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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희사건 반미조장 우려

"조 씨가 문제지 한국인이 문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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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4호 ⁄ 2007.07.03 10:29:01

개인적으로 너무 바쁘게 생활하다 보니 버지니아 공대 총기 사건에 대한 뉴스를 접한 것은 시간이 한참 지난 다음인 어제 아침이었다. 총기 사고가 있었다는 뉴스를 얼핏 듣기는 하였으나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가 범인이 한국출신이라는 사실에 인터넷에 접속하여 처음으로 자세한 뉴스를 접했다. 이 사건을 두고 미국은 물론 전세계의 매스컴이 연일 시간과 지면을 할애하여 사건의 개요는 물론 범인의 성장과정, 그리고 범행 동기들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그 가족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물결이 줄을 잇고 있다. 여러 통신사들도 수 천 여장에 달하는 이 사건과 관련 사진들과 희생자 가족들의 애통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전세계에 전송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접하고 있는 한국 교포들의 심정은 착잡하고 불안하다. 미국 속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교포들이 이 사건에 대해 느끼는 감정과 충격은 남다르다. 바로 범인이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미국 영주권자 이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지내는 한 지인은 직장에 출근하다 말고 전화를 걸어와 기분이 묘하다는 말을 전해 왔다. 그리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학교에 어떻게 가야 할지 걱정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런 사건이 터지면 마이너리티로 살아가는 동포들은 언제나 미국 주류 사회의 반응에 대해 궁금해 하며 불안해 한다. 특히 LA폭동을 경험한 사람들은 더욱 민감하다. 대도시와는 달리 내가 살고 있는 타운에는 한국 동포들이 많지 않다. 특별한 약속이 있어서 만나는 일을 제외하면 주위에는 주로 외국인들이다. 거주하는 이웃들도 미국인 들이며 사무실도 미국회사들이 밀집되어 있는 장소에 있기 때문에 미국인들을 접촉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 아침 출근하자마자 파킹랏에서 만난 사람은 미국 백인이었다. 나는 만나자 마자 Ravi가 어디 갔느냐고 농담을 했다. ‘라비’라는 사람은 인도 출신의 미국인인데 얼굴이 중동 사람을 닮았고 수염을 기르고 있어서 평소 알카에다 조직원이라고 놀리던 사람이다. 혹시 ‘라비’가 버지니아에 가지 않았느냐고 농담을 던지고 함께 웃었다. 두 번째 만난 사람은 내 사무실이 들어 있는 빌딩 컴플렉스의 주인인 미스 Potts이었다. 70이 넘었지만 아직도 처녀인 미스 팟은 부모의 유산을 받아 나의 사무실이 있는 빌딩 컴플랙스의 15개 사무실 빌딩을 가지고 있는 부자 노처녀다. 그는 조카인 마사와 함께 아무일 없다는 듯이 열심히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었다.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내가 먼저 사건에 대해 언급했다. 그들은 복창이나 하듯이 It’s aweful (무시 무시한 사건이다) 하고 외쳤다. 그들이 Korea에 대해 언급 할 것으로 짐작하고 이런 저런 얘기로 이야기를 이어갔지만 Korean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내가 먼저 “그가 한국에서 어렸을 때 이민 온 사람이란다”라고 말을 하였더니 그들 모두 깜짝 놀라는 것이었다. 자신들은 중국인인 줄 알았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옆 사무실에 있는 변호사와 잠시 얘기를 나누었으나 그 역시 그가 한국출신 이민자인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그는 범인이 92년에 이민을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내가 먼저 한국인으로서 수치스럽다고 말을 하자 그의 대답은 “It’s not shame on Korean. It’s shame on him” 한마디로 그 범인 자신의 문제이지 한국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다. 나는 이상에서 접촉한 미국인들의 반응이 가장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낙서에서 인종에 대한 증오 내용이 있었거나 학살의 배후로서 종교적 조직이나 한국이 개입을 했다는 증거가 밝혀지지 않는다면 그 같은 범행은 개인의 문제로 한정하여 인식하는 것이 미국인들의 사고방식이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다민족 국가이기 때문에 이런 사건 조차도 인종적인 차원에서 바라보고 한국인 전체에 대해 나쁜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도 없지 않겠지만 그것은 특수한 예외일 가능성이 많다. 주로 자신의 실패를 엉뚱한 원인으로 추론하는 실패자들이 그 같은 편협된 사고를 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그런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이근진 미국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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