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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체제·선거제도 개편…여야 총론 ‘동의’, 각론 ‘이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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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33호 조신영⁄ 2009.08.31 18:11:10

이명박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정치개혁안을 제안했다. 이후 이 대통령이 선거제도와 행정구역 개편 등을 재차 강조함으로써 정치권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겉으로 보면 여야가 이 같은 제안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서로 다른 노림수를 두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 대통령 “선거가 없는 해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월 15일 오전 10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광복 64주년 경축식에 참석해 행정체제·선거제도 개편에 이어 개헌에 이르는 정치개혁의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너무 잦은 선거로 국력이 소모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선거제도 개편의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한 해도 선거가 없는 해가 없다”며 “대선·총선·지방선거·재보궐선거 등이 이어지고 그럴 때마다 정치적으로 갈라진 우리 사회의 골은 깊어만 가고 있다”면서 이러한 점들이 국정을 운영하는데도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선거의 횟수를 줄이고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행정구역 개편도 역설했다. 그는 “비생산적인 정치의 뿌리에는 지역주의 정치가 자리잡고 있다”며 “현행 선거제도로는 지역주의를 벗어나지 못한다. 의정활동도 국정보다는 지역이 우선하게 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여기에다 100년 전에 마련된 낡은 행정구역이 지역주의를 심화시키고 효율적인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벽이 되고 있다”며 “국회의원이 지역에 매몰되지 않고 의정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으며, 행정구역 개편은 이미 그 필요성을 여러 번 강조한 바 있고, 민주당과 자유선진당도 제안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국회에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국회의 결론을 존중할 것”이라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는 자발적으로 통합하는 지역부터 획기적으로 지원해서 행정구역 개편을 촉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與野, 선거구제·지방행정체제 개편 일단 환영 이 대통령은 “여당이 손해를 봐도 선거제 개편을 꼭 이뤄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데다, 민주당도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찬성하고 있어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지역주의를 없애길 원한다면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하자, 여당에서는 즉각 적극적인 찬성의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은 이 대통령이 선거구제 및 행정체제 개편 구상을 언급한 이틀 뒤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의 생각은 “시대적 소명”이라며 거듭 총력지원을 약속했다. 박 대표는 “우리 정치현안 중에서 특히 선거제도와 지방행정구역 개편 등은 이 시대의 소명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소견을 밝혔다. 이어 “우리 당은 이 대통령의 이러한 정치구상과 방향 제시에 대해 총력으로 뒷받침할 것”이라며 “이미 설치돼 있는 정치선진화특위를 가동해 빨리 선거제도와 지방행정구역 개편에 관한 우리 당의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 현 국회에 구성돼 있는 정치개혁특위와 지방행정구역개편특위 등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권력형 비리와 토착 비리를 척결해 반드시 깨끗한 정치를 이뤄내야 한다. 적극적 사정을 통해 부패를 근절해야 한다”며 “생산적인 정치를 위해서는 선거제도를 개혁하고 행정구역을 개편할 수 있도록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제화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허태열 최고위원은 “이문제 만큼은 정파를 초월해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하자는 큰 합의가 있었고 각 당의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낸 법안도 사실은 거의 내용이 같아 앞으로 잘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이번 주부터 바로 선진화특위를 가동해 일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당에서도 선거제도 개선 자체에 대해선 긍정적인 의견을 표명했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정치개혁을 위해 선거제도를 개선하자는 제안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환영했으며, 창조한국당 김석수 대변인도 “정치인들이 해당지역에 얽매이지 않고 의정활동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하는 선거제도 개편은 연구하고 논의해볼 만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도 “지역주의 극복 등 정치개혁을 위해 선거구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한다”고 전했다. 한편, 선거구제 개편 방향에 대해서 여야의 시각차는 뚜렷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8월 17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대통령이) 지역구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거제도 개편 주장을 했다. 내가 보기에는 선거제도 개편이라는 표현이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의미한다고 보인다”며 “우리는 환영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진지하게 논의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한나라당 허태열 최고위원은 같은 날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선거제도라니까 자꾸 중·대선거구제를 전제로 질문하는데, 선거제도는 정당 공천, 지역구, 여성 참여 문제나 비례대표 디자인, 석패율 제도 등등 많은 어젠다가 들어 있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여야가 개편 방향에 접근하는 시각이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개편이 어떻게 이뤄지냐에 따라 서로의 이해득실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경우 참여정부 때부터 주장한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적극 주장하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에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등의 방안이 언급되고 있다. 중·대선거구제의 경우 한 선거구에서 2~5명의 의원을 선출하기 때문에 특정지역이 의석을 독점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영남이 호남에 비해 지역구 수가 많은 한나라당으로서는 그만큼 손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불리하다. 이에 한나라당은 권역별로 해당 지역의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원 수를 배분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나, 허 최고위원이 언급한 석패율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석패율은 지역구에서 가장 적은 득표율차로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시키도록 하는 방식이다. 지방행정체제 개편 논의 ‘가속도’ 붙나 지방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해서는 여야가 상당 부분 공감하고 있어, 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특위가 9월 정기국회에서 가동되면 논의에 가속도가 붙을 수도 있다. 지방행정체제 특별법안을 낸 의원만도 한나라당 허태열·권경석, 민주당 우윤근·박기춘,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 등 여럿이다. 앞서 17대 국회에서는 시·도를 폐지하고 시·군·구를 통합해 전국을 광역단체 60∼70개로 재편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2단계 개편안에 상당 부분 여야가 공감을 이뤘다. 하지만 방법론을 두고 여야가 다른 시각차를 드러내 약간의 진통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지방의 경쟁력 향상 ▲예산의 낭비 제거와 효율화 ▲주민 편익과 서비스의 질 증진을 위해 시·군·구의 자발적인 통합부터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정부와 여당이 기초자치단체의 자율적 통합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큰 틀부터 확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지방행정체제개편특위 위원장인 최인기 의원은 8월 27일 국회 브리핑에서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정부의 제안이 선행되고 국회에서 법률적인 토대를 구축한 후 모범적 모형을 만들어 통합을 이끄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정부가 시·군 간 통합을 서두르면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본래 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크다”며 “통합논의가 무원칙하고 중구난방으로 흘러간다면 행정의 비효율성을 증대시키고 국민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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