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당 대표 취임 이후 하루에 많게는 9개에서 적게는 4개의 스케줄을 소화해 내며 안으로는 당심 잡기에 힘을 쏟고 바깥으로는 민심을 잡기 위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일, 10월 재보선 양산 출마를 위해 당 대표직을 던진 박희태 전 대표로부터 대표직을 승계한 그의 행보는 청와대와 야당 등 정치권뿐 아니라, 노량진 시장과 종교계 인사들에 이르기까지 대상과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정치권은 당내에서 내년 2월 조기 전당대회론이 그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 아닌 몸으로 실천의 리더십을 보여주면서 그가 여권의 주류로 거듭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취임 첫날 공식 스케줄만 9개, 하루 평균 4개 이상 일정 소화 정 대표는 지난 8일 경남 양산 재선거에 몰입하기 위해 사퇴한 박희태 전 대표를 승계한 뒤 청와대와 야당·종교계·민생현장 등을 찾는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취임 첫날인 8일 노량진 수산시장 방문을 시작으로 총 9개의 일정을 소화했다. 국립현충원 방문 후에는 중앙당 순방, 당-시·도지사 정책협의회에 참석했다. 그리고 오후에는 김형오 국회의장과 민주당 정세균 대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를 차례로 면담했다. 이튿날에는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상견례를 겸한 첫 정례회동을 통해 신고식을 가졌고, 이 대통령과 20여 분 간 독대하여 ‘당·정·청 소통’과 현안 등을 논의했다. 이후 친박연대 이규택 대표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 등 야당 대표들도 만났다. 이어 10일에는 불교 및 천주교·기독교 등 종교계 지도자 등을 찾아 취임 인사를 했다. 또한 11일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을 예방한 데 이어, 임진강참사 희생자 합동빈소가 차려진 일산 동국대 병원을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고,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를 만났다. 취임 후 일주일을 바쁘게 보낸 정 대표는 휴일도 반납한 채 바쁜 일정을 소화했고, 고삐를 늦추지 않은 채 14일에는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와 면담을 갖고, 오후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15일에는 한나라당 기독인 조찬기도회에 참석한데 이어, 낮에는 시도당 위원장들과 오찬을 갖고 당 안팎의 현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이에 앞서 당 사무처 실·국장과 상견례를 갖고 당의 민주적 운영에 앞장서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어 친박 핵심 인사인 유정복 의원의 한국전통무예총연합회 총재 취임식에 참석했으며, 이인기 의원 주최로 열리는 별정직 보건진료원 일반직화 여야 합동토론회장도 찾았다. 16일에는 당 중도우파 성향 초선의원 모임인 ‘선진화를 추구하는 초선모임’, 17일에는 당내 개혁성향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측과 각각 조찬을 갖고 조기 전대 개최 여부 및 공천제도 개혁방안 등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 18일에는 축구 국가대표 훈련장소인 경기 파주 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당 사무처 직원들과 단합대회를 겸한 체육대회를 가졌다. 정 대표는 이 같은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취임 후 매일같이 오전 6시에 국회로 출근 하여 의원회관에서 헬스를 하는 등 체력관리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 대표는 대표직을 승계한 지난 8일 첫 일정으로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한데 이어, 휴일인 13일 서울 화곡동의 한 복지시설을 찾아 장애인들을 격려하는 등 서민행보를 이어갔다. 아울러 정 대표는 당 내외에서 친서민 정책 강구를 위한 소신 있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휴일까지 반납한 親서민 행보…한나라당 지지율 상승 견인 정 대표는 1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추석을 앞두고 정부·기업에 서민들의 체불임금 해결을 촉구하는 등 친서민 행보를 한층 강화했다. 정 대표는 “불황의 고통 속에서 가장 늦게 혜택을 받는 게 서민”이라며 “서민·약자를 위한 세심한 대책을 챙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발생한 체불임금이 8000억 원에 육박하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증가한 것”이라면서 “정부와 기업에서 이런 문제 해결에 앞장서 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정 대표가 이렇듯 촘촘한 일정을 소화하고 친서민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데 대하여 당내 분위기도 우호적이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정 대표가 취임한 이후 당에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등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크게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정몽준 대표 취임 이후 2%포인트 올랐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정치권에서는 유력 대권주자이자 `젊은 대표의 쉴 새 없는 광폭행보에 대한 기대가 당 지지율에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 나온다. 진수희 여의도연구소장은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전국 1만539명을 대상으로 ARS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당 지지율이 4주전에 비해 7.2%포인트 올라간 37.2%로 조사됐다고 보고했다. 진 소장은 “이는 그 전주와 비교할 때 2.0%포인트 상승한 것”이라며 “정 대표 취임 효과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유력 대권주자이자 ‘젊은 대표’의 쉴 새 없는 광폭·친서민 행보에 대한 기대가 당 지지율에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재벌 이미지 벗기…재계와 ‘거리 두기’ 정 대표가 취임 초기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며 광폭행보를 보이는 반면, 재계에 대해서만큼은 `’거리 두기’를 하는 모양새여서 관심을 끌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최근 정 대표에게 회동을 요청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확답을 주지 않은 채 시간을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전경련은 공문을 통해 경제회생 방안 및 현안에 대하여 한나라당과 재계 간 의견교환및 상설 네트워크 구성을 위한 회동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먼저 1단계로 당 대표·원내대표·정책위의장 등 당 3역과 경제 5단체장 간 접촉을 하고, 추후 2단계로 당3역과 전경련 회장단 간의 회동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현재 재계가 투자 확대에 나서지 않으면 내년부터 적용될 `법인세·소득세 추가감면 조치를 2년 간 유예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 같은 러브콜은 한나라당에 부담이 될수 밖에 없다. 또한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친서민 행보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 오너 출신인 정 대표가 전경련 등 재계 인사와 만나게 되면 친기업 이미지가 부각될 수 있다는 정치적 고려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엔 정 대표가 취임 후 펼치고 있는 친서민 행보가 나름대로 상당히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정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정을 짜다 보니까 그렇게 된 측면이 있는데 일부러 거리를 두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내년 2월 ‘조기전대론’ 불식시키나 또한 “최근 취임 축하 난을 보내준 조석래 전경련 회장과 전화 통화를 했고, 한-호주 축구경기 때는 경기장을 찾은 대한상의 회장과 인사를 나눴다”고 밝혔다. 정 대표의 광폭행보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 있듯이, ‘실천하는 리더십’을 보여주면서 여권의 주류로 안착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다. 전당대회를 통한 당 대표 입성이 아니라는 점에서 ‘징검다리’ 대표가 아니냐는 해석이 있는 만큼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는 의미도 크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7월 당내 쇄신특별위원회의 조기 전당대회 개최 요구에 따라 내년 2월에 전당대회가 개최될 것이라는 당내 인사들 간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고, 특히 친이계 측이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복귀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 대표의 대표직은 한시적일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정 대표는 짧은 기간이지만 조기 전당대회가 열리더라도 그때까지의 당 내외 현안 처리에 대한 리더십으로 정정당당한 평가를 받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정기국회와 10월 재보선, 그리고 정치개혁 등의 당면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친이-친박 계파의 틈바구니에서 확실한 지지세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도 보인다. 한편, 정 대표의 향후 행보에 따라 당내 입지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조기전대론’을 불식시키고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