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과 춘추전국시대 영웅들<관중>
미야기타니 마사미쓰 지음, 양억관 옮김
제(齊)나라의 전설적인 명재상 관중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혼란했던 춘추전국시대에서 천하를 차지하기 위해 겨루던 영웅들의 이야기다. ‘관포지교’(管鮑之交)로 우리에게 익숙한 관중은 “창고가 가득 차야 예절을 알고 의식이 넉넉해야 영욕을 안다”고 말할 정도로 경제의 중요성을 인식했던 민생 중심의 정치가였다.
책에서는 ‘관포지교’의 주인공 관중과 포숙의 깊은 우정, 관중의 보필로 천하의 패자(覇者)가 된 제환공과의 관계 등 관중이라는 인물을 둘러싼 역사적 진실과 상상력이 나오키 상을 받은 역사소설의 대가 미야기타니 마사미쓰의 철저한 고증과 풍부한 감성으로 되살아났다.
<관중>의 묘미는 설화적 상상으로 존재했던 역사적 인물들의 실체를 단지 그 우수한 두뇌나 책략과 정치 능력에만 맞추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 예로, 작가는 관중이라는 인물에 결코 팔방미인의 성격을 부여하지 않고, 평범한 현대인들과 같은 위치에 놓고 바라본다. 즉, 역적의 후손이라는 오해를 받아 세상에 나아가고 싶어도 그 뜻을 펼 수 없으며, 사랑하는 여인을 중상모략으로 잃고 자신의 제자인 포숙과의 대결에서도 번번이 뒤지고 마는, 질투와 절망과 한계를 포함한 인간적인 고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작가는 믿음과 충의가 사라져버린 이 난세에 우리가 끝까지 희망을 걸어야 할 마지막 대상 또한 ‘사람’이라는 것을 춘추전국시대 영웅들의 모습을 통해 보여준다. 황금부엉이 펴냄. 1만9000원. 552쪽.
<마지막 사형수>
조성애ㆍ김용제 지음
1991년 세상을 향한 분노 때문에 승용차로 2명을 죽이고 21명을 다치게 해 1997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사형수 김용제 씨가 남긴 일기다. 이 일기에 사형수 김용제의 대모 조성애 수녀가 쓴 편지(영혼을 깨우나니!)가 채워져 완성됐다. 이 책은 사형수가 남긴 최초의 기록 모음 출간이라는 측면에서 사회적 가치가 높다. 형설라이프 펴냄. 1만2000원
<글로컬 시대의 한국 문학>
박성창 지음
언제나 이론의 첨단에 서서 한국 문학의 비평적 준거를 제시해 온 서울대 국문과 박성창 교수가 발표한 비평집이다. 그는 이 책에서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과 어우러지기 위한 해법을 찾고 있다. 책에 제시된 ‘글로벌’과 ‘로컬’의 합성어인 ‘글로컬’은 우리와 세계의 경계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그 경계를 뛰어넘는 것을 의미한다. 민음사 펴냄. 1만8000원
<곰의 탈을 쓴 여우>
신이 지음
영화배우 신이의 첫 장편소설이다. 신이는 여자라면 한 번쯤 꿈꾸는 로맨틱한 사랑을 자기 스타일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에 펜을 들었다고 한다. 연애보다 일을 중시하는 당차고 도도한 현경이 우연히 아이돌 가수 출신 수빈을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곰의 탈을 쓴 여우가 사랑하는 남자 때문에 곰이 되어가는 모습이 재밌다. 노란잠수함 펴냄. 9000원
<직장인을 위한 영어회화 무작정 따라 하기>
차형석 지음
4명의 주인공 호통 배지방 상무, 천하태평 천태평 대리, 투덜 왕빛나 대리, 훈남 강철남 사원이 벌이는 좌충우돌 직장 이야기를 영어로 옮겨 놓은 영어회화 책이다. 점심 메뉴를 정할 때, 회식 자리에서 도망갈 때, 재테크·육아·휴가·자기계발 등 관심사를 얘기할 때 등 직장인들이 동료와 매일 쓰는 상황과 표현만을 골라 담았다. 길벗이지톡 펴냄. 1만3800원
역사 사용법에 관한 핵심 설명서<역사 사용설명서>
마거릿 맥밀런 지음, 권민 옮김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뉴욕 타임스>가 ‘탁월한 이야기꾼’이라고 극찬한 옥스퍼드 대학교의 저명한 역사학자 마거릿 맥밀런 교수가 썼다. 그는 이 책에서 역사가 인간에게 영향을 끼치는 수많은 방식을 탐색한다. 역사의 가치와 위험성은 물론, 역사가 어떻게 이용되고 악용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로베스 피에르·아돌프 히틀러·윈스턴 처칠·마오쩌둥·카를 마르크스·헨리 키신저·빌 클린턴·토니 블레어·조지 W 부시를 비롯해 위대하거나 악명 높은 인물과 사건을 생생하게 그려내면서, 역사를 신중하게 다루는 일이 왜 중요한지 일깨워준다.
한국어판에만 실린 캐나다 국영 방송 CBC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듯, 저자는 조지 W 부시가 역사를 오용하고 악용하는 것을 지켜보다 참다 못해 이 책을 쓰게 됐다고 한다. 부시 대통령은 스스로를 필요에 따라 해리 트루먼 대통령에 견주며 자신의 업적을 역사가 판단할 것이라고 거들먹거렸다. 또 임기 말에는 <평화를 위한 야만적인 전쟁> 같은 역사서를 읽고 엉뚱한 해석을 내놓아 비웃음을 샀다.
비록 발단은 부시 대통령이었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20세기와 21세기를 중심으로 전 세계의 주요 집단·정치인·국가가 어떻게 역사를 이용하고 악용했는지 되돌아보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발칸 반도와 중동의 갈등, 민족의 성립과 대립, 종교 및 이데올로기의 충돌, 냉전 체제, 소련 붕괴 후의 세계 변화, 강대국의 폭력, 독재자의 지배, 개인 및 집단의 정체성 찾기 등에서 역사가 좋게 또는 나쁘게 사용된 많은 흥미로운 예들을 보여준다. 광범위한 역사적 사실과 공정한 논평으로 이뤄진 이 책은 역사 사용법에 관한 핵심 설명서라 할 수 있다. 공존 펴냄. 1만5000원. 288쪽.
<청춘을 읽는다>
강상중 지음 / 이목 옮김
올해 초 <고민하는 힘>으로 국내에 이름을 알린 재일 정치학자 강상중의 청춘 독서록이다. <산시로> <악의 꽃> <한국으로부터의 통신> <일본의 사상>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등 저자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대학 때까지 자신의 청춘시절을 뒤흔든 다섯 권의 책을 회고하며 청춘의 진정한 의미를 들려준다. 돌베개 펴냄.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