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용호 국세청장 취임 이후 국세청이 정기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타깃은 역시 금융권이다. 7월에 은행권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하더니, 지난달부터는 보험사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보험사가 특별히 세금을 탈루했다거나 혹은 어떤 의심이 들어서가 아니다. 국세청에서 법에 따라 당연히 실시할 권한이 있는 정기 세무조사 차원에서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런데 국세청의 정기 세무조사에 대해 보험업계는 다각적인 해석을 내놓으며 숨은 뜻 찾기에 분주하다. 보험업계와 금융권, 재계 관계자들은 국세청의 보험업계 세무조사를 직전 은행권 세무조사와 연계하여 해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기 세무조사일 뿐”이라고 일축하면서도 “만약 숨은 뜻이 있다면 2차 재계 구조조정에서 정책적 협조를 당부하는 무언의 요청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발언을 하면서도 이번 세무조사와 관련하여 상당히 말을 아꼈다. 그러나 보험업계에서는 대체적으로 이번 세무조사가 국가의 세무체계를 다잡기 위한 순수한 의도의 정기 세무조사만은 아닐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분위기이다. 보험업계 집중 세무조사 기획성 의심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세무조사의 시점이 청와대의 이명박 대통령과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의 “중단 없는 재계 구조조정” 선언과 묘하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사실 지난해의 구조조정은 이명박 대통령과 금융감독 당국의 강력한 의지 천명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의 적극적인 협조가 부족했다. 일부 은행은 대통령의 눈치를 보면서 채무 계열 그룹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기는 했지만, 대상 기업을 향해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하지 않았고, 재벌들의 버티기로 원하는 만큼의 성과와 속도가 나지 않았다는 평가이다. 심지어 재계는 일부 시민단체 및 정치세력 등과 연계하여 이명박 대통령의 구조조정 선언에 대해 “군사정권 시절로의 회기”, “시대착오적이며 권위주의적인 발상”이라면서 강력한 반발을 보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번 세무조사가 2009년 상반기 실적 신용 중간평가 실시를 시작으로 준비된 두 번째 구조조정 돌입에 앞서 금융권의 군기 잡기 차원에서 벌어진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백용호 국세청장이 취임 이후 1차로 은행권 정기 세무조사를 벌였고, 2차가 현재 진행 중인 보험사 세무조사라면, 다음에는 증권업계 및 비은행권 세무조사가 준비됐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4년~5년 만에 첫 세무조사 이 같은 추측의 근거는 보험사의 세무조사가 뜬금없다는 점과 면면을 살펴봄직한 것이다. 지난달 이후 정기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보험사는 ING생명·녹십자생명·LIG손해보험·제일화재·AIG손해보험·현대해상 등이다. 이 중 현대해상은 4년 만에, AIG손해보험 5년 만에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또 녹십자생명의 경우 지난 2003년 영업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세무조사란 것을 받았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도 특별한 책임 추궁과 탈루 혹은 소비자 피해 등에 대한 추궁 등 집중조사도 없었다. 오히려 보험사업 내용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들을 전반적으로 조용히 살펴보며 간간히 질의 응답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현대해상과 ING생명에 특별히 세무조사를 해야 할 사항이 생겨서 그런 것은 아니며, 단지 정기적 세무 점검 차원일 뿐”이라고 말했다. 현대해상, “털어도 먼지 안날 것” 현대해상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는 지난 17일부터 시작됐다. 국세청에 따르면, 현대해상 세무조사에 투입된 인원은 서울지방국세청의 조사1국 소속 조사반 요원들이다. 이들은 대기업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조직으로, 주로 오너 일가의 탈세·탈루, 비자금 조성 등 불법적 행위를 적발해내는데 국세청 조직 최고의 전문성을 자랑하는 팀이다. 국세청과 현대해상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오는 11월까지 현대해상으로 출근하며 정기 세무조사를 벌일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현대해상의 관계자는 “세무조사라는 것 자체가 조금 긴장되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회계처리도 보수적으로 해왔고 정기적으로 외부감사 및 자체조사 등으로 문제를 점검해오고 있기 때문에 이번 세무조사에서도 당당하다”고 말했다. AIG손해보험은 지난 2004년 이후 5년만에 처음으로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현대해상과는 달리 국제거래 과정에서 세금탈루 및 조세포탈 등 국제적 비위를 적발하는데 전문성을 갖춘 조직에서 조사요원 5명을 파견했다. 이는 AIG손해보험이 미국에 본사를 둔 외국계 금융회사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세청에 따르면, AIG손해보험의 세무조사는 막바지에 이르고 있으며, 오는 10월 초 추석을 전후로 세무조사를 마칠 예정이다. AIG손해보험 세무조사의 콘셉트는 그동안 AIG손해보험이 사업규모, 미국 본사와의 입출금 내역, 사업실적 등 회사 현황에 대해 기존에 국세청에 신고한 내용이 적정했는지에 대한 집중적인 검증이다. AIG손해보험의 관계자도 “우리에게 무슨 문제나 혐의가 있어서 조사하는 것이 아니고, 세무조사를 받은 지 5년째에 받는 정기 세무조사 차원이다”라며 “큰 문제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반적 조사에 최고수사관들 배치한 이유? 결국 지난달 이후 실시되는 보험회사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는 말 그대로 정기적 점검일 뿐 기업에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백용호 국세청장이 지난달 14일 취임일성을 제시한 4년 주기 순환 세무조사라는 발언에 대해 “예측 가능한 선언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이번 세무조사를 현대해상·AIG손해보험·녹십자생명 등 개별 기업을 향한 것이 아니라 보험사 전체에 대한 위력과시용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각 보험사에서 어떤 비위 사실이 적발됐느냐보다는 현대해상·AIG손해보험에 파견된 세무조사 요원이 어떤 조직이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국세청이 보험업계를 향한 정기 세무조사에 조직 최고의 비위 적발 전문가들을 파견한 것 자체가 결국 위력과시 차원이라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