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추진 초기부터 각종 부실·특혜 의혹에 휩싸였던 인천공항철도. 지난 2007년 개통된 인천공항철도는 이용 승객이 예상 수요의 10%에도 못 미치면서 막대한 적자가 났다. 민자로 건설된 인천공항철도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지금까지 들어간 국민의 세금은 무려 2700억 원. 인천공항철도는 사업계획 수립단계부터 기본절차를 무시한 채 진행되어 감사원으로부터 총체적 부실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 인천공항철도 부실·특혜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인천공항철도 부실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는 국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인천공항철도는 30년 기한의 BTO(Build-Transfer-Operate, 건설-양도-운영) 방식으로 건설됐다. 이는 민간에서 건설하여 정부에 이관하는 방식인데, 30년 동안은 민간에서 운영하면서 원리금을 회수하게 된다. 엉터리 수요 예측, 세금으로 메운 적자 2001년 3월 23일 당시 건설교통부와 건설사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실시협약에 의한 운영수입보장(MRG, Minimum Revenue Guarantee) 내용은 “실제운임수입이 예상운임수입을 기준으로 보장기준운임수입(예상운임수입의 90%)보다 적을 경우 정부에서 그 차액을 사업 시행자에게 지급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인천공항철도의 수요 예측이 터무니없이 과장돼 있고, 이를 기초로 계약서에 최소 운영수입을 보장한다는 규정까지 들어 있다는 점이다. 2007년에 개통된 40.3km 1단계 구간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구간) 인천공항철도에 투입된 총 건설비용은 4조995억 원이다. 이 중 정부의 건설보조금 1조885억 원이 들어갔고,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3조110억 원을 투자했다. 실제 수요가 당초 예측의 7%에 그쳐 결과적으로 지난 2년 동안 정부가 보조금으로 지급한 돈은 2706억 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협약 수요는 23만 명인데 실제 수요는 1만7000명으로 7.3%에 그쳤다. 이는 2단계 공사가 마무리 된 뒤에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여, 30년 뒤인 2031년에는 협약 수요가 82만 명인데 실제 수요는 27만 명에 그칠 전망이다. 국토해양부 추산에 따르면, 정부 지원금은 30년 동안 연 평균 4610억 원, 모두 13조8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1996년에 교통개발연구원은 인천공항철도의 실질 수익률을 7.7%로 제안한 바 있는데, 1998년에 현대건설은 12.4%를 요구했고, 이를 절충하는 과정에서 10.43%로 합의했다. 명목 수익률로는 15.95%에 이른다. 사회공공연구소 오건호 연구실장은 “2001년 3월 기준 국고채(10년) 명목금리는 7%였는데, 30년 장기 투자에 따른 프리미엄을 고려한다 해도 국고채 명목금리의 2배가 넘는 수익률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코레일에 책임 떠넘기기? 수요 예측과 계약 체결 과정에서 정부 관료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은 특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건설업체들에 ‘퍼주기’ 협상을 하기 위해 승객 수요를 의도적으로 부풀려 예측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 정도이다. 사회공공연구소가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이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책정하고 법령까지 어겨가면서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터무니없는 특혜를 베풀었다. 게다가 감사원은 이러한 사실을 파악하고서도 별다른 책임을 묻지 않았고, 오히려 책임자였던 김윤기 전 건설교통부 장관이 협약 체결 직후 인천공항철도회사 사장으로 옮겨가는 등 숱한 의혹을 낳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30일 국토해양부는 공항철도에 매년 수천억 원씩 지급돼야 하는 과다한 보조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천공항철도 민간투자사업 합리화 대책’을 발표해 인천공항철도를 철도공사가 인수하겠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코레일은 이미 부채가 6조7000억 원에 이르고 1년에 이자만 2800억 원 가까이 내야 하는 처지에서 인수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만약 코레일이 인천공항철도의 지분을 인수하려면 당장 8000억 원의 현금에다 3조2000억 원의 부채를 넘겨받아야 한다. 게다가 국토해양부는 코레일에 90%가 아니라 58%의 수익률만 보장한다는 계획이다. 특혜는 민간에서 챙기고 민간이 빠져나간 다음 나머지 부실은 코레일에게 떠넘기는 셈이다. 