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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담그면 쉽게 못나오는 사우나!

직장생활백서 만화 <사우나맨> 저자 이명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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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43호 이우인⁄ 2009.11.10 11:24:02

애니메이션 메이커 이명하 씨(35)가 2030세대를 위해 초감각 직장생활백서 <사우나맨>을 펴냈다. <사우나맨>은 비주류 히어로인 주인공 사우나맨이 지구를 지키기 위해 악당 알럭스와 맞서는 이야기를 주요 내용으로 다룬다. 그 과정에서 사우나맨이 느끼는 스트레스와 생각들이 마치 현대 직장인들이 직장에서 느끼는 감정과 맞아떨어지며 웃음과 공감을 자아낸다. 사우나맨은 현대 직장인을 반영한다. 영웅이지만 밤새 인터넷에 빠져 출동을 못 하기도 하고, 영어를 구사하는 악당에게는 콤플렉스를 느낀다. 마음은 적과 싸우고 싶지만, 몸은 사우나탕에 담그고 휴식을 취하고 싶어한다. 입사할 때는 의욕이 넘쳤지만, 반복되는 일상에 피곤함을 느끼고 현실에 안주해버린 직장인들의 모습과 닮았다. 저자인 이 씨는 홍익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단편 애니메이션 <존재>로 히로시마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신인감독상을 받았으며, <스페이스파라다이스>로 동아엘지 만화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았다. 국내 애니메이션사 시네픽스에서 연출팀장과 감독으로 일하면서 <아쿠아키즈> 등 여러 작품의 제작에도 참여했다. <사우나맨>은 이 씨가 처음 펴낸 책이다. 책 속의 글과 그림, 표지 그림과 제목 등 모두가 그의 손끝에서 탄생됐다. 직장에서 느낄 수 있는 애로사항과 고민을 슈퍼 히어로가 하는 전형적인 행동과 겹쳐놓아 묘한 웃음을 준다. “처음부터 직장생활백서를 쓰려고 한 건 아니에요. 이쪽(애니메이션 관계) 사람들이 낙서하는 걸 좋아하는데, 저 역시 기획과 연출 일을 하면서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바로바로 낙서를 했거든요. 이 낙서들이 <사우나맨> 이야기의 바탕이 됐습니다.” 사우나맨은 이 씨가 본래 <언더키즈>라는 애니메이션을 위해 여러 캐릭터를 구상하다 나온 캐릭터 중 하나이다. 이름도 ‘둥글레맨’에서 ‘사우나맨’으로 바뀌었다. 영웅 스토리답게 악당 알럭스도 나오고, 사우나맨을 지원하는 연구소와 천재 박사도 등장한다. 재밌는 캐릭터와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소소한 고민이 이 작고 파란 책 속에 담겨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저자 이 씨를 만나 <사우나맨>에 대한 궁금증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생애 첫 책인데, 기분이 남다르겠군요. 처음 애니메이션을 만들었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어요. 제가 그린 아기가 생명을 갖고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꼭 조물주가 된 기분이더군요. 단편 <존재>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던 히로시마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은 유명한가요? 히로시마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은 세계적인 4대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중 하나예요. 히로시마 외에 프랑스의 앙시, 캐나다의 오타와,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가 있죠. 저는 2000년 초에 대학교 졸업 작품으로 만든 5분 40초짜리 애니메이션을 출품했어요. 본상을 받은 건 제가 처음이어서 당시 이슈가 됐죠. <존재>는 어떤 내용이었나요? 개랑 고양이가 나오는 애니메이션이에요. 우리가 볼 땐 그냥 평범한 개와 고양이지만, 어떤 공간에서는 자기들만의 대화를 나누는 등 특별한 세계가 있어요. 주인 아들을 할퀸 고양이가 쫓겨날 때 개가 위로한답시고 “이제 넌 자유잖아. 마음대로 할 수 있어”라고 위로하지만, 고양이에게는 전혀 위로가 안 되는 이야기를 담았어요. 왜 하필 영웅의 이름이 ‘사우나맨’인가요? 처음부터 ‘사우나맨’은 아니었어요. 현재 회사에서 제작하고 있는 작품이 B급 히어로들의 활약을 다룬 <언더키즈>라는 애니메이션이에요. B급 히어로들을 만드는 과정에서 저의 불만이나 생각들이 투영됐고 이름 또한 점점 바뀐 거죠. 마음은 싸우지만 몸은 사우나를 하면서 쉬고 싶은 두 가지 생각이 공존하면서 갈등하는 모습을 이름에 담았어요. 애니메이션 <언더키즈> 속에서 하는 사우나맨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영웅이긴 하지만 동네에서 도둑이나 폐유를 버리는 사람들을 잡는 등 잔일을 처치하는 일종의 ‘방범영웅’이에요. 사우나맨이 즐기는 사우나는 남자들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사실 사우나라는 말은 한증막인데, 사우나맨은 한증막이 아닌 탕을 즐기는 영웅이죠.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저는 목욕을 하면 스트레스가 풀려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선 주로 화장실이 목욕탕이잖아요. 화장실은 온전한 저의 공간이구요. 누가 맘대로 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고, 있을 만큼 있어도 되는 공간 말이죠. 화장실에 있으면 마음도 편안해지고요. 그런 의미가 아닐까 싶네요. 행복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있는데, 직장인들이 생각하는 진짜 행복은 무어라고 생각하나요? 결국 자기만족인 것 같아요.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성공이나 돈이 아니라 행복했던 추억이나 표정처럼 소소한 것들이 떠오른다고 들었습니다. 저 역시 뭔가를 더 이루기 위해 고민하지만, 사실은 그런 작은 것들이 정말 행복이 아닐까 싶어요. <사우나맨>을 통해 궁극적으로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있다면? 사우나맨이 하는 고민은 비단 직장인만이 아니라 제 또래의 사람들이 하는 고민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도 사우나맨의 생각을 공감하지 않을까, 이런 물음들을 갖고 있지 않을까”라구요. 그리고 이런 고민을 하는 건 아직 꿈과 목표가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해요. 자기 멋대로 할 수 있으면 고민이 필요 없을 테니까요. 그저 같이 공감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끝으로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책이 여러분에게 가볍게 읽히길 바라지만, 만화책이라면 내용을 파악하지 않고 그냥 넘기는 경우가 많은데, 너무 빨리 보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천천히 생각하면서 여유를 갖고 읽어주세요.

<사우나맨> (세미콜론 펴냄 | 이명하 글-그림 | 232쪽 | 1만2000원) 직장인이기 때문에 ‘비참하거나 쪽 팔렸던’ 경험을 11월 18일까지 아래의 메일 주소로 적어서 보내주세요. 당첨된 20명에게는 이명하 작가가 <사우나맨>을 선물합니다. 채택된 사연은 145호에 소개합니다. 주소 : jarrje@cnbnews.com 제목 : <사우나맨> 독자 이벤트 기재사항 : 이름/ 성별/ 나이/ 전화번호/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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