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유홍준)은 11월 22일(토)부터 상설전시관 3층 세계문화관에 이슬람실을 신설하여 공개한다. 세계적인 이슬람 박물관인 카타르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과 공동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이슬람 미술, 찬란한 빛의 여정’라는 주제로 초기 쿠란 필사본 등 총 83건의 다양한 이슬람 미술품들을 선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인류가 남긴 다양한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세계문화관을 조성한 이래, 2019년부터 세계 주요 박물관 소장품을 통해 다양한 세계문화를 소개하는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이슬람 문화는 다섯 번째 주제로, 상설전시관 최초의 이슬람 주제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슬람 문화는 7세기 무렵 아라비아반도에서 시작되었다. 예언자 무함마드가 받은 신의 계시는 신성한 경전인 쿠란으로 완성되었고, 그 가르침은 오늘날까지 이슬람 사회 전반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이후로 이슬람 세계는 아라비아반도를 넘어 무역과 교류를 통해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으로 확산해 갔고, 이슬람 예술은 변화와 융합을 거듭한 역동적이고 다채로운 시각문화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 전 세계 57개국이 이슬람 문화권에 속하고, 무슬림 인구가 20억 명이 넘고, 우리나라 역시 거주 외국인 204만 명 가운데 무슬림으로 추산되는 인구가 3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이슬람 문화는 이미 우리 사회에 가까이 다가와 있다. 이슬람실은 우리에게 아직은 다소 낯선 이슬람 세계를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기획되었다.
이슬람은 종교적 교리만이 아니라 다양성과 포용력을 바탕으로 발전해온 문화이다. 전시는 7세기부터 19세기의 이슬람 미술을 종교미술, 문화의 포용과 확장, 궁정 문화와 필사본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나누어 구성하였다. 전시의 흐름을 연대기적 전개보다는 이슬람의 문화 다양성과 폭넓은 미감에 초점을 맞추어 이슬람 미술의 찬란했던 여정을 소개한다.
1부 ‘이슬람 세계의 종교미술’은 신앙과 예술이 하나로 어우러진 이슬람문화의 본질을 다룬다. 쿠란 필사본은 양피지에 쓴 초기 필사본에서 티무르 제국의 대형 필사본에 이르기까지, 이슬람 문자 예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종교 공간을 장식했던 미흐랍 석판과 모스크 램프, 기도용 카펫이나 문, 타일과 같은 건축 부재들은 아라베스크와 기하학적 무늬, 서예로 장식되어 신성한 공간에 예술성을 불어넣었다. 전시 공간은 돔지붕과 팔각형 구조로 꾸며서 관람객이 마치 모스크에 들어온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도록 연출했다.
2부‘이슬람 문화의 포용과 확장’은 아라비아반도에서 시작된 이슬람 문화가 다양한 지역과 만나 역동적이고 융합적인 문화로 발전하는 과정을 조명한다. 전시 공간은 이슬람의 교류와 확장의 여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바다 건너 새로운 세계를 향한 그들의 호기심을 보여주는 천구의나 아스트롤라베는 천문을 관측하는 도구이자 학문적 탐구의 상징이었다. 이슬람 장인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유리, 도자기, 금속공예품은 포용과 확장의 과정을 통해 서로 다른 지역의 예술 전통과 기술이 만나 조화를 이룬 이슬람의 예술 세계를 보여준다.
3부 ‘이슬람 궁정 문화와 필사본’에서는 화려한 궁정에서 꽃핀 예술과 학문의 세계에 주목한다. 오스만(1299~1922), 사파비(1501~1736), 무굴(1526~1857) 제국의 궁정은 행정과 군사의 중심지이자, 예술의 혁신이 이루어지던 문화 교류의 장이었다. 화려하고 정교한 카펫과 직물, 장신구는 제국의 권위와 세련된 품격을 드러낸다. 왕실 후원으로 만들어진 필사본은 단순한 지식의 기록이 아니라 종교와 문학, 역사, 과학이 어우러진 종합 문화유산으로, 이슬람 예술 중 가장 수준 높고 정교한 분야로 평가받고 있다.
전시실 내에는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의 대표적 전시 공간인 ‘다마스쿠스 귀족의 응접실’을 미디어로 연출한 공간을 조성하여 관람객들이 휴식을 취하며 이슬람 문화가 꽃피운 당시의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도록 하였다. 전시실 출구는 세계문화관 전시실로 연결되어, 관람객들은 이어지는 중앙아시아실과 인도・동남아시아실에서 이슬람과 교류하며 형성된 다채로운 세계문화를 만나볼 수 있다.
이슬람실 곳곳에는 어린이 눈높이에서 전시를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는 ‘아하! 배움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아하! 감상포인트’에서는 전시품을 보며 생각을 확장할 수 있는 열린 질문을 던지고,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촉각 체험 자료를 함께 제공하여 이슬람 미술의 예술적 특징과 의미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또한 ‘디지털 체험’공간에서는 관람객이 이슬람 기하학적 무늬를 조합해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보며 이슬람 미술에 쉽고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다. 아울러 전시실 안에서 같은 듯 다른 문화유산들을 찾아볼 수 있는 교육 자료는 전시에 대한 이해를 도울 것이다.
전시 공개 하루 전인 11월 21일(금) 오후 8시에는 국립중앙박물관 유튜브 채널에서 권혜은 학예연구사가 진행하는 전시 해설 라이브 방송이 열린다. 전시 기획의도와 전시품에 담긴 이야기를 미리 만나 볼 수 있는 이번 해설은, 관람 전 기대감을 높이고 전시를 깊이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전시가 시작되는 11월 22일(토) 오후 1시부터 박물관 교육관 교육실습실에서 이번 전시를 함께 기획한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 학예 부관장이자 세계적 이슬람연구자인 무니아 셰크합 아부다야(Mounia Chekhab Abudaya) 박사가 “찬란한 빛의 여정 – 도하에서 서울까지 이슬람 미술의 소개”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다. 별도의 예약 없이 선착순으로 입장할 수 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는 카타르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과 협력하여 이슬람 미술을 소개하는 뜻깊은 자리”라며, “관람객들이 시대와 지역을 넘어 찬란하게 꽃피운 이슬람 문화를 바르게 이해하고, 인류 문화의 다양성과 공존의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개막을 위해 방한한 카타르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의 샤이카 나세르 알-나스르 관장은 “이번 전시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따뜻하게 협력해 준 국립중앙박물관에 깊이 감사한다”고 전하며, “이번 전시는 예술이라는 보편적 언어를 통해 문화적 대화와 상호 이해를 증진하기 위해 마련했다. 카타르 박물관 연합 설립 20주년을 맞이한 올해, 본 전시는 세계적 교류와 상호 이해를 강화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의 하나이기도 하다. 우리는 예술이 사람들을 연결하고 국경을 넘어 이해를 넓히는 힘을 함께 기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