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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퍼플, 한지의 물성과 생명주의 탐구하는 이동재 개인전 ‘껍질’ 열어

재료 자체에 서사 담아…“작업은 물질과 교감하며 서사를 얹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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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25.02.06 10:06:12

이동재, ‘스킨(skin)’. 27x21cm, 한지에 오배자 채색. 2025. 사진=갤러리퍼플

갤러리퍼플은 이달 14일부터 다음달 29일까지 이동재 개인전 ‘껍질’을 연다고 밝혔다.

이동재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오랜 시간 동안 한지의 원료인 닥 죽을 활용해 ‘한지’의 물성과 생명주의를 탐구한 여정을 보여준다. 작가는 한지 죽을 활용한 지 십 수 년 이상 됐다고 한다. 석고틀을 이용한 캐스팅 기법에서 출발한 작업은 세월을 거치며 점차 재료의 물성을 더 드러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재료는 그 자체가 서사를 담고 있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작업은 물질과 교감하면서 그 위에 또 하나의 서사를 얹는 과정”이라고 언급했다.

작가의 일상적인 작업 속에서 남겨지는 상처와 멍을 통한 흔적들은 단순히 육체적인 상처에 그치지 않고 작가의 내면에 깊은 감정을 남기며 그 감정은 작품에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작가는 작업을 하다가 칼이나 가위에 손가락이 베이고, 여기저기 부딪혀서 멍이 들기도 했다.

이동재, ‘씨드(seed)’. 41x32cm, 한지에 오배자 채색. 2025. 사진=갤러리퍼플

특히 손은 매일 물이 닿아야 하니 이중 삼중으로 반창고와 장갑, 고무장갑을 끼고 물에 젖는 작업을 해야 했다. 반나절을 그렇게 보내고 나면 자신의 손이 맞나 싶을 정도로 손이 퉁퉁 붓고 벌겋게 달아올랐다고 한다.

하지만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어 없어지고 붓고 상기된 피부도 가라앉았다. 그러면서 희미하게 작은 흔적들을 표면에 남겼고, 이 감정 또한 작품에 담겼다는 설명이다.

작품의 채색 재료인 오배자는 붉나무에 기생하는 벌레의 고치로 천연염료로 활용되며, 그 자체로도 자연의 미묘한 색채를 지닌다. 건조된 오배자를 잘게 부수어 물에 끓이면 옅은 황토색의 진액이 된다. 이를 매염제인 산화철, 백반과 섞으면 보라 계열과 갈색 계열의 색이 돼 작업의 색채와 질감의 깊이를 더한다.

한지 위에 여러 번 덧칠하면 오배자가 가지고 있는 아교질 성분으로 인해 단단하게 밀착되며 표면의 광택을 형성한다. 이런 작품의 표면은 마치 상처 나고 부어오른 피부를 연상시킨다.

작가는 닥 죽을 물에 넣어 휘젓고 채로 떠내어 스펀지로 물기를 짜낸 뒤 반복적으로 눌러내고 두들기며 작품을 완성한다. 이러한 과정으로 표현되는 작품의 반복적인 형태들은 주름지고 늘어진 살갗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동재, ‘스킨(skin)’. 45x36cm, 한지에 오배자 채색. 2025. 사진=갤러리퍼플

또한 작가는 바닥에 얇게 편 닥 죽 위에 직물이나 카펫을 얹어 눌러내는 방식으로 직물의 요철을 그대로 밀착시켜 새로운 질감의 표면을 만든다. 직물의 반복된 주름은 동물의 거친 피부나 비늘처럼 자연의 복잡한 질감을 닮아있다.

캔버스 위에 플라스틱 사출의 재료로 쓰이는 작은 둥근 알갱이들을 부착해 피부의 돌기나 장기의 융털과 같은 형태를 조형해서 생명체의 최소 단위나 단세포 생물의 형상을 구현하려는 시도를 담아낸다. 이는 세포나 박테리아와 같은 미시적 이미지 혹은 우주 공간의 행성들의 모습과 같은 거시적 이미지를 떠올린다.

다양한 생명의 형태를 통해 작가는 존재의 근본적인 형상을 만들어내며 이러한 유기적 형태는 한지의 물성과 형상, 그리고 생명주의가 맞닿는 껍질로서 표현된다.

갤러리퍼플 측은 “작품에 고스란히 남겨진 작가의 흔적들을 통해 생명과 물질 간의 깊은 관계를 사유하고, 생명의 존재와 그 의미를 탐구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작가 이동재(b. 1974, 서울)는 동국대학교에서 미술학과를 전공했다. 2023년 페이토 갤러리(서울, 한국), 2022년 라흰 갤러리(서울, 한국), 2019년 60화랑(서울, 한국), 2017년 가나아트파크(양주, 한국)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2023년 문화공간이육사(서울, 한국), 지누지움미술관(인천, 한국), 2022년 갤러리 콜론비(서울, 한국) 2021년 대경뮤지엄(서울, 한국), 토탈미술관(서울, 한국) 등 여러 곳에서 그룹전에 참여했으며, 현재 갤러리퍼플 스튜디오 (galleryPURPLE STUDIO)에서 입주작가로 활동 중이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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