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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9 톰 삭스 전’ 개최…우주 탐사 상상력의 미학, 서울 DDP 상륙

‘Space Program: Infinity’ 국내 첫 공개…200여 점의 최신작과 신작 포함한 최대 규모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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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예은⁄ 2025.04.29 14:41:29

현대미술 아티스트 톰 삭스(가운데)가 이번 전시 작품 중 하나인 우주복을 걸친 팀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카드

현대카드는 세계적 현대미술 아티스트 톰 삭스(Tom Sachs)의 우주 탐사 프로젝트를 망라한 대규모 전시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9 톰 삭스 전’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전시1관에서 25일 개막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9월 7일까지 약 4개월간 진행되며, 삭스의 대표 시리즈 ‘스페이스 프로그램(Space Program)’을 중심으로 200여 점에 달하는 조각, 설치, 신작을 국내 최초로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현대카드가 2018년 가수 위켄드(The Weeknd) 공연 이후 7년 만에 재개하는 컬처프로젝트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이제는 단순한 전시나 공연을 넘어,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고 몰입할 수 있는 문화 경험이 중요해졌다”며, “톰 삭스는 인간 탐험 정신을 누구보다 진정성 있게 표현하는 작가로, 컬처프로젝트 재개를 알리는 데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다”고 설명했다.

1966년 뉴욕에서 태어난 톰 삭스는 현재 뉴욕 소호에 위치한 스튜디오에서 활동하며, 조각, 설치, 영상, 산업디자인을 아우르는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는 매뉴얼 작업(manual labor)을 강조하는 'Studio Craftsmanship' 철학을 고수한다. 모든 작품은 작가와 스튜디오 팀이 직접 손으로 제작하며, 기계적 완성도를 넘어 ‘인간적 불완전성’을 드러내는 것을 중시한다.

그의 대표적 발언 중 하나인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태도는 작품 곳곳에 녹아 있다. 삭스는 고가 소비재, 글로벌 브랜드 로고, 군사 및 우주 기술을 재료 삼아 현대 사회의 소비주의, 권위주의를 비판하는 동시에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를 이어간다. 과거 루이비통 가방을 폼보드로 재해석한 작업, 맥도날드 키친 세트를 수공예로 재현한 프로젝트 등은 그를 현대미술계의 주요 작가로 부상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중에서도 ‘스페이스 프로그램’은 삭스의 예술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으로, 인간이 미지의 세계를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본능과,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허술함과 유머를 동시에 포착한다.

NASA 향한 동경, 그리고 우주 탐사 상상의 재구성
‘스페이스 프로그램: 무한대(Space Program: Infinity)’는 삭스가 2007년부터 이어온 대규모 우주 탐사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그는 NASA의 달 탐사선, 유로파 착륙선 등을 저가 재료로 섬세하게 재현함으로써 과학기술과 예술, 신화와 일상, 성공과 실패의 경계를 허문다.

삭스는 이번 전시 공간으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선택했다. 그는 “DDP는 공공성과 실험성이 공존하는 공간”이라며, “건축 자체가 우주선처럼 느껴졌고, 나의 스페이스 프로그램과 완벽하게 어울린다”고 밝혔다. 특히, 자하 하디드(Zaha Hadid)가 설계한 DDP의 유기적 곡선 구조는 삭스의 작업과 ‘우주 공간을 탐험하는 듯한’ 몰입 경험을 극대화하는 데 최적의 무대가 되었다.

서울 전시에서는 관람객들이 복잡한 미로를 따라 이동하며 우주 임무에 참여하는 듯한 몰입형 체험을 제공한다. 관람객은 입장 전 'Robert Irwin Scrim Clean Air Room (RISCAR)'을 통과하며 지구의 오염을 정화하고 ‘순수한’ 우주 공간에 들어서게 된다.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작품 이 작품은 미니멀리즘 거장 로버트 어윈(Robert Irwin)의 ‘스크림’ 작업을 오마주한 것으로, 정화된 공기를 통해 새로운 공간적 체험을 유도한다. 삭스는 이를 통해 관람객에게 지구의 중력과 오염에서 벗어난 "정신적 환기"를 제안한다.

