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12년 전의 분노, 스크린에서 폭발! 1997년 4월 8일 밤 10시경, 이태원에 있는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참혹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무고한 시민인 대학생을 10대 미성년자 한국계 미국인들이 살해했다는 것. 재미로 사람을 죽인 한국계 미국인 피어슨(장근석 분)과 알렉스(신승환 분)는 서로에게 범행을 떠넘기고, 담당 검사 박대식(정진영 분)은 혼란에 빠진다. 그러나, 모든 물증과 심증이 알렉스에게 불리하게 기울고, 박 검사는 알렉스가 무기징역을 선고받도록 하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그는 8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대법원에서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 선고를 받고, 8.15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피어슨이 미국으로 출국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이 사건은 지금까지 미해결 사건으로 남아 있다. 영화는 두 용의자의 진술에 따라 그들의 행동이 화면에서 재연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박 검사의 시선에서 용의자를 바라보기 때문에, 박 검사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는 알렉스가 범인이라고 생각되다가도, 피어슨의 의심스러운 표정·행동 등이 포착될 때는 박 검사처럼 혼란에 빠지기도 한다. 영화는 끝까지 누가 확실한 범인인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때문에, 관객은 용의자들의 무시무시한 범행을 보면서 분노하여 범인을 찾으려고 애쓰지만, 엔딩에서 그들이 풀려날 때 검사의 허탈함과 유족들의 허망함, 조국에 대한 분노까지 함께 느끼게 될 것이다. <이태원 살인사건>엔 이태원이 없다?! <이태원 살인사건>의 언론시사회가 8월 31일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렸다. 언론시사회 후에 가진 기자회견에는 홍기선 감독을 비롯하여 정진영·장근석·신승환·고창석 등 주요 배우들이 참석, 작품에 대한 소회와 에피소드 등을 이야기했다. 특히, 정진영은 <이태원 살인사건>이 할리우드류(流)의 스릴러가 아니라 한국의 정서를 담은 ‘막걸리 스릴러’라고 강조했다. 이 사건을 영화화하게 된 기획 의도와 관전 포인트는 무엇인가? 우연히 조중필 군의 사이트에 들어가게 됐는데, 그의 가슴 아픈 이야기에 끌렸다. 특히, 미제로 끝난 사건이기 때문에 시나리오를 푸는 데 어려웠다. 또, 이태원의 한 햄버거 가게에서 일어난 이 사건은 한미 간의 관계, 그 당시 사회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인의 피가 흐르지만 생각과 행동은 미국인인 아이들이 이태원이라는 장소에서 사건을 벌이게 되는데,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인 아이들의 입장도 생각해보면서 영화 속에 담아보려 했다(홍기선 감독). 처음 연기하는 검사 역할이 어렵지는 않았나? 검사 역을 위해 검찰청 견학도 하고 검사들과 인터뷰도 하고 함께 술도 마시면서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어떤 인물을 표현해야 하나 등 탐구 작업을 계속해왔다. 그 결과 지금의 인물이 탄생했다(정진영). 데뷔 첫 악역인 용의자 역할을 맡으면서 이중적 캐릭터 연기에 도전했는데, 이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내가 과연 범인일까. 아닐까’에 초점을 두고 생각을 많이 했다. 마지막까지 감독님께서는 이에 대한 힌트를 주지 않아 답답했지만, 내가 범인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연기했다. ‘사건을 저지른 건 우리가 맞지만 내가 죽이지는 않았다’는 영화 속 논리 그대로 생각하고 연기했다. 나아가, 아버지는 멕시칸이고 어머니는 미군 부대 한인 여성인 18살 아이, 국적은 미국이지만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아이에 집중하려고 했다. 그리고, 선천적인 악역은 없다고 생각한다. 피어슨은 정체성의 혼란기와 과도기를 겪는 인물이고, 어찌 보면 사회가 피어슨이란 인물을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건을 겪으면서 느끼는 대중의 시선과 반응은 18살 아이에게는 힘겹고 버겁고 지치게 했을 것이다. 단순한 사건의 용의자가 아닌 ‘내가 18살이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으로 연기했다(장근석). 아버지 역의 고창석과는 위로 8살 차이고, 친구로 나온 장근석과는 아래로 8살 차이다. 연기하기 힘들지 않았나? 촬영기간 동안 최대한 거울을 안 보려고 했다(웃음). 그리고 ‘나는 소년이야, 18살 소년이야’라고 자꾸 되뇌었다. 아버지 역으로 나온 고창석 형님과는 나이 차가 나 보여 다행이었다. 선배님이 노안(老顔)이어서 연기하기 쉬웠다(웃음). 근석이와 한 연기에서는 그의 도움이 매우 컸다. 외국인 친구라는 설정처럼 격을 차리지 않으면서 편하게 대해주려고 노력하더라. 근석이가 아니었으면 큰일 날뻔 했다(신승환). 나는 내가 노안이라는 말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수염만 깎으면 나도 동안이다(고창석). 촬영 에피소드는? 영화는 <이태원 살인사건>이지만, 이태원에서는 딱 한 번 촬영했다. 영화 속에서 90년대의 혼돈스러운 모습을 담아내고자 했는데, 지금의 이태원은 그런 모습이 많이 사라져, 송탄에서 일부 촬영하고 클럽 장면만 이태원에서 찍었다(장근석). 흥행 부담은 없나? 솔직히 이번 작품은 상업적인 느낌이 적어서 좋았다. 소박하게 관객들을 만나고 함께 대화를 많이 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복이 있는 영화라서 배급도 큰 곳에서 맡아주고, 마치 고인이 도와주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흥행 스코어에 대한 부담보다는 감독님과 함께할 수 있어 감사드리고, 정진영 선배님과 함께해서 즐거웠다. 승환이 형은 반가웠고, 고창석 선배님은 절대 노안이 아니다(웃음, 장근석). 끝으로, 관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작품은 홍 감독님 전작들의 전통을 잇는 작품이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가슴 아픈 사건들을 담담하고 자극적이지 않게 느낀대로 보여주고 있다. 처음 이 작품은 완성이 목표였다.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고, 고인의 은덕도 있었다(정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