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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일라이 릴리가 1조 달러 기업이 된 이유...비만치료제 GLP-1 넘어 듀얼·트리플 작용제로

한승연 연구원 “GLP-1 한계를 돌파한 ‘듀얼 인크레틴’이 바꾼 비만 신약의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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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예은⁄ 2025.12.24 19:07:15

비만치료제 위고비, 삭센다 모습. 사진=연합뉴스

비만 신약, 본질을 이해하면 다음 시장이 보인다

일라이 릴리는 2025년 11월 21일(현지 시각) 시가총액 1조 달러를 처음 돌파하며, 시총 1조 달러를 넘어선 최초의 헬스케어·제약 기업이 됐다. 그 배경에는 GLP-1 계열 비만·당뇨 약물인 마운자로와 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가 있다. 이들의 폭발적인 판매가 3분기 실적으로 입증되며 비만·당뇨라는 초대형 시장에서 릴리가 사실상 선도적 지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기대가 시가총액에 반영된 결과다.


‘비만’과 관련한 대사를 조절하는 호르몬 ‘GLP-1(글루카곤 유사 펩 타이드-1)’의 재발견은 2021년부터 제약시장에서 초대형 비만 시장을 개화하며, 단 3년 만에 비만과 당뇨를 포함한 대사질환을 글로벌 시장규모 2위의 질환으로, 글로벌 빅파마 순위 12권에 머무르던 일라이 릴리를 2023년 6월, 시가총액 1위의 빅파마로 단숨에 부상시켰다.


2021년 GLP-1 계열의 신약 ‘위고비’로 노보 노디스크가 열어놓은 시장에서, 2023년 말 추격을 개시한 일라이 릴리가 단숨에 1위를 차지하게 된 이유는 결국 GLP-1만을 자극하던 노보의 메커니즘에서 나아가, GLP-1의 효과를 더 정교하게 증폭시키는 추가 호르몬 조합을 릴리가 먼저 확보했기 때문이다. 즉 “GLP-1의 한계를 돌파하는 두 번째 가속 페달(GIP 등)을 찾아낸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차이”가 새롭게 열린 시장 지형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3년 만에 제약 시장에서 빅파마 시가총액 순위 급변을 일으킨 1차 비만 신약 혁명은 이제 2차 변동기를 지나 3차 변혁기를 준비하고 있다. NH투자증권 한승연 연구원은 글로벌 비만 신약 트렌드가 체중 감량률(Quantity) 경쟁에서, 편의성 개선(경구용, 장기 지속형)과 근육 유지(Quality)로 발전 중이며, 향후 1~2년 후에는 선택적 체지방 감량 및 근육 강화하는 차세대 비만 신약에서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분석한다.

 

시장 재편 과정 속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기술의 향방을 따라 3차 변혁의 힌트를 찾을 수 있다는 NH투자증권 한승연 연구원의 관점을 따라, 비만 신약의 발전 방향을 이해하고, 차세대 비만 신약에서 놓인 국내외 제약시장의 새로운 투자 기회를 모색해 본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 사진=김예은 기자

 

GLP-1의 재발견, 왜 비만 신약의 혁신을 가져왔나?

GLP-1 기반 신약이 등장하기 전에도 비만 치료제는 존재했다. 과거의 비만 치료제들은 교감신경 활성화를 통한 식욕 억제나 장내 지방 흡수 억제 등 각자의 생리학적 기전을 통해 작용했으나, 단일 경로에 집중하여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반면,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비만의 메커니즘에 다중 작용하는 GLP-1 호르몬을 타깃해 “췌장-간-위-뇌” 축을 중심으로 여러 대사 기관을 동시에 조절하면서, 기존 약으로는 어려웠던 10~20%대 체중감량을 약물만으로 가능하게 하며 비만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 기전으로 개발된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젭바운드(티르제파타이드) 등은 감량 폭이 일부 수술 치료에 근접하면서, 사실상 '비수술적 대체 옵션'에 가까운 수준까지 올라온 점이 혁신의 핵심이다.


GLP-1은 영양소(특히 탄수화물) 섭취에 반응하여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음식 섭취 후 혈당 반응과 포만 신호를 통합적으로 조절한다. 세부적으로 인슐린 분비 촉진 (췌장)-글루카곤 억제 (간)-음식물의 위 배출 지연 (위)-식욕 억제 (뇌)의 네 축이 동시에 작동하면 혈당 변동 폭이 줄어들고 인슐린 효율이 높아지며 식욕이 억제되는데, 이 구조가 바로 GLP-1 신약이 '체중 감량'과 '대사 정상화'를 동시에 끌어낸 기전이다.


릴리가 주도한 ‘듀얼 인크레틴 전략’의 핵심은 GLP-1과 GIP를 동시에 자극해 단일 GLP-1이 해결하지 못하는 대사 과정의 병목을 한꺼번에 해소한다는 점이다. GLP-1 단독 치료제는 혈당 조절과 식욕 억제에 탁월하나, 메스꺼움, 구토 등 위장 관련 부작용이 있고, 체중 감량 폭에도 한계가 있었다. GLP-1이 혈당 스파이크를 억제하고 식욕을 줄여 대사 스트레스 지수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면, GIP는 지방세포의 인슐린 반응을 회복시키고 지방 분해를 조절하며 대사 기능을 개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상 결과에 따르면, 이 두 신호가 결합한 티르제파타이드는 식욕을 더 크게 줄이고, 인슐린 저항성을 더 빠르게 개선하며, 체중 감소와 대사 지표 개선 효과가 GLP-1 단독 작용제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노보 노디스크가 연 시장에서 부상한 일라이 릴리
대사질환(GLP-1 계열) 전체 매출은 GLP-1 기반 약물 ‘위고비’로 시장을 개화한 노보가 릴리 대비로 높지만, 시가총액에서는 ‘젭바운드’를 개발한 릴리가 앞서고 있다. 한 연구원에 따르면 이는 릴리가 보유한 현재 처방 수 우위, 차세대 신약 트렌드 우위, 특허 만료라는 3가지 관점에서 설명된다.


