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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 사상’ 청도군 경부선 열차 사고…안전 부실 참극에 코레일 한문희 사장 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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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한준⁄ 2025.08.22 10:46:58

무궁화호 열차가 선로 인근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7명을 치는 사고가 발생한 19일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청도소싸움 경기장 인근 경부선 철로에서 코레일 등 관계자들이 사고가 난 선로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9일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인근 경부선 철로에서 발생한 무궁화호 열차 충돌 사고가 철도 안전 관리의 총체적 부실을 드러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날 사고로 선로 작업 중이던 근로자 7명이 열차에 치여 2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당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사고를 '인재'로 규정하며 수사를 진행 중이며,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한문희 사장은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사고는 2025년 8월 19일 오전 10시 50분경 발생했다. 동대구역을 출발해 진주역으로 향하던 무궁화호 열차(시속 약 100km)가 경부선 하행선 철로를 지나던 중, 안전 점검 작업을 하던 근로자들을 덮쳤다. 작업자들은 철로 주변 구조물(교량 등)을 점검하기 위해 선로에 진입한 상태였다. 이들 중 코레일 소속 직원 1명과 하청업체(구조물 안전 점검 전문 업체) 소속 6명이 포함됐으며, 사상자 7명 가운데 5명이 20~30대 청년 노동자로 확인됐다.

현장 CCTV 영상에 따르면, 작업자 7명은 철로를 따라 줄지어 걸어가고 있었다. 열차가 접근하자 일부 작업자가 피하려 했으나, 미처 대피하지 못한 이들이 충돌을 당했다. 사고 직후 열차는 비상정지했으나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사망자 2명은 현장에서 즉사하거나 중상으로 병원 이송 후 숨졌으며, 부상자 5명 중 4명은 중상, 1명은 경상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특히 경상자 A씨는 충격으로 사고 당시 기억을 상실한 상태로 알려졌다.

사고 여파로 경부선 상·하행선 운행이 약 2시간 지연됐으며, 코레일은 승객들에게 사과와 보상을 약속했다. 경찰은 합동 감식을 통해 열차 속도, 작업자 위치, 안전 장비 작동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7명의 사상자를 낸 경북 청도군 열차 사고 현장 인근에 설치돼 있는 코레일의 선로 출입문. 사고 작업자들은 작업 현장에 접근하고자 수백미터를 철길로 이동하다가 변을 당했다. 이 출입문을 이용했으면 작업 현장까지 거리는 10m에 불과하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사고는 철도 안전 관리의 다중적 허점을 드러냈다. 첫째, 무전기와 열차 접근 경보장치의 미사용이다. 작업자들은 무전기 1대와 경보 앱이 설치된 단말기 4대를 소지하고 있었으나,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다. 사고 발생일 오전 10시 45분경 선로 진입 시 무전기를 통해 열차 운행 상황을 확인하거나 대피 지시를 내렸다면 참극을 피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레일 측은 무전기를 지급했으나, 사용 매뉴얼이 준수되지 않았다.


둘째, 작업계획서의 부실과 허위 작성 의혹이다. 사상자 7명 중 사망자 1명과 부상자 1명의 이름이 작업계획서에 누락돼 있었다. 이는 작업 인원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시사하며, 하청업체의 허위 서류 제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청업체에 작업을 위탁한 코레일의 감독 책임 소홀이 지적되고 있다.

셋째, 안전 대피 시설도 미비했다. 사고 현장 근처에 출입문이 있었음에도 작업자들이 철로를 따라 수백 미터를 걸어가도록 한 점이 문제로 지적됐으며, 철로 작업 시 안전 프로토콜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넷째, 사상자 대부분이 하청업체 소속 청년 노동자여서, 코레일의 원청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다. 하청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열악한 안전 환경에 노출돼 있으며, 이번 사고는 이러한 구조적 취약점을 재확인시켰다는 것. 경찰은 코레일과 하청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 중이며, 안전 매뉴얼 위반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다.

이 사고는 2013년 청도역 KTX 탈선 사고 이후 철도 안전이 강화됐음에도 여전한 문제점을 드러낸다. 전문가들은 "철도 안전은 기술만큼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무전기·앱 등 장비의 의무적 사용과 하청 관리 강화, 정기 훈련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 사진=연합뉴스
 

한편,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한문희 사장은 지난 19일 사고현장에서 "철도 작업자 사고 발생에 대해 유가족과 국민께 깊이 사과드리며,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직 의사를 피력했고, 21일 국토교통부에 사표를 제출했지만 아직 수리되지 않은 상태다. 

 

한 사장은 윤석열 정부 시기인 2023년 7월 잇단 철도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해임된 나희승 사장에 이어 코레일 사장으로 취임했지만, 임기 만료를 11개월 앞두고 또다시 철도 안전사고로 불명예 퇴진하는 사례가 됐다.

코레일은 "유가족과 부상자 지원에 총력을 다하는 한편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에 적극 협력하고,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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