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9호 김응구⁄ 2025.02.05 14:06:23
경동나비엔이 지난달 의미 있는 전시회 하나를 열었다.
‘한번 더 콘덴싱: 가치의 재발견’이라는 이름의 전시회로, 10일부터 19일까지 10일간 서울 인사동 갤러리은에서 관람객을 맞았다.
이번 전시는 경동나비엔이 펼치는 캠페인 ‘한번 더 콘덴싱’의 일환이다. 이 캠페인은 버려지는 열을 재활용함으로써 대기 질을 개선하고 에너지 저감에 기여하는 콘덴싱보일러의 가치를 담고 있다. 한마디로 콘덴싱의 친환경성을 소비자에게 알리겠다는 의미다. 지난해 5월에는 서울 청계광장과 경희대학교, 경기도 하남 미사경정공원에서 플라스틱 폐기물을 나무 키링으로 만들어 숲을 조성하는 이벤트를 펼쳐 관심을 모았다.
경동나비엔은 이번 전시회의 파트너로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금속공예학과를 선택했다. 학생들은 수명이 다한 콘덴싱보일러의 부품과 자재를 본인만의 신선하고 참신한 시각으로 작품화했다. 버려진 폐보일러에 새생명을 불어넣은 것이다.
작년 9월 국민대와 산학협력 맺고 공모전 열어
앞서 경동나비엔은 지난해 9월 4일 국민대 금속공예학과와 산학협약식을 맺었다. 그러곤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폐보일러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아트웍 공모전’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경동나비엔 김용범 영업마케팅 총괄임원은 “젊은 감각을 충분히 발휘해 창의적인 작품이 많이 나오길 바라며, 이를 통해 콘덴싱 기술의 친환경 가치가 다시 한번 조명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모전은 수명이 다한 콘덴싱보일러를 활용해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예술 작품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배기가스에 남아 있는 열을 재활용해 대기오염 물질 배출을 줄이는 콘덴싱보일러처럼, 버려지는 보일러를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시켜 친환경 가치를 알린다는 의미다. 그런 만큼 공모전의 주제는 ‘업사이클링’으로 정했다.
11월 한 달간 작품을 제작하고 12월 결과물 발표를 거쳐 최종 심사를 진행했다. 공모전에는 20개 팀이 41개 작품을 출품했고, 최종 11개 팀이 입상했다.
대상은 보일러 외장커버로 의자를 만들어 ‘온기를 품은 쉼터’를 표현한 ‘업보’ 팀이 차지했다. ‘NAVI RE-BORN’이라는 이름의 이 작품은 콘덴싱보일러가 주는 따뜻함을 일상의 휴식을 의미하는 의자로 재창조해 업사이클링이라는 주제와 가장 잘 맞는다는 평을 얻었다. 특히, 출품작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구조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업보는 이 작품을 두고 보일러 철제 케이스의 독특한 곡선과 견고함을 살려 의자의 구조를 완성했으며, 미니멀한 디자인 속에 실용적 가치를 담아냈다고 소개했다. ‘가치의 재발견’이라는 주제처럼 폐기된 물건에 새로운 쓰임을 부여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는 설명도 보탰다.
업보 정일찬·이한휘는 “한때 공간을 따뜻하게 데우던 보일러는 온기를 품은 쉼터가 돼 사람들에게 편안한 공간을 제공한다”며 “과거의 온기를 간직한 이 의자는 버려진 물건도 누군가의 삶에 다시 스며들 수 있다는 희망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최우수상은 보일러 부품인 버너와 전선을 활용해 가스스토브를 제작한 ‘인더스플레임’ 팀이 받았다. 작품명은 ‘스토브’. 수명이 다한 보일러 버너에 다시 불꽃이 타오르게 한다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콘덴싱과 업사이클링의 가치를 직관적으로 전달했다. 실제 가스스토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실용성 측면에서도 호평받았다.
유원상·천수민·허예원이 참여한 인더스플레임은 “버려질 운명이었던 폐보일러에 생명을 불어넣어 스토브로 재탄생했다”며 “보일러실 구석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그저 묵묵히 주어진 일을 하던 보일러는 이제 우리 곁에서 다시 한번 타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우수상은 두 팀이 수상했다. 먼저, 김승종·임보경·이채린·민예슬의 ‘그리너’ 팀은 보일러 부품으로 식물 순환시스템인 테라리움을 만들어낸 ‘푸르리움’을 선보였다. 아래쪽 배수층을 통과한 물이 펌프를 통해 위로 올라가고, 폭포 형태로 다시 배수층으로 하강하며 식물의 자생을 돕는 구조다. 이를 통해 콘덴싱보일러의 부품이 테라리움이라는 작은 생태계를 만들어내면서 다시 한번 친환경을 만드는 과정을 담았다는 게 그리너의 설명이다.
김상미·손연주·이하서의 ‘보일러업고튀어’ 팀은 세 작품을 출품했다. ‘나비 N 테이프’ 1·2·3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주는 레트로를 콘셉트로 카세트테이프 디스펜서를 제작해, 오랜 시간 우리 공간을 지켜준 보일러를 다시 현재로 가져왔다. 폐보일러 부품이 주된 구성 요소이며, 추가적인 부품만 있으면 쉽게 조립하도록 제작 방식을 간결하게 한 점이 돋보인다.
이밖에 가스공급관으로 제작한 조명과 인센스 홀더, 열교환기와 모터 팬 날개로 제작한 전통 디자인 조명 등을 출품한 7개 팀이 입상했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학생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우리 일상과 늘 함께하는 콘덴싱보일러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 기뻤다”며 “앞으로도 콘덴싱보일러의 친환경 가치를 알리는 다양한 캠페인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