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선진당 심대평 전 대표의 갑작스런 탈당에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이회창 총재와 함께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는 전국 정당화와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창했던 그가 이 총재와의 결별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는 내년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충청맹주 자리를 놓고 한바탕 ‘昌-沈’‘의 전면전이 예상될 뿐 아니라, 선진당의 존속 여부와도 깊은 관계가 있다. 또한 이와 관련, 청와대와 이 총재의 끊임없는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어, 향후 이들의 행보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靑-昌 진실공방 ‘점입가경’ ‘충청총리론’에 입각한 ‘심대평 총리설’과 관련해 이 총재와 청와대의 진실공방은 이미 도를 넘어섰다. 이명박 정부가 2기 개각을 단행하면서 이른바 ‘통합형 총리’라는 명분을 세워 ‘심대평 총리설’이 탄력을 받고 있었으나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심 전 대표와 이 총재의 갈등의 폭은 커져, 결국 심 전 대표가 8월 3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회창 총재와 당을 같이 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히면서 자유선진당을 떠나고자 한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심 대표는 이 총재를 향해 실망감을 넘어선 비난 섞인 발언들을 퍼부었다. 심 대표는 “정치공작을 위해 총리직을 미끼로 활용하고 있다”며 “나를 정치적 술수와 모략의 중심이라고 매도하는 편협한 사고와 저급한 인식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고 총리직을 더 이상 폄하시킬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후 심 대표가 탈당 이유로 밝힌 ‘정치공작’의 전모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한나라당 여성 의원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이 총재가 (심 전 대표를 총리로 보내는 대신) 강소국연방제를 약속해 달라는 요청을 두 번이나 했다. 하지만 이는 개헌이 필요한 사안이라서 약속해줄 수 없었다. 그래서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즉, 이 총재의 강소국연방제 주장이 걸림돌이었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의 지론인 강소국연방제는 우리나라를 6~7개의 ‘강소국(强小國)’으로 구성된 연방국가로 만들자는 생각이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즉각 해명에 나섰다. 이 총재는 “세종시를 원안대로 건설할 것과 강소국연방제 추진에 동의할 것 등 두 가지를 요구했는데 청와대는 모두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총재는 “청와대가 세종시 건설 문제를 원안대로 추진해 달라는 요구에 어렵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심 전 대표가 총리로 오면 (세종시 원안 문제에 대해) 지역민을 설득하는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 결국 정부가 심 전 대표를 총리로 기용해 세종시 원안 추진을 희석시키려고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총재는 “강소국연방제는 하나의 프로그램이고, 종국적 국가 과제로서 동의를 했으면 한다고 (청와대 쪽에)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소국연방제가 ‘심대평 총리’의 전제 조건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오히려 “강소국연방제 문제로 들어가기도 전에 세종시 현안부터 걸렸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이어 “(교섭 내용은) 비공개로 이야기한 것이어서 말하지 않으려 했지만 이 대통령이 마치 내가 되지도 않을 요구를 해서 총리 기용을 방해한 것처럼 해석되는 언급을 해 부득이 내용을 밝힌다”고 말했다. 이들의 진실공방을 통해 한 가지 알 수 있는 분명한 사실은 심대평 총리 카드를 들고 청와대와 이 총재가 한바탕 두뇌 싸움을 벌였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심 전 대표의 실망감은 이 총재에 대한 원망과 함께 다른 길을 걷게 만든 원동력이 됐다. 탈당 파장 어디까지? 이 총재와 심 전 대표가 앞장서서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는 전국 정당화와 새로운 정치패러다임을 구현하기 위해 창당한 당이 선진당이다. 따라서 심 전 대표의 탈당은 선진당의 아픔일 수 밖에 없다. ‘심대평 탈당’은 선진당에 예상보다 빨리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심 전 대표의 탈당 바로 다음날인 8월 31일 충남 연기·공주·계룡 단체장과 시의원들이 줄줄이 연쇄 탈당했다. 