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단독] ① 유튜브 단속도 막지 못한 ‘불법 숏폼 공장’…그 배후는?

유튜브 숏폼 수익 분배 틈새를 노린 음원 사업자들의 ‘어뷰징’ 전략

  •  

cnbnews 박소현⁄ 2025.12.05 21:15:28

현재 유튜브에는 드라마·예능·OTT 오리지널 등이 1분 내외 숏폼으로 잘려 무차별 업로드되고 있다. 저작권자 허락 없는 불법 편집물임에도 일부 채널은 누적 조회수가 수천만에서 1억 회를 넘기는 등 원작을 도용한 영상으로 막대한 조회수를 끌어모으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불펌 영상을 올리는 계정 상당수가 구독자 0명, 수익 창출이 불가능한 채널이라는 점이다. 겉보기에는 단 한 푼의 수익도 나지 않을 계정들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같은 행위를 반복하고, 차단되면 곧바로 새 계정을 만들어 되살아나는 이유가 있다.

 

그 배경에는 “불법 업로드 여부와 상관없이 조회수만 나오면 숏폼 음원 수익이 분배된다”는 유튜브 수익 분배 구조의 숨겨진 허점을 파고든 어뷰징 사업 모델이 자리하고 있다.

 

구독자 0명 계정도 돈 버는 기형적인 숏폼 생태계

 

수익이 발생할 리 없는 유튜브 채널들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불펌 영상을 올리고 사라지는 이유는 따로 있다. 비정상적인 숏폼 확산 뒤에는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구조적 유인이 숨어 있다. 불펌이라도 조회수만 확보하면 ‘음원’ 수익이 만들어지는 방식 때문이다.

 

그 출발점은 유튜브가 쇼츠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 도입한 음원 수익 분배 구조에 있다.

 

롱폼 영상은 저작권 음원을 사용하는 순간 해당 영상에서 발생한 수익이 100% 음원 권리자에게 넘어가지만, 쇼츠는 다르다. 쇼츠에서는 음원 저작권 비용을 개별 영상에서 차감하지 않고, 전 세계 쇼츠 크리에이터 수익이 모이는 ‘크리에이터 풀’에서 공제한다.

 

이 때문에 개별 크리에이터가 체감하는 비용은 사실상 ‘0.000…원’ 수준으로 희미해진다.

 

롱폼과 달리 쇼츠에서는 음악을 넣어도 크리에이터 수익이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굳이 음원 사용을 피할 이유가 사라졌다. 그 결과 유튜브 쇼츠도 틱톡·릴스와 마찬가지로 댄스 챌린지나 밈 기반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빠르게 활성화됐다.

 

하지만 음원 수익 분배 구조가 바뀌면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수익 창출이 불가능한 계정은 아무리 조회수가 높아도 영상 제작자에게 단 한 푼도 돌아가지 않지만, 음원 권리자 몫은 ‘크리에이터 풀’에서 공제되는 방식 때문에 그대로 지급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수익화 채널이 아니라면, 본래 영상 제작자에게 돌아갔어야 할 몫까지 음원 저작권자에게 전액 귀속된다. 영상이 무단 사용된 콘텐츠인지, 채널이 수익화 상태인지와는 무관하게 조회수만 나오면 음원 저작권자에게 돈이 흘러들어가는 메커니즘이다.

 

이 구조적 허점을 가장 먼저 파고든 것은 일부 음원 사업자들이었다. 짤스튜디오, 콘샐러드 등이 해당 체계를 활용해 음원 어뷰징을 수익 모델로 전환하는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들은 자체 제작한 음원을 제공하면서 “이 음악을 쓰면 유튜브 수익을 나눠준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유튜브 수익 분배 구조의 빈틈을 정밀하게 겨냥한 어뷰징 사업 모델의 등장이다.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 정식 음악을 사용하면 음원 수익을 받을 수 없지만, 이들이 제공한 음원을 쓰면 저작권 분배 체계에 편승해 일정 몫을 확보할 수 있었다. 즉, 수익화 기준을 충족하지 않아도 ‘음원 수익자’로 참여할 수 있는 편법적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콘샐러드와 짤스튜디오 홍보 블로그. 

 

이 모델은 빠르게 확산됐다. 유튜브·블로그에는 “구독자 0명도 수익화 가능”, “누구나 쉽게 유튜브로 돈 벌 수 있다” 등 크리에이터 유입을 노린 홍보 콘텐츠가 대거 등장했다.