국민대책위, 부실·특혜의혹 진상규명 촉구 대책위는 8월 17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제해결을 위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철도노조 김기태 위원장을 비롯해 국민대책위에 참가하고 있는 사회단체들과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등 진보정당의 국회의원들도 참여해 폭넓은 사회적 관심을 증명했다. 국민대책위원회는 ▲부실특혜 의혹 인천공항철도 사업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 ▲엉터리 수요 예측과 실시협약의 책임자 처벌, 부당이익 환수 ▲ MOU 공개 및 밀실협상 중단 ▲ 국민혈세 퍼주기로 전락한 민자사업 전면 재검토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들은 최근까지 이렇다 할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와 공사 측을 겨냥, “출발부터 잘못된 수요 예측과 엉터리 실시협약으로 낭비된 국민 혈세가 개통 이후 지난 2년 간 2700억 원에 달한다”고 전제한 후, “향후 30년 간 13조8000억 원의 재정부담이 예상돼 민자 철도의 재앙이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전가될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또 국정조사의 당위성에 대해 “국정조사를 통해 잘못된 수요 예측, 건설비 부풀리기, 과다한 보조금 지급, 비싼 요금 등의 의혹을 철저히 밝혀 관련자에게 합당한 책임을 먼저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대책위는 정부가 공항철도의 부실을 공사에 전가함에 따라 동반 부실이 우려된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며, 서울역을 시작으로 부실 의혹 진상규명과 국정조사 요구를 위한 대국민 서명운동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정부는 ‘민자사업’이라는 명분 아래 토건자본 등에 국민 세금을 밀어주기 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인천공항철도”라며 “국민대책위의 감사 요청에도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으며, 부실의 책임을 철도 노동자에게 전가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민자사업이 말은 그럴듯하지만 적자가 발생하면 정부가 보전해주고 한 푼도 손해를 안 보는 대기업에겐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는 사업”이라고 지적하면서 “수요 예측 실패 등으로 국민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국정감사를 통해 인천공항철도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민자사업 정책의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에 참가자들은 서울역 진입로에서 대국민 선전전과 서명운동을 전개했으며,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선전물과 홍보에 귀를 기울이며 서명에 참여하기도 했다. 한편, 철도노조는 “정부와 철도공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없이 진행되고 있는 인천공항철도 인수협상은 철도 노동자에게 또 다른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국민대책위원회와 함께 전국적인 대시민 선전과 서명운동을 전개키로 하고 각 거점별 실천활동에 돌입하며 본격적인 하반기 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철도노조 대전지방본부는 이날 대전지구 조합원이 참여한 가운데 대전역에서 선전전과 서명운동을 벌였으며, 부산·순천·서울·영주 등 각 지방본부들은 거점역을 중심으로 선전·서명운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국정조사 후 책임자 처벌, 구상권 소송 지난 4월 민주당 김성순 의원실 후원으로 참여연대·경실련·민주노동당·진보신당·운수노조 등 정당·노조·시민단체로 구성된 국민대책위는 인천공항철도 문제에 대하여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국정조사’ 까지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인천공항철도의 부풀린 승객 예측으로 매일 4억여 원씩 국민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사태와 관련, 당시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벌인 뒤 책임자들을 엄중 처벌하도록 할 목적으로 ‘국정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회 국토해양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관련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고 대책위는 전했다. 또한 수요 예측 오류로 이미 과다 지급된 정부 보조금에 대해 정부가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구상권(求償權) 소송으로 이를 환수토록 한다는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국민대책위는 오는 9월 1일 정기국회에 국정조사 요구 서명지를 제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