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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만 열 받게 하는 국회 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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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36호 박형규⁄ 2009.09.22 14:14:30

올 가을 정국이 국회 개원 초부터 인사청문회로 또 한바탕 시끌벅적했다. 지난 14일 민일영 대법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22일까지 신임 장관 6명과 국무총리 후보자의 전력과 자질 그리고 도덕성 등에 대하여 사전 검증을 하기 위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느라 그랬던 것이다. 이는 새로 임명된 고위 공직자의 전력과 자질 및 도덕성 문제로 국정에 부담을 주거나 중도하차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취임 전에 충분히 검증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이다. 그런 인사청문회가 지난 2000년에 도입된 이후 근 10년이 다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줄곧 그 본래의 취지나 의미 그리고 기능 등에 대해 사뭇 회의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비판의 목소리는 이번 인사청문회에서도 어김없이 들렸다. 그 대표적인 원인과 계기를 분석해보면, 대략 다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 번째는, 인사청문회가 위장전입과 같은 불법 행위자에게 제재는커녕 한 술 더 떠서 ‘면죄부’를 주는 결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많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는, 청문회에서 여당은 후보자를 ‘감싸기’ 또는 ‘찬성’으로 일관하는 반면에, 야당은 ‘흠집 내기’ 아니면 ‘반대’로 맞서기 일쑤였다는 지적들이다. 이러다 보니 인사청문회만 열리면 여야 간의 논쟁은 마치 단골 메뉴처럼 등장, 청문회장이 시종 시끌벅적하기 마련인 것이다. 게다가 이번 청문회의 경우에는 상임위원장이 청문회와 상관없는 위원장 개인의 사감을 갖고 예정된 날짜의 청문회를 무산시키는 헌정사상 초유의 ‘해프닝’까지 겹치기도 해, 국민들로부터 많은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청문회에서 유독 크게 부각됐던 위장전입 문제는, 지금은 비록 시효가 지나 법적 제재의 대상은 아니라 할지라도, 과거의 탈법적 위장전입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의 ‘면죄부’로는 곤란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물론 요즘 세상에 “털어서 먼지 안 날 사람 몇이나 되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알게 모르게 법을 어기는 수도 가끔 생길 것이다. 때로는 법이 현실을 뒷받침하지 못한 측면도 없지 않은데다, 성인이나 군자처럼 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일 게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지도층이나 고위공직자들의 범법행위에 계속 면죄부를 주는 선례로 인해 불법행위가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된다면 장차 어떤 일이 벌어질지 국민들 각자가 한번쯤 상상해볼 일이다. 물론 인사청문회가 전적으로 역기능만 한 것은 아니다. 적잖은 결격자가 청문회를 통해 낙마하는 등 그런대로 효과도 없지는 않았다. 공직에 몸 담고 있거나 미래의 공직 희망자들에게 평소 처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반면교사의 교훈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에도 단골 메뉴처럼 위장전입 전력을 비롯하여 세금탈루·학력위조·논문표절·징집면제에다 부동산 투기 의혹까지 줄줄이 불거져 나왔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대다수가 ‘사과성 발언’ 한마디로 흐지브지 넘어가는 형국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 때문에 ‘법치국가’인 줄 믿고 살아온 힘없고 순진한 대다수 서민들로서는 당혹과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는 볼멘소리들이 사방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위장전입 문제만 해도 법적으로는 상당한 중죄에 해당하는데다, 세금탈루나 논문표절 등 갖가지 의혹들이 겹쳐져도 대다수가 ‘사과성 발언’ 한마디로 흐지브지 넘어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이처럼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으로 끝난다면, 국민의 마음만 분노케 하는 이런 청문회를 왜 해야 하며, 나아가서는 기왕에 나라의 재목으로 쓰기 위해 뽑은 일꾼이라면 청문회를 통해 난도질당한 상처 투성이 재목들을 제대로 써먹을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이래서 청문회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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