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3호 김대희⁄ 2009.11.10 11:49:09
단풍잎이 노랗게 쏟아져 가을 분위기를 한껏 만끽할 수 있는 거리에서 신선하고 독특하며 참신한 예술 작품까지 감상한다면 자신도 모르게 마음의 짐을 벗고 자유로운 여행을 떠나는 기분에 빠질 수 있다. 청와대로 올라가는 길목인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자리 잡은 브레인 팩토리(대표 오숙진)는 7년째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름 그대로 무한한 예술 에너지가 ‘톡톡’ 터져 나오는 두뇌공장이다. 개관 초기 전시한 정정주, 박윤영, 지니서, 데비한, 권두현, 이동욱 등의 작가들이 전시 뒤 인지도가 오르면서 동시대 작가들이 전시하고픈 희망 공간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곳은 젊은 예술가들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전시공간을 기본으로 운영하며 전문적인 기획력까지 공급해주는 작가 대 큐레이터 1:1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비영리 갤러리이다. 비영리 공간은 작가의 작품을 판매해 운영하는 일반 갤러리와 달리 미술관처럼 ‘전시 공간’으로서의 역할이 더 크다. 이에 상업갤러리에 전시하기 어려운 미디어나 설치 작가들의 참여도가 높다.
브레인 팩토리는 젊고 유망하지만 아직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작품을 공모해 선정·소개한다. 이렇기 때문에 이곳을 거친 작가는 유명 갤러리로부터 전시 제의를 받는 등 관심의 대상이 된다. 실제로 국내 유명 갤러리 담당자들이 브레인 팩토리의 전시를 예의주시한다고 갤러리 관계자는 귀띔해 줬다. 브레인 팩토리가 주목받는 이유는 차별화된 전시작가 선정 시스템에 있다. 브레인 팩토리의 전시작가 선정 절차는 철저히 작가의 실력만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을 뚫고 전시가 성사되면 수준 높은 전문 큐레이팅을 받으며 개인전을 열 수 있다. 브레인 팩토리의 기획진에 더해 게스트 큐레이터도 매년 5~7명 정도 초대 형식으로 참여하는데 국내 국공립 큐레이터는 물론 해외 유명 갤러리 디렉터까지 폭넓게 참여한다. 브레인 팩토리는 8년 전 한 재미교포 작가의 작업실이었다. 이 작업실을 누구나 와서 작업할 수 있는 오픈 스튜디오로 개방하는 과정에서 오숙진 대표는 “국내의 열악한 전시 환경을 절감했고 그래서 작업공간을 전시장으로 내놓고 작가들과 함께 활용하려는 생각을 가졌다”며 ”그렇기 때문에 전문적인 갤러리로 운영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오픈 스튜디오 당시 주위의 호응과 격려에 힘입어 국내 미술계에 절실히 필요했던 젊은 작가를 위한 전시공간으로 방향이 정해지면서 지금까지 비영리 갤러리로 시스템이나 운영방식이 변형되지 않고 운영되고 있다. 특히 인간적인 운영을 철칙으로 해서인지 스스럼없이 컨설팅을 청하는 작가도 많다는 후문이다. 오 대표는 “매 전시가 프로젝트성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며 ”작가 자신의 내재하는 에너지를 최대한 보여 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브레인 팩토리 출신 작가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큼직한 미술관 전시에 대거 기용될 때, 그리고 국제적 전시행사에 참여하고 있음을 알았을 때, 혹은 에르메스 미술상처럼 국내 최고 작가상을 받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