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은⁄ 2022.11.02 15:07:13
기업들이 연말 시즌을 맞아 준비했던 마케팅이 '올스톱' 됐다. 지난달 29일 할로윈 시즌에 발생한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각종 시즌이 마케팅, 상술 등으로 본질이 변질됐다는 비판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1일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그간 유통업체들이 활발히 전개해온 '데이(Day) 마케팅'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통상 4분기는 유통 업계의 대목으로 꼽힌다. 전국 최대 규모 쇼핑주간 코리아세일페스타(11월1~15일)와 빼빼로 데이 이벤트(11월11일), 크리스마스 시즌(11월 말~12월 25일)이 연달아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매출도 한 해 중 가장 크게 뛰는 기간이다. 여기에 올해는 카타르월드컵(11월 20일~12월18일)이라는 대형 이벤트가 있어 대대적인 마케팅 행사가 계획되어 왔다.
하지만 뜻밖의 변수를 만나며 대목 마케팅을 계획했던 기업들의 마케팅 행사가 움츠려든 상황이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판촉 활동이 어려웠던 기업들로선 올해 연말 시즌 마케팅 특수를 기대했지만 자중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우선 유통업계 대규모 할인행사인 2022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를 계획된 일정대로 1일부터 15일까지 진행하되 이태원 참사 국가애도기간임을 고려해 개막식 없이 시작하기로 했다. 대대적 홍보 마케팅과 외부 현수막도 철거했다. 다만 관계자는 국가애도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다시 홍보 현수막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빼빼로데이(11월 11일) 마케팅은 전면 철회하거나 축소했다.
코로나19 이후 첫 빼빼로데이 행사를 준비하던 롯데제과는 올해 각종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고, 포키(Pocky)의 제조사 해태제과도 마케팅 중단을 결정했다.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 업체들은 빼빼로데이를 위한 상품 발주가 완료된 상황이지만, 각종 프로모션과 행사 계획을 전면 취소하고 진열 매대에 상품을 배치만 하는 수준으로 축소 운영한다.
백화점 업계는 연말 주요 이벤트인 크리스마스 맞이 매장 외부 단장 행사를 올해는 미루거나 아예 하지 않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3일 'Christmas dream moment(크리스마스 드림 모먼트)'를 주제로 한 크리스마스 외벽 장식을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행사를 잠정 연기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역시 미디어 파사드를 활용한 LED 영상 설치를 준비해왔으나 최종 공개 일정은 미정인 상태다. 현대백화점은 크리스마스 점등 이벤트를 중단했다.
카타르월드컵 마케팅에 분주하던 주류업계도 상황을 관망하는 분위기다. 카타르월드컵 공식 스폰서 오비맥주는 지난주 본격적으로 돌입했던 브랜드 캠페인을 최소화했다. 사태 추이를 지켜본 후 마케팅 진행 방안을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지자체의 각종 행사는 대부분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축소 개최될 예정이다. 당장 부산시는 5일 개최 예정이었던 부산불꽃축제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한편, 쇼핑 대목인 연말 시즌을 앞두고 모처럼 회복세를 보이려던 소비심리가 다시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AFP통신은 이날 "이태원 참사 여파로 소비심리가 더욱 빠른 속도로 얼어붙으면서 한국경제 성장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보도했다.
유통업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데이 마케팅의 흐름이 변화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빼빼로데이를 비롯해 크리스마스, 밸런타인·화이트데이 등 연말 연초 각종 기념일을 겨냥한 신제품과 마케팅 행사가 점차 감소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단 애도 기간이 끝날 때까지 마케팅을 미루고 분위기를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네티즌들은 이번 참사를 계기로 기업 상술로 시작된 '데이' 문화와 이벤트를 자중하자는 의견이 있는 반면에, 애도 분위기가 국민들의 정상적 일상과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애도와 슬픔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경계하고, 자영업자들의 생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또 다른 피해를 양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