Lunar Excursion Module (LEM)이라는 작품은 NASA의 아폴로 달 착륙선을 폼보드, 합판, 덕트 테이프 등 조악한 재료로 재현한 대형 설치물이다. 세밀한 디테일은 과학기술의 정밀성을, 가벼운 재료와 노출된 구조는 인간적 불완전성을 상징한다. 내부는 실제 우주선처럼 설계되어, 관람객은 직접 착륙선 안팎을 걸으며 탐험할 수 있다.

Quarantine (격리실)은 우주 비행사가 지구 복귀 후 격리되는 과정을 재현한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우주와 지구 간 교차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프로토콜이 묘사되며, 현대 사회의 '순수성'과 '오염'에 대한 은유적 질문을 던진다.

Excavation Tools and Astrobiology Lab에서는 탐사 미션 중 외계 생명체를 찾기 위해 사용하는 발굴 도구와 실험 장비를 전시한다. 삭스는 단순한 공구(잭해머, 샘플 드릴 등)조차 장인정신을 담아 제작했으며, 과학적 연구의 허술함과 인간적 열정을 동시에 부각시킨다.

Tea Ceremony on Europa 에서는 외계 행성 유로파에서의 다도회를 상상한 설치 작업이 펼쳐지며, 달 표면에서도 인간이 문화적 습관을 지속하려는 욕망을 보여준다. 삭스는 다기 세트를 직접 제작했으며, 이를 통해 낯선 환경에서도 인간 문명을 재구성하려는 본능을 위트 있게 풀어냈다.

DIG SITE는 우주 미션이 발굴 현장을 형상화 한 설치 작품이며, 현장에 설치된 둔덕은 DIG SITE의 중심 요소로, 화성의 표면을 연상시킨다. 함께 전시 된 Rover는 실제 무인 탐사 차량을 모티브로 제작한 작품으로, 나무와 금속, 플라스틱 등을 손으로 조합하여 제작했다. 우주 표면의 여러 둔덕들을 오가며 미션을 수행할 때 사용한 Rover는 NASA의 첨단 기술을 상징한다.

이 밖에도 전시장의 출구 쪽에는 관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작품들이 설치돼 있다. 인독트리네이션 센터는 스페이스 프로그램마다 관람객이 톰 삭스의 작업 세계를 깊이 있게 탐구하고, 직접 탐사에 참여하며, 스페이스 프로그램의 일원이 되기 위한 일종의 시험을 치르는 곳이다. 작품을 단순히 감상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일정한 절차를 수행하고 시험에 통과하면 스페이스 프로그램의 ID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톰 삭스는 권위적 제도들의 규율 체계를 모방하면서, 예술 내부의 위계와 신념 체계에 대해서 비판하는 동시에 자시의 작업 세계를 하나의 믿음 체계로 만들고, 관객을 그 속으로 참여시켜 톰 삭스 스튜디오의 일원이 되는 경험을 제공한다.

한편,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는 2011년 독일 전자음악 그룹 크라프트베르크 공연을 시작으로, 스탠리 큐브릭, 팀 버튼, 장 폴 고티에 등 세계적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해왔다. 현대카드는 2018년 이후 컬처프로젝트를 중단해왔다. 이번 재개는 팬데믹 이후 변화한 문화 소비 트렌드와 '진짜 체험'을 중시하는 현대인의 욕구를 반영한 전략적 선택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문화 콘텐츠를 소개하는 컬처프로젝트를 7년 만에 다시 선보이게 되어 뜻깊다”며, “이번 전시는 인간 탐험 정신을 가장 창의적으로 재해석한 톰 삭스의 세계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말했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9 톰 삭스 전’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현대카드 DIVE 앱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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