그에 따르면 2025년 초부터 미국 GLP-1 계열 내 전체 처방 수 기준 릴리가 노보를 앞질렀다. 이와 더불어 비만 신약 개발은 체중감량, 편의성 개선, 근육 유지라는 트렌드로 발전하고 있는데, 이 세 가지 차세대 신약 트렌드에서 모두 릴리가 노보 대비 앞서고 있다. 이 밖에도 노보의 GLP-1 계열의 신약(세마글루타이드)은 2026년부터 특허 만료가 시작되며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점도 양사의 주가 역전 흐름을 뒷받침한다.

3차 변혁기 맞은 시장, 새로운 기전의 新우위 경쟁…일라이 릴리와 한미약품 주목
GLP-1 혁신이 개화한 비만 신약 시장은 1막을 지나 3막까지의 구조로 전개되고 있다. 첫 번째 막은 GLP-1 단일 작용제 시대, 즉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시대로 대표된다. 노보 노디스크가 세마글루타이드로 비만 신약 시장을 개척하며 평균 15-17%의 체중 감량을 달성했다.


2막은 젭바운드(티르제파타이드)가 등장하면서 릴리가 시가총액 기준으로 노보를 추월한 순간으로 평가받는다. 2막에서 릴리는 GLP-1의 구조적 한계를 인지하고 GLP-1과 GIP 조합(듀얼 인크레틴)으로 빠르게 시장성 높은 조합을 완성했다. 티르제파타이드는 평균 20-21%의 체중 감량을 보이며 GLP-1 단독 작용제를 뛰어넘는 효과를 입증했다.


노보 역시 릴리와 마찬가지로 이 같은 GLP-1의 구조적 한계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릴리가 구사한 듀얼 인크레틴보다는 GLP-1과 아밀린 조합이라는 새로운 축에 더 집중하는 전략을 취했다. 노보가 아밀린에 주목한 이유는 GLP-1보다 강한 포만감 신호를 전달하고 위 배출을 지연시키지만, GLP-1보다 부작용이 적으며, 근육 손실 억제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방 대사 조절 능력이 우수해 GLP-1과 기전이 잘 맞아 시너지 효과가 커 차세대 약물의 핵심 후보로 채택했다.


다만, 노보가 주목한 아밀린은 임상 진행 속도가 GLP-1과 GIP 조합보다 느리다는 단점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릴리는 가장 먼저 시장성이 높은 조합을 완성하며 시장 우위를 선점했고, 노보는 장기적이고 이론적으로 우월한 조합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타이밍 경쟁에서 밀렸다.


2026년부터 개화를 앞두고 있는 3막에서는 트리플 작용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이 경쟁은 GLP-1/GIP/글루카곤 삼중 조합이나, GLP-1/아밀린 조합 등 다양한 복합제로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3막 시장에서는 단순히 체중감량 효능이 좋은 약만으로는 부족하다. 트리플 작용제 시대의 승자를 가를 핵심 요소는 체중 감량 효과에서 나아가 체성분을 개선하는 근육 보존 능력, 위장관 증상을 최소화하는 부작용 프로필 등 보다 건강한 체중 감량 목적을 실현하는 약물이 승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임상 진행 속도는 시장 선점의 열쇠가 된다.


근육을 지키면서 지방만을 선택적으로 감량하는 GLP-1 계열 약물의 대표적 한계는 체중 감량 과정에서 지방뿐 아니라 근육 손실도 발생한다는 것이다(전체 감량의 20-40%). 이 밖에도 오심, 구토, 설사 등 위장관 부작용도 여전한 한계로 꼽힌다. 일부 환자에서는 담낭염이나 췌장염 위험이 보고되었으며, 장기 안전성 데이터는 계속 축적 중이다.


이에 차세대 비만치료제 신약들은 체중 감량 효과 극대화를 주축으로 근육 보존(지방만 선택적으로 감량), 부작용 감소(위장관 증상 최소화), 투여 편의성을 목표로 다양한 조합과 제형 등 다양한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처럼 2막까지 진행된 비만 시장은 새로운 매커니즘을 발견하며 임상 데이터 우위를 선점한 회사에 따라 경쟁 우위가 빠르게 재편돼 왔다. 이제 시장은 차세대 기술을 요구하는 3막의 시장을 향하고 있다. 이 시장에서 릴리가 시장 우위를 지켜낼 지, 그 가운데 한미약품은 어떤 역할로 부상할지, 각 기업의 경쟁력과 임상 데이터 결과에 주목할 시점이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

후속기사
[인터뷰②] 한미약품, ‘비만 신약’ 3막서 부상할까...체중 감량 넘어 ‘근육 유지’로 패러다임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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