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민주당 통합 ‘구두선’인가

동교동-박지원 ‘DJ 유언’ 갈등, 정동영·한화갑 복당 지연

  •  

cnbnews 제134호 박성훈⁄ 2009.09.08 10:49:35

정치권에서 ‘화해와 통합’이라는 진취적인 화두가 입에서 입으로 활발하게 회자되고 있지만, 아직 진정한 통합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화해’라는 수사를 먼저 보자면, 민주화 동지이면서도 대결구도를 조성해 갈등을 빚어온 상도동계와 동교동계가 재화합 움직임을 보이는 모습이 화합의 실천으로 비쳐지고 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는 9월 10일 회동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 국장을 계기로 이루어진 민주화추진협의회의 월례총회를 겸한 모임이다. 동교동계 관계자는 “김 전 대통령의 국장기간에 조의를 표해준 데 감사의 뜻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도동계인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 역시 “한광옥 전 민주당 대표가 국장 기간에 고생을 했다면서 식사를 같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8월 26일로 예정됐다가 ‘김 전 대통령의 49재 기간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동교동계가 간청(?)해 연기된 김영삼 전 대통령 주최 만찬회동도 10월 중순경에 성사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 계파는 이번 회동에 대해 정치적 의미는 없다고 밝혔지만, 정가에서는 김 전 대통령 서거 뒤 정계의 화해 무드에 따라 지역갈등을 극복, 국민통합에 매진하자는 취지인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통합’의 실천사례는 아직 정치권에서 관측되지 않고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민주당을 둘러싼 진영에서는 혼란이 반복되고 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언을 두고 민주당의 원외 원로격인 동교동계와 민주당 박지원 의원 간에 갈등이 노출됐다. 민주당의 복당을 추진하고 있는 한화갑 전 대표와 무소속 정동영 의원의 당 복귀 시기는 ‘9월이다’ ‘10월이다’ 하면서 차월피월 소문만 무성하다. 민주노동당 등 진보 정당과 사회시민 세력은 통합이라는 화두에 적극 반응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통합이 ‘민주당의 아버지’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던진 화두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민주당에서는 언중에만 머무는 수사가 됐다. 동교동계, DJ 유언 진위 여부 의혹 제기 동교동계와 민주당 박지원 정책위의장의 갈등은 김 전 대통령이 ‘정세균 대표를 중심으로 통합하라’는 유훈을 남겼다고 박 의장이 주장하면서 촉발됐다. 박 의원은 8월 24일 “민주당은 정세균 대표를 중심으로 단결하고 야 4당과 단합하라”는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유언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동교동계에선 ‘DJ의 유지를 갖고 자기 정치를 한다’는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1일엔 동교동계의 막내 장성민 전 의원이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의원이 공개한 유언에 대해 “세계적인 지도자가 남긴 마지막 유언 치고는 평소의 정치철학과 생각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라며 진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동교동계 민주화 선배들이 우려하고 있다”며 “애도 기간에 (유언으로) 정치적 이슈를 만들어 사회적 파장을 낳는 것 자체가 DJ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김 전 대통령은 정치인 가운데서도 거짓말하는 사람을 제일 싫어했다”며 “DJ의 유지를 이어가는 일에 사심이 개입돼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사실상 동교동계의 1차 공개 경고인 셈이다. 이에 박 의장은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그런 말에 일일이 대꾸할 필요가 없다”며 “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기를 공개할 때도 비서관들과 전부 협의하고 이희호 여사님의 허락을 받았다. 내가 독단적으로 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향후 민주진영 통합론을 두고 정세균 대표와 박 의장 등 민주당 지도부와 동교동계의 주도권 다툼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권노갑, 맏형 노릇 위해 국내 체류 이런 가운데,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이 미국행을 접고 국내에 체류하기로 결정한 일은 주목할 만하다. 권 전 고문 측은 9월 2일 한 언론을 통해 “건강 문제도 있고 해서 일단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국내에 계속 머물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말 1년 일정으로 하와이대 방문교수 자격으로 유학을 떠난 권 전 고문은, 7월 말 김 전 대통령이 폐렴으로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급거 귀국했다. 권 전 고문의 국내 체류를 놓고 다양한 분석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권 전 고문이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재결집한 동교동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동교동계 인사들도 이구동성으로 권 전 고문의 현실정치 참여는 아니라고 말한다. 동교동계의 맏형 역할을 할 것이라는 얘기다. 