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다. 여기에 살던 북극 곰들도 이제는 온난화에 적응하던지 아니면 도태되어야 하는 위기에 처해 있다. 특히 경제성장속도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중국과 인도 등지에서도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등 지구의 온실가스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처럼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보다 강력하고 구체적인 규제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 보고서나 스턴보고서 등 온난화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를 알리는 경고가 국제사회의 호응을 얻으면서 프랑스의 시라크 대통령은 온실가스감축을 위한 실질적인 집행력을 가진 유엔기구(UNEO)를 만들 것을 제안하고 IPCC 의장은 세계 환경 정상회의 개최를 요구하는 등 국제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한 단계 진전된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국내산업도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억제정책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수출의 길이 막히게 된다. LG경제연구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발등의 불, 온실가스 규제」보고서를 내고 국가와 기업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 정부·기업, 대책없으면 망해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아태기후변화파트너십(APP)에 참여하여 일본·호주·중국·인도와 함께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의무이행대신 신기술 개발을 통해 감축요구를 대신하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미국의 입장도 변화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져가고 있다. 우선 그 이유는 국제사회로부터의 압력이다. 유엔은 기존의 유엔환경계획(UNEP)을 실행력을 갖춘 유엔환경기구(UNEO)로 전환함으로써 온실가스 감축을 미루는 세계각국에 대한 현실적인 참여방안을 마련하려 하고있다. 그동안 중립적인 자세를 보여 왔던 여타 국제기구들도 점차 미국의 정책을 변화시키기 위한 압력을 높이고 있다.
또 미국 내에서도 온실감축을 미루는 부시 행정부의 정책을 변화시키려는 산업·금융권으로부터의 직접적인 로비가 거세지고 있다. GE나 듀폰, 알코어 등과 같이 환경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기업들은 유럽기업들에게 시장 선점의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하는 미국 기후행동파트너십(USCPA)이라는 압력 단체를 만든 바 있다. 또한 허리케인의 발생 급증 등으로 글로벌 환경관련보험손실액이 연평균 50억 달러 수준에서 2004년 447억 달러, 2005년 750억 달러로 크게 증가하면서 AIG와 같은 보험·재보험회사들도 온실가스 감축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정치지형의 변화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다수당이 되면서 의회차원에서도 실질적인 감축목표를 추진하게 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다음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이 대통령을 배출하게 될 경우에는 실질적인온실가스 감축에 돌입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실질적 노력에 참여할 경우 교토협약이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즉, 온실가스 감축을 정하는 기준으로 미국에 유리한 집약도 방식이 고려될 가능성이 크다. 이 밖에 미국은 다른 나라들과 달리 1990년이 아닌 2000년이나 2005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협약에 가입하거나, 배출권 거래시장을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전하는 등 다양한 협상을 통해 미국의 온실가스 감축 참여의 실익을 키우기 위한 사전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아울러 협약 참여의 전제조건으로 중국·인도·우리나라와 같이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들도 미국과 함께 감축에 돌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경우 중국과 인도, 여타 개도국들은 선진국으로부터 청정개발체제(CDM)투자를 유치해 친환경적인 생산설비를 갖추고 CDM 시설에서 확보되는 크레딧을 선진국들에 팔아 성장과 환경보전이라는 두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고 온실가스 감축에 따르는 손실을 최소화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미국이 온실가스감축을 선언하게 되면 우리나라도 더 이상 감축의무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인도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감축이행에 들어가는 순간 우리 기업들은 부족한 감축분을 해외로 나가 CDM 사업 등의 방법으로 확보해야 하며, 국내환경사업에 대한 투자는 거의 대부분을 자체적인 재원으로 조달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 환경산업의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환경산업에 대한 선행 투자마저 정체하여 우리나라가 환경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한국 자동차업계 4억6천만 유로 부담 증가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온실가스 변화에 대한 대응은 직접적인 감축의무를 지고 있지 않은 우리나라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한 예로 유럽연합이 회원국 단위의 감축의무 외에 산업별 감축의무를 도입하려는 시도를 들 수 있다. 산업별 감축의무란 온실가스 배출이 많이 이루어지는 산업에 대해 그 산업의 특성에 따른 구체적인 온실가스 저감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1999년에 유럽 자동차연합에서는 자율적인 온실가스 감축결의를 통해 2012년까지 주행거리당 이산화탄소의 배출을120g/km로 줄일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유럽연합에서는 독일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법으로 정해 신규등록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 한도를 제조사별로 2008년까지 140g/km, 2012년까지 120g/km로 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대형차를 많이 생산하여 전반적으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독일 자동차 회사의 로비로 인해 바이오디젤 등 친환경적인 연료의 사용을 온실가스 감축으로 인정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은 대당 170g/km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어 꽤 높은 수준이다. 관련 법령이 시행될 경우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각각 대당 900유로의 분담금을 지급해야 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분담금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고 모두 기업이 떠안을 경우 이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2006년 유럽시장 수출물량을 고려해 볼 때, 약 4억6천만 유로(5,579억원)를 부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시트로엥·르노의 경우 대당 150유로, 270유로 정도의 분담금만 물게 되고 피아트는 분담금 부담이 전혀 없게 된다. 우리 자동차 기업들의 유럽 수출 전망이 어두워진다는 얘기다.
