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증권발(發) 주가 폭락 배후에서 시세 조종을 기획하고 실행한 것으로 알려진 라덕연(42) 호안투자자문 대표에 대해 10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하지만, 당국 규제를 받지 않으며, 동시에 사전 적발이 어려운 유사/미등록 투자자문사로 인해 제2의 라덕연 출현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조선비즈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문사는 사업자 등록·심사, 영업이 금융당국의 감시 아래 이뤄지는 반면, 유사투자자문사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하다. 투자자문업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통합법에 규정된 일정 요건을 갖추어 금융감독원의 허가를 얻어야 하지만, 유사투자자문사는 단순 신고제로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유사투자자문사는 개업 이후에도 경영사항공시, 영업보고서 제출 등의 의무가 부과되지 않아 회사의 사업규모나 재무상태를 투자자가 파악할 수 없다. 또한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자에 해당하지 않아 금융당국의 관리·감독과 투자자보호 규정에서도 소외돼 있다. 나아가 미등록 투자자문 회사는 금융당국의 보호 테두리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이 허점을 이용해 라 대표는 투자자문사와 유사투자자문사, 미등록 자문사를 넘나들며 일정 자격을 갖춘 투자자문사만이 할 수 있는 행위를 불법적으로 행해왔다.
라 대표는 과거 투자자문사 등록 이력이 존재한다. 반편, 라 대표가 본격적으로 주가 조작에 돌입할 때는 미등록 투자자문사 상태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과거 투자자문사 등록 이력은 고객에게 '금융위에 등록된 업체'라는 신뢰 형성에 기여했다.
조선비즈 보도에 따르면 유사투자자문사로 활동하다가 사업이 확장되면 미등록으로 전환해 불법 영업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사투자자문사를 경영하면 가끔씩 금감원이 경영 실태를 파악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거라면) 라씨처럼 미등록 상태로 하는 것이 낫다”고 언급했다.
투자자문사는 투자대상자산의 가치 또는 금융투자상품등에 대한 투자판단에 관해 고객에게 투자 자문을 제공하고 그에 대한 자문료 형식의 대가를 받는 회사다. 유사투자자문사 역시 투자 조언을 한다는 점에서 투자자문사와 유사한 영업 형태를 띄지만, 이들은 ‘불특정 다수’에게 ‘동일한’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영업이 가능하다. 이에따라 주로 모바일 메신저,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구독료를 받는 형태가 다수를 차지한다.
반면, 유사투자자문사는 특정 고객을 위한 일대일 상담, 나아가 투자자문사도 따로 인가를 받아야 하는 투자일임업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투자일임업은 투자자로부터 금융투자상품등에 대한 투자판단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일임받아 투자자의 재산상태나 투자목적 등을 고려하여 금융투자상품등을 취득ㆍ처분, 그 밖의 방법으로 운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일부 유사투자자문사 가운데는 불법적으로 일대일 투자 상담, 투자 일임업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 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태에서 임창정을 비롯해 다수의 투자자들이 라 대표에게 자금을 일임하고 투자를 맡긴 것 역시 불법적으로 행해진 사례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사투자자문사는 최근 5년 새 5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 등록된 유사투자자문업체 수는 2017년 말 415곳에서 이달 10일 기준 2139곳으로 급증했다. 연간 신규 등록 업체 수도 2018년 172곳에서 2022년 459곳으로 증가했다.
현재 금융당국이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기 위해 미등록 업체들에 유사투자자문업 등록을 독려하는 상황이라 업체 수 폭증은 당연한 현상이라는 시각도 있다. 또한 규정을 잘 지키며 영업하는 곳도 많기 때문에 유사투자자문업 자체를 문제삼을 순 없다.
다만 유사투자자문업체 수가 늘어난 만큼, 유사투자자문업체의 불법 행위 사례도 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불법 영업 업체의 수나 영업 실태 파악은 물론이고 이를 적발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미등록 상태의 투자자문사들이다. 금융당국에 등록조차 하지 않은 투자자문업체를 적발하기는 더욱 어렵다. ‘투자자문 대표’ 명함을 달고 불법 행위를 영위하는 제2의 라 대표를 사전에 적발하기란 쉽지 않다는 의미다.
금감원은 지난 2021년 점검 결과 미등록 투자자문사 3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미등록 투자자문업체가 적발된 것은 금감원이 매년 유사투자자문업자 불법․불건전 영업행위 점검 결과를 공표해 온 2017년 이후 처음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유사자문업체로 신고가 된 회사를 위주로 이들 중 불법·불건전 행위를 하는 업체를 적발한다”면서 “업체 홈페이지 모니터링(일제 점검)과 직접 업체의 유료회원으로 가입하는 암행점검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의 한계로 점검·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아예 등록되지 않은 미등록 업체를 적발하는 것은 투자자 신고가 아니라면 사실상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한계가 지적됨에 따라 유사 사건 방지를 위해 투자자의 문제 자각과 주의가 요구된다.
금감원은 유사투자자문업자 투자자 유의사항에 대해 유사투자자문 계약체결 전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 홈페이지에서 대상 업체가 신고된 업체인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할 것을 권했다. 또한 계약체결 전 해지 위약금 등 환급 비용과 같은 주요 계약내용을 꼼꼼히 살펴 불리한 계약내용은 없는지 확인하고, 해지불가 조건을 부과하는 등 부당하게 환불을 제한할 경우 금전적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특히 유사투자자문업자는 금융 전문성이 검증된 금융회사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고, 손실보전 또는 이익보장 약속 등 투자자를 현혹하는 광고에 의존하여 계약을 체결하지 않도록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유사투자자문업자의 1:1 투자추천 행위(미등록 투자자문) 및 주식 사전매집 후 종목추천(부정거래 등 불공정거래) 등은 명백한 불법행위므로, 이에 대해 증빙자료를 갖추어 적극 신고할 것을 권면했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