 

유튜브 수익화 기준이 사실상 무력화되면서 불법 숏폼 제작은 곧 ‘부업 시장’으로 변질되됐다. ‘조회수만 올리면 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드라마·예능 장면을 무단 편집한 뒤 특정 업체의 음원만 얹으면 즉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제작된 숏폼에는 원본 영상의 분위기와 전혀 맞지 않는 음악이 반복적으로 사용됐다. 해당 영상들이 순수한 창작물이라기보다 수익을 목적으로 한 ‘무단 편집물’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직접적 단서다.

 

운영 방식은 더 단순했다. 채널이 삭제되기 전까지 조회수를 최대한 끌어모아 음원 수익을 정산받고, 채널이 차단되면 새 계정을 만들어 동일한 작업을 반복했다. 불법 의류를 팔다 단속되면 바로 옆에서 다시 가게를 여는 방식과 다르지 않았다.

 

유튜브, 파트너사 해지에도 사라지지 않는 ‘불펌 쇼츠’
 

짤스튜디오가 유튜브 유통 계약이 해지됐음을 알리는 메일. 사진=제보자.

 

불법 쇼츠 영상이 급격히 확산되자 유튜브는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2024년 말 일부 업체에 경고 조치를 내렸고, 2025년 9월에는 짤스튜디오의 음원을 유통하던 빅밴드와 콘샐러드 등 주요 파트너사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그러나 유튜브가 ‘칼을 빼들었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파트너 계약이 끊기면 어뷰징을 일삼던 유통사들은 곧바로 다른 파트너사로 이동해 동일한 사업을 이어갔다. 구조적 허점이 그대로인 이상, 어뷰징은 업체만 바뀐 채 다시 등장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한계는 쇼츠 생태계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특정 지역에서 어뷰징 사례가 누적되면 플랫폼은 개별 업체를 정확히 식별해 제재하기보다, 해당 지역 전체를 위험 구역으로 간주한다.

 

이 때문에 국내 음악업계에서는 “한국 음원 유통사 전체가 불법 숏폼 제작을 장려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일부 유통사의 편법 행위가 산업 전반의 신뢰도까지 흔들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피해가 완전히 엉뚱한 방향으로 향한다는 점이다. 정작 시장 왜곡을 초래한 유통사들은 파트너사만 갈아타며 활동을 이어가지만, 그 여파는 정상적으로 운영해온 음악 유통사뿐 아니라 음원을 맡긴 가수와 성실한 크리에이터에게 집중된다. 

 

유통사가 시스템에서 이탈하는 순간 조회수 이력과 정산 체계가 함께 끊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은 이미 현실적인 피해로 나타났다. 콘샐러드를 통해 유튜브 음원 수익을 정산받던 가수 싸이의 히트곡 ‘챔피언’이 대표적이다.

 

2025년 12월 5일 기준, 가수 싸이의 히트곡 '챔피언' 조회수. 사진=유튜브

 

콘샐러드가 유튜브 공식 파트너에서 제외되면서 수익 정산이 중단됐고, 이후 다른 파트너사인 미러볼을 통해 곡이 재업로드되는 과정에서 기존 조회수 기록이 모두 리셋됐다. 그 결과 ‘챔피언’은 2005년 발매곡임에도 공식 영상 조회수가 약 2만회에 머물고 있다.

 

유튜브 역시 문제를 인지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대응은 개별 파트너사를 사후 차단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불법 쇼츠의 유통 창구가 된 업체와의 계약을 끊는 조치는 당장의 불을 끄는 데에는 효과가 있지만, 어뷰징이 반복되는 근본 원인을 차단하지는 못했다.

 

그 결과 플랫폼은 ‘쇼츠 생태계 성장’과 ‘음원 저작권자 보호’라는 명분을 유지하기 위해, 동일한 어뷰징이 파트너만 바뀐 채 재등장하는 구조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러한 사후 조치를 넘어, 파트너사가 불법 숏폼 제작을 조장할 경우 권리자와 크리에이터에게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명확히 규정하는 관리 기준이다.

 

또 유통사가 시스템에서 이탈하더라도 조회수 이력과 정산 기록이 저작권자 기준으로 보호·승계될 수 있는 구조적 장치 역시 마련돼야 한다. 플랫폼 설계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선량한 창작자가 반복적으로 피해를 떠안는 구조는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음악업계 관계자는 “유튜브가 쇼츠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권리자 보호 정책이 일부 사업자들에 의해 악용되면서, 오히려 무단 복제 영상을 늘리는 수단으로 변질된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본래 창작자를 보호해야 할 시스템이 사익을 추구하는 일부 파트너사 때문에 훼손되고, 그 피해가 일반 크리에이터와 시청자에게까지 번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화경제 박소현 기자>

관련태그
유튜브  쇼츠  짤스튜디오  콘샐러드  불펌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