이준원 공주시장과 유한식 연기군수, 최홍묵 계룡시장 등과 3명의 충남도의원, 공주·연기·계룡·논산의 기초의원 20여 명이 탈당한 것은 물론, 이 밖에도 충남도당 당직자와 당원, 대전시당 당원 등이 심 대표를 따라 탈당했다. 9월 3일에는 충남도당 신관호 사무처장을 비롯한 당직자 다섯 명이 오후에 ‘당직 사퇴서’를 제출하고 탈당을 선언했다. 이처럼 심 대표의 탈당 이후 선진당을 떠나는 당원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으나, 그 폭은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여권에 세종시와 강소국연방제를 ‘총리직 빅딜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것이 심 전 대표의 탈당 사유인 것으로 알려진 이상 충남 민심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탈당에 동참한 3개 지자체는 충남의 핵심지역이며, 그 중에서도 연기·공주는 ‘세종시’ 지역이라는 점에서 선진당이 입을 파장은 말할 수 없이 크다. 또한 이른바 ‘심대평파’로 불리는 권선택(대전 중구)·김낙성(충남 당진) 의원은 충격과 혼란 속에 충남의 연쇄탈당에 동요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후 선진당은 ‘심대평 후폭풍’ 차단에 안간힘을 쓰며, 심 전 대표의 마음을 돌이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청와대와 이 총재가 진실공방을 벌이는 것 역시 심 전 대표의 오해를 풀려는 이 총재의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하지만 심 전 대표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걸어간 듯 보인다. 심 전 대표는 9월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이회창 총재를 겨냥해 “본질이 무엇인지 반성하지 않고 네 탓이냐 내 탓이냐 누구 탓이냐 이렇게 책임을 전가하고 회피하려는 자세, 이게 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심 전 대표는 이회창 총재가 전날 심 전 대표에게 다시 돌아와 달라고 공개적으로 복당을 요구한 데 대해 “충청인들에게 들으라고 한 립 서비스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한편, 당장 정기국회에 원내교섭단체 자격을 상실한 선진당은 다급해진 마음으로 무소속 이인제 의원과 창조한국당에서 교섭단체 불참을 선언한 유원일 의원에게까지 러브 콜을 보내고 있다. 탈당에 대처하는 선진당의 자세 충청은 역대 대선에서 언제나 캐스팅 보트 자리를 차지해왔다. 충청의 정치지형 변화는 곧 정치권 전체의 권력지형 변화, 정계개편의 서막으로 봐도 무관하지 않다. 특히 대선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심대평 탈당’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심대평 전 대표는 탈당과 함께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의 미래정치를 위해 정치신인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혀 ‘신당창당’ 가능성을 거의 공개적으로 열어놓았다. 어쩌면 ‘충청 신당’ 창당은 예견된 수순으로 보인다. 만일 심 전 대표의 신당창당이 현실이 될 경우,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충청맹주 자리를 놓고 ‘昌-沈’의 ‘충청대전’이 벌어진 가능성이 농후하다. 심 전 대표의 신당창당은 충청의 민심을 둘로 갈라, 충청에 기반을 둔 선진당에 큰 타격을 줄 것은 불 보듯 뻔하며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 선진당은 지금 당장은 교섭단체 요건 만들기에 분주한 모습이지만, 장기적으로 다각도의 수를 동시에 두면서 살길을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선진당은 ‘야권연대’를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야권연대는 민주개혁진영과의 연대라기보다는 ‘보수야권 연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선진당이 여권과 완전히 대립각을 세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여야를 넘나들면서 ‘몸값 올리기’나 ‘세종시 해결’을 위해 당분간 ‘대여투쟁’으로 9월 국회에서 야권공조를 강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 중 하나의 시나리오로 대선에서의 ‘보수야권 연대설’이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김대중·노무현을 선택했던 충청의 민심은 반드시 영남 성향으로도, 호남 성향으로도 판단하기 어렵다. 특히 심 전 대표의 탈당으로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충청 민심을 잡기 위해 야권연대 추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와 관련, ‘반(反)한나라당’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는 친박연대와의 당 대 당 통합 전망도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는 충청에 기반을 둔 선진당과 대구·경북에 기반을 둔 친박연대가 통합되고, 여기에 호남에 기반을 둔 호남신당이 연합된다면 새로운 정치 세력으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얘기가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