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8월이 물러가면서 결실의 계절인 9월로 접어들었다. 이런 계절의 변화에 맞춰 정치권도 9월 정기국회의 정상적 가동 모드(mode)를 조성, 산적한 크고 작은 현안들을 해결(결실)해보려는 모습들이다. 무엇보다도 우선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에 맞대응해야 하는 제1야당 민주당의 불투명했던 정기국회 등원이 개원 나흘 전인 지난 8월 27일 전격 발표된 사실이 가장 돋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여당인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권도 ‘늦은 감이 있지만 국회 정상화를 위해서는 다행’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9월 정기국회가 정상화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아, 향후 전망이 그렇게 밝지는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는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국회 등원을 전격 선언하면서 “민주주의와 서민경제, 남북관계 등 3대 위기를 극복하고 언론악법 원천무효를 위해 원내외 병행투쟁을 펼쳐 나가겠다”고 다짐한데서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정기국회는 여느 국회와 다른 중책이 실린 국회라는 사실을 여야는 새삼 깊이 유념해야 한다. 나라의 백년대계를 손질하고 다듬어야 할 책무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지난 22년 간의 사회변화상을 제대로 담아낼 개헌 논의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시·군·구를 통폐합하는 행정구역 개편 문제를 다뤄야 하고, 지역구도 극복을 위해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바꾸는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 이들은 하나같이 국가 시스템을 변혁시키는 중차대한 사안들이다. 때문에 여야를 가리지 않고 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면밀한 검토와 연구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리당략을 넘어서는 위국의 자세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사회적 혼란만 가중시킬 우려가 높은 일들이다. 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밀렸던 갖가지 민생현안들 역시 시급하고 중요하다. 6월 임시국회에서 미디어법을 놓고 싸우느라 밀쳐둔 비정규직법안과 새해 예산안 및 이에 따른 세제 개편안 등 처리해야 할 과제와 현안들이 한둘이 아니다. 9월 정기국회는 예산국회이기도 하다. 때문에 여야를 불문하고 이번 정기국회를 통해 각 당이나 의원 개개인은 무엇보다도 민생 문제와 관련된 예산 문제에 가장 심혈을 쏟아야 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제1야당인 민주당은 이번 예산국회를 호기로 삼아, 대여 비판과 견제의 최상의 무기인 국정감사에 전력투구하는 전략을 집중하는 게 최선일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우선 이명박 정권의 문제점과 부실 등을 철저히 파고 들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관료들의 무능을 질타하고 부정·비리 등을 파헤치는데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면서도 제도의 허점들을 들쳐내며 생산적이고도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예산·결산안 심의는 야당이 지닌 가장 중요한 무기다. 4대강 살리기를 비롯한 대형 국책사업과 정부의 세금정책· 재정운용의 효율을 따지고, 지난해 집행된 나라살림의 잘잘못 등을 검증해야 한다. 또한 조만간 단행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총리 및 각료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도 지난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 때 올렸던 개가를 거울 삼아 또 다른 성과를 올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특히 오는 10월 28일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와 내년의 지방선거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고 다지기 위해서도 이번 정기국회를 백분 활용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민주당의 일련의 대정부 공세가 민생은 외면한 채 오로지 당리당략만을 위한 정치투쟁으로 비쳐질 때는 결과적으로 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사실만은 깊이 유념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번 9월 정기국회는 민주당의 전격 등원으로 일단 파행은 면했으나, 막대한 새해 예산안 처리를 비롯한 정치개혁이나 민주당의 계속적인 대여 강경투쟁 일변도로 치닫는다면 원만한 국회운영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