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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IN]TALK ABOUT - 찰나, 영원한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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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32호 편집팀⁄ 2009.08.25 10:59:19

김하영(화가, 색채학 강사) 붉은 파도가 머무는 석양의 하늘을 보면 우리는 문득, 윌리엄 터너[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영국, 1775~1851]의 진홍빛 사라져가는 전함[선박 해체장으로 예인되는 전함 테메레르, 캔버스에 유채, 91x122cm, 1838 ]이 떠오른다.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 전시되고 있는 이 작품은 트라팔가 해전에서 넬슨제독의 기함 빅토리 호와 함께 프랑스-에스파냐 연합 함대를 격파한 전함을 그린 터너가 가장 사랑한 그림이다. 터너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는 배를 상징하는 일몰을 그리기 위해 타오르듯 쉽게 변색되는 요오드 스칼렛을 선택하였다. 이 붉은 색의 움직임은 변화무쌍하여 아름답지만 훗날 상상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색으로 사라져 버렸다. 터너는 시간이 지날수록 퇴색하는 안료의 색을 자제하라는 조언을 여러 번 들었지만 미술의 거장들이 그렇듯 남의 조언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는 변화를 좋아하여 더없이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하늘과 바다를 자주 그렸다. 급변하는 자연과 빛을 사랑한 그는 뛰어난 상상력으로 동시대 예술가가 감히 넘지 못하는 추상의 영역까지 과감하게 넘나들었다. 터너는 치열하게 그림을 그리면서도 관리에는 도통 신경 쓰지 않았다고 전한다. 심지어 집에서 기르는 맹크스 고양이의 귀싸개를 만들어주기 위해 자신의 캔버스를 서슴없이 찢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후대의 평가가 자신이 죽은 후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 여기며 영구적이지 않은 안료들을 서슴없이 사용하였다. 19세기 인상주의 작품들을 가장 많이 소장한 프랑스의 오르세 미술관에는 특별한 전시장이 있다. 에드가 드가(Edgar Degas 1834-1917)의 파스텔화를 전시하는 공간이다. 이 전시장은 빛과 열에 약한 파스텔화의 보존을 위해 항상 적정온도를 유지하며 어두운 조명상태로 놓여있다. 이토록 예민한 재료를 사랑한 드가는 선천적으로 자의식 강한 성격 때문에 독신이었으며, 19세기 가장 비밀스런 화가 중에 한명이다. 고독하게 점차 시력을 잃어갔던 이 위대한 화가는 특유의 유쾌한 시선으로 세상을 포착하고 독특한 파스텔화를 후대에 남겼다. 그는 거의 모든 매체에 파스텔을 섞어 보았으며 휘발성기름과 파스텔을 함께 사용하기도 하였다. 또한 정착액 (픽사티브 Fixatif )에 대한 전문가적인 지식으로 자신만의 정착액을 만들어 사용하였다. 미술품의 수명이 오랫동안 유지되도록 하는 것은 모든 화가의 숙제이다. 우리는 죽은 시체에서 만들었다던 흑색안료 대신 부드러운 버드나무가지를 태워 목탄을 만들었고, 묽고 진한 심부터 딱딱하고 흐린 심까지 다양한 연필과 콩테를 발명하였다. 선사시대 쇼베 동굴의 벽화처럼 3만년을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영원히 끝나지 않는 탐험은 계속 될 것이다. 프랑스의 소설가 앙드레 말로는 그의 저서 [덧없는 인간과 예술]에서 인간의 유한성과 예술의 영원성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인간, 그 작은 존재가 만들어 내는 엄청난 힘, 그것은 바로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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