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미디어법 무효를 주장하면서 장외투쟁을 시작한 지 20일 가량이 지났다. 민주당은 지난 7월 28일 ‘언론악법 원천무효 100일 대장정’에 나서면서 긴 시간의 장외투쟁을 선포한 뒤로 전국을 돌며 언론악법 무효를 위한 홍보전에 나섰다. 하지만 ‘언론악법 장외 홍보전’을 무한정 끌고 갈 수 없다는 현실 인식이 민주당 내부에서 생겨나는 분위기다. 국정감사를 포함해 내년도 예산안 심의까지 중요한 정치일정들이 잡혀 있는 9월 정기국회는 그 존재만으로도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9월국회 개회 여부, 사실상 민주당에 달려 사실 9월 정기국회의 개회 여부는 전적으로 민주당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이 개회를 요구하며 민주당을 향해 국회 등원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은 이를 반증한다. 한나라당 장광근 의원은 “언제든지 (민주당과) 대화할 용의가 있고, 아마 원내수석부대표 차원에서는 그런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당분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9월 국회에 대한 조급증은 “민주당이 국회 등원을 거부할 경우에 다른 야당과 연대해서 단독국회라도 열겠다”고 한 한나라당의 입장표명에서 잘 드러난다. 집권 여당의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여론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단독국회라도 열어 9월 정기국회를 성사시키겠다고 밝힌 것이다. 한편, 민주당에서는 100일 대장정이란 표현의 100일이라는 숫자에 대해 민감해졌다. 이강래 원내대표가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100일 동안 투쟁하겠다고 정식으로 공표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은 이 같은 당 분위기의 발로라고 볼 수 있다. 이 100일이란 표현에는 민주당이 세운 나름의 두 가지 원칙이 있다는 게 이 원내대표의 생각이다. 하나는 원내외 병행투쟁을 하겠다는 뜻이고, 나머지 하나는 인사청문회를 비롯해서 중요한 국정사안에 대해 국회에 참여하여 활동하겠다는 원칙이다. 지난 7월 25일 민주당이 투쟁을 시작하면서 진행한 의원총회에서도 이 같은 원칙이 제시된 바 있다. 당장 민주당이 장외투쟁에 전념하는 것은 8월이 국회가 쉬는 기간이란 점 때문이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는 8월이 쉬는 기간이기 때문에 한나라당과 다른 정당의원들은 아마 대부분 외국에 나가거나 휴가를 즐기고 있을 것이다. 거기에 비해서 우리 민주당이 국민 속에 들어가 국민과 함께 하는 모습이 굉장히 불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스스로는 등원을 안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없는데도 다른 당에서 등원 입장을 꺼내는 이유가 “지레 겁먹어서”란 주장이다. 전병헌 전략기획위원장도 “원래 8월은 국회가 없어 의원들이 휴가나 외유를 계획하는 달”이라며 “한나라당에서는 가족 동반 집단외유 계획까지 발표해놓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는 미디어법의 부당성을 국민에게 홍보하고 국민들의 민생 어려움을 직접 귀담아 듣는 그런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호소했다. 민주당내 등원 논의 아직 조심스러워 그럼에도 등원에 대한 논의는 아직 조심스러운 분위기이다. 당 지도부는 일단 ‘언론악법이 폐지될 때까지 투쟁은 계속된다’는 강경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정세균 대표가 지난 5일 “정당은 국민 관점에서 의사를 결정해야 한다”며, 등원을 시사했다는 논란이 일자 “등원의 ‘등’자도 꺼낸 바 없다”고 정색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기류를 반영한다. 또 섣불리 등원론을 꺼냈다가 한창 진행 중인 장외투쟁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고, “대화의 장으로 돌아오라”(박희태 대표)며 연일 압박을 가하는 한나라당에 떠밀리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8월 7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지난 보름 동안 전국을 돌면서 언론악법과 ‘MB(이명박 대통령) 실정’에 대한 국민의 절망과 분노를 직접 확인했다”며 “악법투쟁이 끝나는 날은 언론악법이 원천무효가 되는 날”이라고 말했다. 당내 일각에서 제기된 정기국회 조기 등원론에 대해 ‘불가’ 메시지를 준 셈이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9월 1일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에서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부분은 아직 조용히 우리 의원들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오리무중으로 보이는 9월 정기국회의 향방이 어느 정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전병헌 위원장도 “9월 정기국회 문제는 앞으로 시간을 가지고 여러 상황을 보면서, 장외투쟁의 과정을 거치면서,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면서,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결정해야겠다”고 밝혔다. 이래저래 ‘…하면서’라며 단서를 열거하는 것을 보면 등원에 아직 조심스러운 입장이란 것을 알 수 있다. 민주당, 9월 정국 전략은? 그렇다면, 9월 국회가 열린다는 가정에서 민주당의 전략은 무엇일까? 일단, 민주당이 주장하는 ‘언론악법’과 관련된 무효화 투쟁을 진행하면서도 민생 회복을 위한 노력과 정기국회를 위한 고민을 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가운데 17일에 열리는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현 정부의 인사난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그러나, 9월 국회의 내년도 예산심의도 있고, 국정감사에 대해서는 “어떤 방식으로 전면 참여할 것인지 좀 더 고민해봐야 되겠다”며 아직 장고하고 있음을 감추지 못했다. 아직 국정감사 일정은 추석 연휴인 10월 3일을 전후로 이루어질 것이란 추측 이외에는 논의된 것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만약 예산심의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민주당에 역풍이 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예산의 본격심의가 실질적으로 10월 중순을 넘어야 가능하단 점에서는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상임위별로 의원들을 만나 등원 문제 등에 관한 의견 수렴에 착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결국 9월 국회에 참여하게 될 것이란 시그널도 없지 않다. 원내 투쟁이 여권에 더 큰 치명타를 안길 수 있다는 판단도 힘을 얻는데다, 10월 재보궐선거 이전에 국정감사를 열어 여권의 실정을 낱낱이 고발하려면 원내 투쟁만큼 좋은 수단이 없다는 점도 고려된다. 또 “야당은 국회에서 싸워야 한다”며 ‘의회주의자’임을 자처하는 박지원 정책위의장의 인선도 등원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일단은 한나라당 김정훈, 민주당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가 9월 국회 개회와 관련하여 협상 회동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는 한나라당이 9월 정기국회를 열자는 취지의 제안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민주당은 김형오 의장이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 미디어법 원천무효 선언 등을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