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은 9회말 투 아웃부터” 한나라당의 대선 경선룰이 확정되고 후보 검증작업에 돌입하고 있는 때에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이명박 전 서울 시장측과 박근혜 전 대표 간의 검증작업을 놓고 피터지는 싸움을 벌일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자칫 잘못하면 경선 전에 두 후보측이 되돌릴 수 없는 다리를 건널 수 있다는 극단론까지 나돌고 있다. 이러는 가운데 한나라당 내에서는 제 3후보론의 바람이 솔솔 불기 시작했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두 후보가 검증과정에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될 경우 본선에서 승산이 없다고 보고 이회창 전 총재를 다시 대선후보로 선정하자는 설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이 전 시장측은, 만일 이런 불상사가 없겠지만 있다고 해도 절대 한나라당을 탈당하지 않고 대선에 출마해 정권교체를 이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에 따라 만일 갈라설 경우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중 누가 당을 떠나느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며, 이회창 전 총재를 다시 대선후보로 옹립할 수 있느냐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이 전 시장측과 박 전 대표측에서 부수세력에 큰 영향력을 가진 이 전 총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며 영입을 제안하기도 했으나, 이 전 총재는 지금까지 거절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범여권은 극우 보수색채를 띠고 있는 이회창 씨가 출마하면 민주 대 반민주로 규정, 40~50대층에서 20~30대층을 끌어 모으는 데 성공, 수월하게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범여권이 이 전 총재의 컴백론을 띄우는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이 전 총재가 이명박 전 시장보다 상대하기가 수월하다고 판단해 이같은 설을 흘리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범여권은 이회창 전 총재의 자녀 병역비리 관련 등의 의혹이 아직도 국민들 마음에 자리잡고 있으며, 이회창 전 총재의 이미지에도 강한 부정감을 표출하고 있어 다른 대선후보보다 상대하기가 이롭다는 것이다. ■ 이회창 ‘대선은 9회말 투 아웃부터’ 한나라당 내부와 이회창 전 총재 지지자들 사이에 이회창 ‘제3후보론’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이 전 총재는 말을 아끼며 행보를 자제하면서도 외부 특강 및 보수진영의 인사들을 자주 접촉하면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 전 총재 주변에는 이흥주·이종구 특보를 비롯해 ‘함덕회’ 소속 전직 국회의원, ‘창사랑’ 등 아직도 과거 측근 및 지지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정치인은 “3수생이 되겠다고 대통령직이 대학이니, 정말로 구시대 인물은 퇴출하자. 이회창 씨는 초기와 두번째도 집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나 집권자세와 측근들의 무모한 행동으로 기회를 놓쳤다. 그것은 반성해야 했고 두번째 도전에서도 이를 토대로 전략을 구사했으면 집권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자만과 오만으로 놓치고도 또 다시 나선다고. 국민은 이회창 씨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빨리 알기를 바란다”며 이회창의 대선출마에 대해 강하게 부정했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의원은 “이 전 총재는 정치복귀에 대한 입장을 지난 1월에 밝혔듯이 직접 나서지 않을 것이지만 만약 한나라당이 분열해 정권교체에 어려운 상황이 온다면 혹시 상황이 바뀔 여지는 남아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 한나라당내 제 3후보론은 이회창? 이런 가운데 조갑제 전 조선일보 기자는 이 전 총재의 ‘역할론’과 ‘대망론’을 제기했으며,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한나라당의 분당 및 제 3후보론 시나리오까지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한나라당의 분당 및 제3후보론’을 주장해온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은 지난 3월 21일 동아닷컴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중 누가 대선후보가 되든 한나라당에선 결국 이 전 총재가 제3후보로 나올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이 전 시장이든 박 전 대표든 한나라당 의원들은 자신들이 뽑은 후보의 지지율이 내려가고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상황이 일어나면 ‘도저히 저 사람으론 안 된다’며 ‘제3후보론’을 거론할 것”이라며 “제3후보는 이 전 총재가 될 것이고 그가 대선후보로 나올 확률은 80~90%”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전 총재가 대선후보로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 전 시장이 후보가 됐다고 치자. 