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영 연세대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조교수 50대 이후가 되면 주위에서 여러 가지 재미있는 조크를 듣게 되는데, 여성 호르몬 분비가 줄면서 약간은 남성처럼 변하는 과정을 재미있게 표현한 우스갯소리도 많다. 그중에서 가장 흔한 얘기는 목소리가 굵고 커지며 여성스러움이 줄면서 나타나는 현상을 표현한 것들이다. 50세인 박모 여인은 최근에 날씨가 추워지는데도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땀이 많이 나서, 두꺼운 옷을 입으면 답답함을 느낀다. 게다가 가슴이 두근거리다가 말다가 하여 왜 그러는지 불안하다. 동창회에 나가 보니, 친구들은 이 나이에는 다 그런 거라고 하며, 어떤 친구는 여성 호르몬을 매일 먹으면 괜찮을 것이라고도 하고, 어떤 친구는 영양제 등의 건강식품을 추천한다. 내가 혹시 심장병에 걸린 것은 아닐까 여성의 폐경기는 심장혈관 질환이 급증하는 시기여서, 위와 같은 증상을 단순히 폐경기 증후군이라고 단정 짓는 데는 무리가 있다. 두근거리는 증상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의 주요 증상은 아니나, 이와 같은 증상이 폐경 직후 일정 기간이 지나서도 지속된다든지, 동맥경화의 위험요소(고혈압·당뇨·고지혈증·심장혈관 질환의 가족력)가 많은 사람의 경우 전문의에게 진찰을 받아 심장혈관 질환의 동반 유무를 체크해보아야겠다.
폐경기 증후군(Postmenopausal Syndrome)이란… 폐경기란 여자의 생리가 없어지는 시기를 말한다. 대개 50세를 전후하여 폐경기가 시작되는데, 난소의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난소에서 분비되는 여성 호르몬(에스트로겐)이 감소하여, 이로 인한 여러 가지 증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이런 폐경기 증상은 대부분 병적이 아닌 생리적인 현상이어서 시간이 지나면 대개 없어지므로 별 불편 없이 지낼 수 있다. 그러나 개인에 따라서는 증상이 심하여 이에 대한 대증요법이나 호르몬 치료가 권고되기도 한다. 폐경기 증후군의 주요 증상 우선, 생리 주기와 기간·양이 불규칙해진다. 이때 가장 많이 나타나는 증상은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땀이 나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등의 혈관운동장애에 의한 증상들이다. 신경이 예민해지며, 두통과 우울증·불안증이 나타나고,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는 특징을 보인다. 폐경에 따른 급격한 에스트로겐의 감소는 외음부 등의 생식기를 위축시키고, 피부 노화를 촉진하며, 골다공증을 일으키고, 치매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심장혈관에 대한 보호 작용이 감소하여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 심장혈관계의 치명적인 병을 얻게 되는 경우도 있다.
폐경기의 여성 호르몬 대체요법 필요한가 안면홍조·심계항진·발한 등의 급성 갱년기 증상은 폐경 여성의 삶의 질을 심하게 떨어뜨린다. 이러한 갱년기 증상 치료에는 에스트로겐 치료가 가장 효과적이어서, 폐경 직후의 여성에게는 호르몬제 처방이 도움이 된다. 문제는 투여 기간인데, 심혈관계 질환이나 치매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장기간의 사용은 권고되지 않는다. 실제로 폐경기 여성에게 호르몬 치료를 하였더니, 관상동맥 질환의 발생률이 증가하였고, 뇌졸중과 정맥혈전증 등의 심혈관계 질환이 의미 있게 증가하였으며, 치매 예방에도 효과가 입증되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더욱이 폐경기 여성에게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나타날 경우, 호르몬 대체요법을 계획한다면 심장혈관 질환의 동반 여부를 면밀히 체크해보는 것이 좋겠다. 폐경기 증후군에 대한 호르몬 요법은 증상을 없애는데 매우 중요한 치료인 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음도 알아야 한다. 중상이 심할 경우 호르몬 요법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생활 속에서 스트레스를 줄이고 적극적인 활동 및 운동을 함으로써 극복할 수도 있다. 즉, 주기적인 운동과 적극적인 사회봉사 활동 등을 한다면, 폐경기 증후군을 극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차적으로는 불면증을 줄이고 심장혈관 질환으로 인한 합병증도 줄일 수 있어, 두 가지 모두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