이와 같은 산업별 규제는 자동차 산업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과거에 자국에서의 생산을 강제하는 원산지 규정이 우리 수출산업에 발목을 잡았던 것처럼 철강과 항공, 화학 산업 등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분야에 대해 유럽연합에서는 국별 할당 외에 산업별 규제를 병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국별 할당에 이은 기업별 할당으로 배출권을 구매하거나 배출저감시설에 투자해야 하는 유럽의 기업들은 역외기업들과의 불공정한 경쟁을 이유로 산업별 규제 혹은 이들 산업 분야의 수입제품에 대한 온실가스분담금을 요구하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우에도 수출시장에서는 환경규제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감축 의무가 이미 시작되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자동차 산업의 뒤를 이어 항공 산업이 감축의무를 이행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며, 화학과 철강 산업 등에서 산업별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 미국도 각주별 이미 규제 강화 시작 미국의 주별 배기가스에 대한 규제 움직임도 지금까지와는 달리 전향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작년 온실가스 관련 법안을 통과시킨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2020년까지 1억7,000만 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여 1990년 수준으로 배출량을 줄이기로 하였다. 특히 자동차배기가스 기준을 강화하여 3천만 톤의 온실가스배출을 줄이기로 한 바 있다. 이는 결국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는 모든 기업들에게 이 기준을 채택할 것을 강요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한 지방 정부가 결정한 높은 수준의 규제기준에 맞추어 전체 시장기준이 강화되는 현상을‘규제강화경쟁(race-to-the-Top)’이라고 한다. 각 지방정부들이 일반적으로 법인세 감면 등을 통해 기업을 유인하려하는‘규제완화경쟁(race-to-the-Bottom)’과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각 지역별로 규제기준이 상이한 경우 기업에서 이들 기준에 대한 맞춤형 상품을 만드는 것이 오히려 비용을 과다하게 증가시키게 되기 때문에 가장 엄격한 기준에 맞추어 제품을 출하하게 되는 것이다. ■ 정부 확고한 정책신호가 환경산업 성장의 조건 온실가스 규제에 따라 가장 많은 혜택을 보는 부문은 역시 환경산업이다. 글로벌 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은 환경 산업을 전략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와 같이 환경산업과 같은 성장산업에서 지속적인 정책 신호는 산업의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지 않고 연료전환이나 대체에너지 도입 등에 의지해 자발적 의무를 이행하게 될 경우 예상되는 온실가스를 저감하는 비용은 우리가 실질적인 의무부담이 예상되는 첫 시기인 2013~2017년 사이 연간 2,512억원에서 4,234억원에 이르게 될 것으로 계산되고 있다. 즉 포스트-교토체제 첫 기간인 5년간 총 1조2천억원에서 2조원 가량의 부담을 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현재와 같이 막연히 의무를 미루며 새로운 시장에 대한 신호를 제공하지 않는 데에 따르는 잠재적인 산업경쟁력의 약화는 이보다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홍기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