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태⁄ 2025.07.02 18:06:25
중국 정부가 9월 3일 베이징에서 열릴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 대회', 이른바 전승절에 이재명 대통령의 참석 의사를 한국 측에 타진한 사실을 한국 언론에 적극 알리면서 이 대통령의 참가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주한중국대사관은 2일 연합뉴스에 입장문을 보내 “(2015년 전승절 70주년 행사 당시) "한국 지도자(박근혜 당시 대통령)가 초청에 따라 참석해 좋은 효과를 거뒀다. 중국은 이번 기념행사에 한국 측의 참석을 환영한다"며 “올해는 항일전쟁 승리 80주년이자 한반도 광복 80주년으로 중한 양국 모두에게 중요하고 특별한 의미가 있는 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러한 사실이 보도되자 대통령실은 이날 기자단에 보낸 공지문을 통해 “한중 간 관련 사안에 대해 소통 중에 있다. 다만, 외교 채널에서 이루어지는 구체 내용을 밝히기에는 어려움이 있음을 양해해 주기 바란다. 한중 양국은 APEC(11월 한국 경주 개최)을 매개로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는 공감을 토대로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미-중 마찰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10년 전 당시 박 대통령의 참석이 국제적으로 큰 파문을 낳았던 행사의 이 대통령 참석 가능성에 대해 대통령실이 “긴밀하게 소통 중”이라고 밝혀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 중임을 암시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도 9.3 전승절 초청 방침을 굳혔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최근 보도한 바 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취임 뒤 2014년 방한해, 중국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에 앞서 남한을 먼저 방문한 기록을 세웠다. 박 전 대통령의 방중에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도 두 차례 방중해 시 주석을 만난 바 있지만, 이후 여러 차례 거론된 시 주석이 한국 재방문은 아직 성사되지 못한 채 11월 경주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70주년 전승절 방중 당시는 북한이 핵실험을 지속하면서 북-중 사이가 벌어지던 시기였다. 한국을 중국 편으로 끌어들이면서 한-미 관계에 틈을 벌리려는 게 당시 중국의 박 전 대통령 초대 의도로 읽힌다.
현재도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하면서 북-중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실용외교를 강조하며 한중관계 관리에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미중 경쟁이 격화되는 와중에 중국이 군사력을 과시하는 전승절 행사에 한국 정상이 참석하는 것은 한미동맹을 기초로 하는 한국 외교에 부담이 될 수 있어 이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은 성사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미-중 관세 협상이 일단락된 상태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여러 차례 친서를 보내는 등 한반도에 적극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의 양해 아래 이 대통령이 9월 먼저 베이징을 방문하고 이어 시 주석이 11년만에 방한하는 양상의 전개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