 계열분리하면서 신세계그룹의 정식 회장으로 등극하며 승승장구했다. 반면, 신영자 씨는 2006년 사후 그룹 경영권 승계구도를 염두에 둔 아버지 신 회장의 의중에 의해 롯데쇼핑 사장직에서 사임하고 야인의 생활을 시작했다. 신격호 부회장은 누나 영자 씨가 일궈놓은 유통사업을 통해 기존의 ‘노는 재벌2세’라는 이면의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경영능력을 대외에 과시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신 전 부사장이 아버지의 뜻에 따라 롯데쇼핑에서 하차하고 신동빈 부회장이 경영을 맡으면서부터 롯데쇼핑의 마이너스 성장이 시작됐다. 금융감독원의 경영공시에 따르면, 2007년에 롯데쇼핑이 매출·순이익 측면에서 큰 흑자경영을 실현했지만, 그동안(2006년 이후)의 적자와 상쇄할 경우 매출 0원대, 흑자 0원대로 신동빈 체제하에서 첫 2년 간 롯데쇼핑은 제자리걸음만 한 셈이 됐다. 이 같은 시행착오 속에서 신세계그룹과 롯데쇼핑 간의 간격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일순 보기에는 신세계백화점 대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대 이마트, 신세계슈퍼 대 롯데My슈퍼 등의 실적을 비교할 경우 그 차이가 크지 않다. 이와 관련,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쇼핑과 신세계의 규모를 고려하면 백화점 대 백화점, 마트 대 마트 간 경쟁에서 어느 한쪽이 상대를 현저하게 누를 만큼 국내 유통시장이 크지 않다”며 “하지만 영업이익률·인지도·해외진출·유통사업 집중도 등을 고려하면 내적 상황은 현저히 다르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명희 회장과 정용진·정유경 남매의 신세계그룹은 백화점·이마트를 중심으로하여 SSM·건설·호텔·명품·제빵 등으로 꾸준히 영역을 넓혀가며 수익을 확장하고 있는 반면, 롯데쇼핑은 제2롯데월드 초고층빌딩 논란, 롯데JTB 신설 등 유통사업에 집중하기보다는 신동빈 부회장이 신격호 회장 사후 자신의 관광유통 사업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한 작업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또 신영자 씨와 서미경 모녀 등의 주식매입 등으로 세간의 화제를 모으는 등의 사건들은 맞수였던 신세계가 고급화와 세련된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고 있는 상황에 비춰 CI 관리 면에서 격차를 벌이고 있다. 이명희-신영자에서 정유경-이부진, 롯데의 굴욕 또 재계에서 거론되는 유통 여성 CEO 라이벌 구도도 롯데의 입장에서는 굴욕이다. 예전에는 삼성의 이명희와 롯데의 신영자라는 대표선수들 간의 라이벌 관계가 언론과 재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마치 우리나라 백화점은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이 최고이고 대형마트는 이마트와 롯데마트만 존재하는 듯한 이미지 착시까지 가져왔다. 그런데 세대가 흐르면서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자리는 그녀의 딸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가 이어받은 반면, 롯데 신영자 씨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 대신 삼성그룹의 차녀 이부진 씨가 신영자 씨의 자리를 꿰찬 채 이명희 씨의 자리를 승계한 정유경 상무와 겨루면서 자신의 인지도를 키워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