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다른 나라들보다 빠르게 호전되고 있다는 희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연말 정국이 이른바 ‘세종시 수정 논란’에 휩싸여 있는 바람에, 민생과 직결되는 예산국회가 ‘폭력국회’로 얼룩진 지난해 연말국회처럼 또다시 폭력·파행국회로 치닫지 않을까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이는 한마디로 정기국회 예산 및 법안 처리에 앞서 세종시 수정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정치권의 급선무로 대두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종시 수정 문제가 정기국회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게 됨에 따라, 각종 이슈나 현안들이 세종시와 얽히고설킬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때문에 여권은 세종시 문제를 어떻게든 처리하기 전에는 법안 추진 및 처리 동력을 얻기가 힘들게 된 셈이다. 세종시, 4대강 사업, 미디어법 등과 예산, 입법 등 정기국회 이슈 및 현안들이 연계돼 있어, 지난해 연말국회와 같은 파행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이래서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여권은 지난 2일을 시발로 세종시 수정 드라이브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조찬회동을 갖고 세종시 원안 수정론에 무게를 실었다. 이에 한나라당 지도부도 조속히 당내에 세종시 수정 논의 전담기구를 설치하겠다고 화답해 여권의 세종시 수정 논의에 가속도가 붙게 된 셈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에 이어 정운찬 국무총리도 국회 대정부질문이 시작된 5일 세종시 건설 수정과 대안 마련을 위한 로드맵(청사진)을 밝히며 대국회 설득 작업에 본격 나섰다. 이러자 야권은 물론 여당 내 친박계와 충청권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서, 세종시 수정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더욱 고조·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치 분야 첫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정 총리는 세종시 수정 추진과 관련, “초기의 강력한 인구유입과 고용효과를 위해 행정기관 이전보다 기업 위주로 가야 한다”며 세종시 성격 변경의 불가피성을 실토했다. 정부는 이날 이를 추진하기 위한 실무기구로 국무총리실 산하에 ‘세종시 실무기획단’을 설치, 본격 가동에 돌입했다. 이처럼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세종시 수정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서자, 야당은 두말할 것도 없고, 여당 내에서 세종시 원안 추진을 주장하는 친 박근혜계 의원들과 수정을 주장하는 친 이명박계 의원들 간의 내부 갈등까지 겹치는 등 연말정국이 또다시 폭풍전야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세종시 건설 대상 지역(연기·공주) 주민을 중심으로 한 충청권 주민들의 반발과 이에 맞서 수정 찬성을 외치는 서울 및 수도권 주민들에다 사회 각계 원로들까지 합세, 거친 목소리를 내는 등 정국 혼란이 날이 갈수록 더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중에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상도동 자택으로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일행이 예방한 자리에서,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세종시 문제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부 여론 조사에서 세종시 원안 추진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62.22%를 차지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강영훈 전 국무총리와 이상훈 전 국방장관 등 세종시 건립 수정을 요구했던 보수 성향의 각계 원로 등 1500여 명이 참여하여 ‘더 좋은 세종시 국민회의’를 지난 3일 출범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원안 고수’와 ‘수정 강행’ 등의 각기 다른 의견 표출은 자칫 국론분열 우려마저 낳게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무엇보다 걱정되는 문제는 내년도 나라 살림 규모를 꾸려야 하는 연말 예산국회가 제대로 가동될 수 있을 것인가에 온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서민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여야 의원들은 제발 예산안 처리만은 제대로 해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