박 전 대표를 지지했던 의원들 중 초선의원들은 손 전 지사 쪽으로 갈 것이고, 중진·재선의원들 중 일부는 이 전 시장 쪽으로 가겠지만 나머지 의원들은 살아남기(공천받기) 위해서라도 이 전 시장을 흔들어놔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은 빠질 수밖에 없고 ‘이명박으론 본선 경쟁력이 없다. 제3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자연스럽게 제기될 거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태생 자체가 ‘이회창 맨’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이 전 총재를 옹립하려 할 거다.”라고 그는 밝혔다. ■ 범여권, 이회창 놓고 ‘민주對반민주 구축’ 그러나 이회창 전 총재가 대선에서 두번이나 패배한 이유를 그런 구태의연한 것에서 찾는다면 다시 대선에 나온다고 해도 또 패배할것으로 보고 있다. 이회창 전 총재의 패배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미래지향적이기보다 과거 고수형이었으며 남북 간의 대화와 교류를 지향하여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던 햇볕정책에 대하여 그저 단세포적으로 ‘퍼주기’라고 외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민들은 “저렇게 햇볕정책을 반대하는 이회창 후보가 당선되면 남북 관계는 끝”이라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점을 의식했는지 이회창 후보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북한에 대한 지원도 하겠다는 발언도 하기도 했다. 물론, 김대중-이회창 후보 간의 싸움에선 IMF 환란을 가져온 당의 후보라는 점이 패배의 원인이 되기도 했던 것이며, 동시에 경륜과 능력의 차이에서 김대중 후보를 선택했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한편 이회창 전 총재의 정계 복귀론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창사랑’이 본격적 활동에 들어갈 준비를 끝냈다. 창사랑은 5월7일 대구서 전국 처음으로 시·군·구 대표자 대회 및 신임대표 취임식을 가졌다. 이날 대회는 전국에서 모인 창사랑 회원 및 이 전 총재의 지지자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대회는 특히 이 전 총재의 정계 복귀를 염원하는 목소리들로 채워졌다. ■ ‘창사랑’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편지글에서 창사랑 회원들은 “지금 대한민국호는 격랑에 휩싸여 절체절명의 위기이고 갈등을 부추기는 대중선동형 포퓰리즘으로 현 집권 세력이 장기 집권을 획책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정치를 떠나시겠다는 창님의 충정을 존중하지만 이해는 할 수 없다”며 이 전 총재의 정치 일선으로 복귀를 요청했다. 단적으로 이 전 총재의 정계 복귀만이 ‘난세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주장이다. 행사장 양 벽면엔 이를 상징하듯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할 유일한 지도자는 이회창’, ‘이회창님은 1천만표 지지해준 국민에게 보답하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장식돼 있었다. 이날 경과보고를 한 배성호 창사랑 정책실장은 “창님의 말 한마디면 나라가 바로선다”면서 “창사랑을 살리는 길은 창님을 살리는 길이고 창님을 살리는 것이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이라고 호소했다. 이날 대회에서는 참석자들의 만장일치로 백승홍 전 한나라당 의원을 새로운 4기 창사랑 대표로 선출했다. 백 신임대표는 취임사에서 “창님은 국정 경험을 두루 갖춘 지도자일 뿐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투철한 신념의 소유자로 국가발전의 새 지도자였지만 국운이 따르지 못해 지도자로 모시지 못했다”면서 “결국 민주의 가면을 쓴 위선자들이 악랄한 정치 공작에 의해 정의가 말살되고 불의가 판을 치는 세상이 됐다”고 주장했다. 백 신임대표는 또 “나라가 편안하고 국민이 행복하게 잘 산다고 한다면 창님의 정계 은퇴 약속은 지키는 것이 아름답다”면서도 “하지만 나라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는 국익을 위한 행동에 나서야한다”며 이 전 총재의 정계 복귀를 요구했다. 이날 대표자 대회에서 창사랑 회원들은 공동 명의로 이 전 총재에게 정계 복귀를 요구하는 편지글을 작성·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김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