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의 매각 대상이 점점 좁혀짐에 따라 M&A가 의외로 빨리 끝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 6월 박찬구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입에서 재매각 선언이 나온 이후 진로에 대해 재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이때까지 M&A 시장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대우건설을 인수하려는 후보군으로 거론된 곳은 포스코·삼성·LG·한화·두산 등 국내 재벌 그룹들과 미국·일본·유럽·중국 등 외국의 주요 기관투자자들로 난립돼 있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 중 삼성그룹을 포함한 일부 후보군들은 증권시장 및 M&A 시장의 거론 내용과는 상관없이 내부적으로 대우건설 인수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즉 아무 것도 시작되지도 진행되지도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은 후보군이 포스코와 LG로 압축되는 모양새다. 대우건설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외 여러 자본들 중에 가장 먼저 제외된 곳은 미국과 일본의 건설업체 및 투기자본들. 지난 3일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기업 구조조정 일정과 관련하여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는 국내 재벌 기업군들 중에서 올 해 말까지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일본과 미국 등의 기업군들은 대우건설 매각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뜻이다. 사실상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대우건설을 가져갈 것으로 유력시되던 곳은 미국의 A사이다. 이곳이 대우그룹과 관련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진을 향해 가장 적극적인 액션을 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의 선언으로 A사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대우건설 매각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된 셈이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A사는 미국의 금융회사, 즉 투기자본”이라며 “동사가 경영권을 인수한 후 대우건설을 안정적인 국내 굴지의 건설사로 계속 키워나가기 보다는 투자수익의 극대화 및 조기 회수에 더 관심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우건설의 빠른 재매각을 통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부실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의 자금을 회수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매각 후 대우건설이 국내와 세계 건설시장에서 현재의 위상을 유지하며 향후 계속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A사뿐 아니라 대우건설에 관심있는 해외 자본들 중 대부분이 해지펀드라는 점이 대우건설 매각을 국내 재벌기업으로 한정한 이유라는 것이다. 한화그룹 갑자기 ‘부정’으로 선회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대우건설 M&A 대상에서 해외자본 제외를 명시적으로 선언한 이후, 금융권과 M&A 시장에서는 한화그룹을 예의 주시하기 시작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서 실패한 바 있다. 당시 한화그룹은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위한 MOU까지 체결했었다. 그러나 김승연 회장이 본계약에 자신의 이름을 적고 돈을 지급하기만 하면 모든 일이 끝나는 시점에서, 세계적 금융시장의 위기로 대우조선해양의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변수가 나왔다. 이로 인해 한화는 산업은행에 가격 조정을 요구했고, 그에 대한 갈등으로 결국 매각협상이 결렬됐었다. 따라서 한화그룹은 산업은행에 지불할 매각대금을 고스란히 현금 보유하고 있다. 사실 한화그룹 외에 LG그룹 구본무 회장과 포스코그룹 정준양 회장이 대우건설 인수를 통한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성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한데다, 두 그룹이 재계 서열상 한화그룹보다 윗줄에 있다지만, 시장은 한화그룹에 더 많은 점수를 줬다. 이와 관련, 한 투자자는 “물론 구본무·정준양 회장도 만만치 않은 상대”라면서, “하지만 산업은행 등 당국에서 대우건설 매각 협상자 선정을 국내 기업 중에서 올해 말까지로 한정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올해 말까지 자금 마련과 협상일정 등 모든 것을 전격적으로 마련하여 협상 테이블로 올 수 있는 기업은 현 시점에서 한화가 가장 유리하다는 뜻이다. 포스코와 LG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려면 참여 가능한 계열사 선정과 투여 자본의 조정 등 내부 조율 등을 거쳐야 하지만, 한화그룹은 이 같은 과정이 필요 없다는 점에 주목한 것. 이 때문에 시장 일각에서는 마치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대우건설 인수가 기정사실인 것처럼 소문이 돌았고, 유가증권시장본부도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화그룹의 대우건설 인수설의 사실 여부에 대한 조회공시를 띄우는 등 분위기 잡기에 나섰었다. 그러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 10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회의 장소에 대기 중인 취재진들을 향해 “대우건설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천명했다. 이를 기점으로 대우건설 매각은 또 다른 국면으로 전환됐다. 사실상 금융 당국이 원했고 투자자들이 유력하게 전망한 한화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그림이 백지화됨에 따라 시장은 다시 포스코와 LG그룹에 주목하게 됐다. LG그룹 유력 인수 대상자로 부상 이와 관련, 시장의 반응은 포스코와 LG그룹 어느 쪽에도 크게 가능성을 점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재계에 따르면, 구본무 회장을 비롯한 LG그룹 경영진이 대우건설 인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LG그룹은 GS그룹과의 계열분리 이후 건설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생산공장 설립, 사원주택 건설 등 그룹 내 건설 수요는 모두 GS건설에서 감당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신사협정은 사실상 사라졌다는 것이 재계의 관측이다. 실제로 범LG 가문인 LG그룹·GS그룹·LS그룹·LIG그룹 중 건설 계열사를 보유하지 않은 곳은 LG그룹뿐이다. LIG그룹은 이미 오래 전에 LIG건설을 통해 건설시장에 진출해 있는 상태이고, LS그룹도 지난 4일 한성을 계열 편입하면서 한성피씨건설을 통해 건설시장에 진출했다. 또 GS그룹의 GS건설은 국내 건설시장의 4대천왕 중 하나로 불리지만 사실상 현대건설과 함께 국내 건설시장을 나눠 먹는 빅2의 맴버이다. LG그룹의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구본무 회장의 건설업 열망은 지금도 끊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GS그룹과의 협약 때문에 자제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 이와 관련,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본무 회장이 건설업에 참여하려면 LG그룹의 위상에 비춰 LIG건설이나 한성피씨건설 등 중견 건설업체로는 부족하다”며 “GS건설 수준의 건설사를 원하고 있는데 그 정도 건설사로서 매물로 나온 곳은 사실상 대우건설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