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림동에 김 씨가 고급 레스토랑을, 그것도 대형으로 야심차게 창업한 것은 처음부터 ‘잘못된 만남’이었다. 중림동은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긴 하지만 노령인구의 비율이 비교적 높으며, 소상인들이 많다. 그리고 주변의 직장인들은 대부분 점심엔 저렴한 비용으로 식사를 하고, 퇴근 후에는 주로 삼겹살이나 호프 등 간단한 ‘한잔’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곳에서 시작한 최초의 레스토랑 창업은 소비 패턴조차 전혀 의식하지 않은 무모한 창업이었다. 현재 김 씨의 점포에서는 과거 레스토랑건물을 약간 손만 본 상태에서 중국 음식을 취급하고 있다. 이는 마치 수영장에 정장을 입고 가는 것과도 같다. 부담 없는 한 끼 식사로는 너무나 고급스러워 보이는 외관 때문에, 소위 말하는 ‘중국집’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고객들이 들어나 가볼까 하는 엄두조차 내지 않는다. 기존의 중국집에 대한 인식을 업그레이드한 것은 좋으나, 어울리지 않는 와인 진열대와 부담스러운 인테리어 때문에 재방문율이 떨어진다. 스테이크를 주문하고 칼질을 해야 할 것만 같은 이 분위기에서 자장면·짬뽕을 먹는다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이질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1층 야외 테라스에서 맥주 및 BBQ 요리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저녁식사 이벤트를 진행 중이나, 역시 반응은 별반 신통치 않다. 지역 소비 패턴 파악…정확한 입지 다져야 조금만 생각해보면 간단한 일이다. 이 식당의 자장면 가격은 6,000원인데, 이는 중림동 일대의 중국집들 중에서 가장 높은 금액이다. 그리고 너무나 고급스러워 다가가기조차 힘든 외관에도 문제가 있다. 고급화되어 고객이 꺼린다면 친근함으로 무장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된다. 짬짜면이나 저렴한 세트 메뉴, 배달 서비스 등 고객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전략을 구사한다면 기존의 고급 이미지를 타파하고 친근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중국 음식점이라는 이미지로 거듭날 수 있다. 일찍이 서울의 중심지 중 하나였던 이곳은 전통과 특색을 두루 갖춘 음식점들이 대거 위치해 있다. 그들의 장수비결은 하나같이 ‘저렴한 가격’, ‘특색 있는 맛’, ‘푸짐한 양’ 등이다. 이는 주변 직장인들이 저렴하고 간단한 식사를 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자는 ‘정명정신’을 주장했다. 사람은 사람다워야 하고, 중국 음식점은 중국 음식점다워야 한다. 초기 창업 시 소요된 비용이 다소 아깝더라도 ‘중국 음식점다운’ 인테리어로 새 출발하길 권한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대표는 “초기 창업 아이템 선정 시 창업자의 고집대로 진행하기보다 지역 주민들의 평균 외식지출비용, 선호하는 아이템, 소비 패턴 등을 파악하여 시작하는 전략이 중요하다”며, “초기에 많은 비용을 들인 게 아깝더라도, 업종을 변경할 때는 반드시 재차 조사하고 인테리어 등을 변경할 업종에 맞추어 새로이 단장하는 것이 실패의 확률을 줄여준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