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이 박찬구 회장 조카인 박철완 전 상무와 손을 잡은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의 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주총을 하루 앞두고 국민연금이 차파트너스가 아닌 금호석유화학 측 손을 들어준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22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서울 중구 소재 시그니쳐타워에서 열린 금호석유화학 제4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 전 상무 측 차파트너스가 제안한 안건들이 모두 부결되거나 폐기됐다.
박 전 상무는 ▲주주총회 결의에 의해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도록 정관 변경 ▲내년까지 기존에 보유한 자사주 100%를 소각 ▲사외이사 김경호 선임 등의 주주제안을 제시했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항해 ▲상법상 원칙인 이사회 결의에 따른 자사주 처분 결정 ▲자기주식 50%(약 262만주)의 3년 분할 소각과 500억원 규모 자사주 추가 취득 ▲사외이사 최도성 선임안을 제시했다.
차파트너스는 나머지 50% 자사주가 우호지분으로 제3자에게 처분돼 총수 일가의 경영권 방어에 쓰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주총 표 대결 의지를 밝혔다. 이에 대해 금호석유화학은 석유화학 산업이 불황인 가운데 자사주를 단기에 전량 소각하기보다 재무 건전성과 신사업 투자 여력 확보 등을 위해 일부 남겨두는 것이 기업가치를 더 높이는 길이라고 맞받아쳤다.
차파트너스는 금호석유화학의 개인 기준 최대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지분 9.1%) 주주 권한을 위임 받아 대리했으나, 표 대결 결과 차파트너스 측 안건은 전부 부결됐다.
특히 회사가 제시한 자사주 50%의 3년간 처분·소각 관련 안건이 74.6% 찬성으로 승인되며 차파트너스 안건은 자동 부결됐다.
이로써 개인 최대주주로서 2021년부터 이사회 입성 등 주총에서 권리를 행사해 온 박 전 상무는 올해 세 번째 도전에도, 한 건의 주주제안 안건도 채택받지 못하며 고배를 마셨다.
이날의 주총 결과는 예측된 결과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2대주주 국민연금이 주총을 하루 앞둔 전날 수탁자 전문위원회 회의에서 차파트너스의 자사주 소각 관련 안건에 반대했고, 사외이사는 이사회가 추천한 후보에게 찬성표를 던졌다.
금호석유화학 일가 지분구조에 따르면 박찬구 회장의 지분은 7.14%다. 박 회장의 장남 박준경 사장(7.65%)과 장녀 박주형 부사장(1.04%) 등을 합산하더라도 총 지분은 15.83%에 그친다. 지분 9.08%를 보유한 박철완 전 상무와의 표 대결에서 지분 9.27%의 국민연금이 양측 표 대결의 '캐스팅보트'로 작용한 이유다.
금호석유화학의 소액주주 수는 9만6784명으로 이들 지분율은 전체 발행주식 수의 50.31%에 해당한다.
한편, 금호석유화학은 이날 주총 결과에 대해 "석유화학업계의 절체절명 위기 상황에서 회사 미래전략 재원을 일거에 소각하는 등 오히려 경영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주주제안의 오류가 검증됐다"며 "불황을 극복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해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를 모색하는 고민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