동교동계의 한 인사는 “권 고문 등은 현실정치에 김 전 대통령이 이용되는 것에 대한 위기의식이 크다”면서 “김 전 대통령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고인의 뜻이 왜곡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 통합 논란 하지만 정작 김 전 대통령의 유지를 실천하겠다고 공언한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민주개혁 통합에 논란을 빚고 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8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무소속 정동영 의원의 복당 문제와 관련하여 “혁신과 통합의 원칙과 우선순위에 따라서 적절하게 처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7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정동영 복당에 대해 “현재로서는 당의 분란이 일어나거나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일을 들춰낼 적절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힌 것보다 크게 유연해진 입장이란 평가가 주류였다. 하지만, 통합의 우선순위와 관련, “소위 친노세력이 우선순위이고,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 함께했던 전문가 집단 및 관료 집단, 시민사회를 비롯한 전문가 집단”이라고 말해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8월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통합을 하는데 선택과 단계가 있을 수 있느냐. 통합의 대상은 모든 정치세력이 망라돼야 한다”며 “분열과 분립은 반드시 공멸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 대표가 “통합은 민주당을 리모델링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 주장이 너무 나가고 있다”고 말했고, 박 최고위원이 “통합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 등 설전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의 방향과 대상을 놓고 자칫 민주당이 분열로 치달을까 걱정이다”라는 한 최고위원의 말은 당내 우려를 보여준다. 이강래 원내대표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당 쇄신과 통합을 위한 기구가 출범하면 정동영 의원과 한화갑 전 대표 등 동교동계의 복당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 통합기구가 출범하면 정 의원 등의 복당 문제를 공론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강창일·문학진 의원 등은 “통합의 순서를 운운한 데엔 무슨 꼼수가 있는 것 아니냐” “통합에 어떻게 조건이 붙을 수 있느냐”고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실정치 재개를 준비하고 있는 한화갑·한광옥 두 전직 민주당 대표와 정동영 의원의 복당 문제로 통합론이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동교동계 일각에서는 복당 문제가 해결이 안 된다면 ‘구심점 잃은 호남’에서 중심 세력이 돼 따로 지방선거를 치르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정동영, 복당 물밑작업 계속 정동영 의원의 복당 의지는 강하다. 정 의원은 인터넷 방송 야후코리아 ‘송지헌의 사람인’과의 인터뷰에서 “당의 주권자가 당원이냐, 당의 주인이 지도부냐,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잠시 당의 옷을 벗지만 다시 국회로 돌아와 힘을 보태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의원은 지난 8월 29일 오후 전북 완주군의 한 호텔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들의 연구모임인 ‘민주연대’ 워크숍에 참석했다. 지난 4.29 재선거 과정에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 당선한 정 의원은 최근 민주당과의 접촉면을 확대하고 있어 복당론이 확산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정 의원은 29일 전북 완주에서 1박2일 일정으로 개최한 민주연대의 워크숍에 고문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날 워크숍은 이종걸·최규성 의원 등 10여 명의 전현직 의원들이 참석한 정치적 모임이다. 정 의원이 미디어법 원천무효 집회 등 민주당이 주도하는 행사에 참여한 적은 있었지만, 정치적 결사체 성격을 갖고 있는 모임에 공개적으로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의원은 이날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켜, 인사차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던 몇몇 의원과 보좌관 등은 많이 당황했다고 한다. 당 통합혁신기구가 관건 이날 모임에서 정 의원의 복당 문제가 정식 안건으로 논의된 것은 아니지만, 참석자들은 정 의원의 복당에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연대는 지난 4.29 재선거 직후 “선거과정에서 초래된 당내 갈등을 조속히 해결하고 민주개혁 진영의 대연합·총단결을 통한 이명박 정부 심판과 민주주의 전진의 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공식성명을 내 정 의원의 복당을 우회적으로 옹호하기도 했다. 박주선 최고위원도 지난 8월 27일 정 의원 복당과 관련, “민주개혁세력의 대동단결과 통합을 부르짖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인에 대한 복당이 불허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이 안 된다”며 “대승적인 차원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미애 의원도 최근 “정당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 하지 말고 통 크게 받아들이고, 여러 평가는 본인과 국민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그간 미디어법 철회를 위한 서명운동에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하면서 ‘감성연대’의 폭을 넓혀왔다. 매주 용산참사 추모 미사에도 빠짐 없이 참여하고 있다. 민주당은 친노(親盧)·시민단체 등으로 나눠진 야권을 규합하기 위해 당 안에 ‘통합과 혁신기구’를 추진하고 있다. 당 밖으론 야권성향의 정당과 단체 리더들이 참여하는 ‘민주지도자회의(가칭)’를 제안했다. 민주당의 통합 움직임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주목된다.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