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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아픔은 장애인만 안다?

“장애인 정치세력화 목마르다” 장애인의 정치 참여는 기본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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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9호 ⁄ 2007.07.03 09:07:19

지난달 장동익 대한의사협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이와 관련해 가장 눈길을 끈 정치인은 열린우리당의 장향숙 의원이었다. 당시 장 회장은 로비 의혹뿐 아니라 ‘장애인 폄하’ 발언으로 장애인 단체를 비롯해 온 국민의 비난을 받았다. 특히, 장 회장이 행사장에 모인 지역대의원들 앞에서 1급 지체장애인인 장 의원을 향해 “소아마비로 장애,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하반신(불구)자”라며 “그래서 의사에 대해 한이 엄청나게 센 사람”이라고 말한 것이 알려지자 장 회장에 대한 비난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에 장향숙 의원은 “지금까지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한 적도 없고, 의사에 한을 가진 적도 없다”며 “의원 하면서 칭찬도 비난도 많이 받았지만, 이렇게 유감스럽고 모욕감을 느낀 적은 처음”이라고 분개했다. 장 의원은 지난 일로 ‘로비가 통하지 않는’ 의원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녹취록에서 장 의원은 로비가 전혀 안 통하는 의원으로 여러 차례 거론됐기 때문. 장 회장은 대학동기인 장 의원의 주치의를 통해 법안과 관련된 도움을 요청했지만 장 의원은 전혀 듣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장 회장은 부산에 있는 의사협회 회장에게 “장 의원에게 후원하지 마라. 쓸데없이 돈 버리는 짓이니까”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최근에는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시장이 인터뷰에서 “불구일 경우에는 낙태를 용납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한 것이 장애인들을 분노케 하기도 했다. 장애인단체는 “이명박 후보의 장애인 비하 발언을 사과하라”며 이 전 시장의 여의도 사무실을 점거하기도 했다. 장애인 단체연맹은 최근 성명에서 정치권을 향해 “정치권이 일제히 이 씨를 공격하면서도, 장애를 이유로 하는 낙태를 금지하자고 주장하는 정당은 아직 단 한 곳도 없다”며 “장애인 낙태 조항에 대한 아무런 언급없이, 한 정치인의 발언만 문제삼는 행위는 전형적인 정략적 태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연맹은 “당신들은 <모자보건법> 제14조 1항의 장애인 낙태 조항을 폐지시킬 용의가 있는가? 그래서 장애인의 태어날 권리를 보장할 용의가 있는가?”라며 “장애인 낙태 합법화에 대한 침묵은 당신들 역시 이명박 씨의 입장과 다르지 않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인단체들은 이러한 발언들이 우리 사회에 깊숙이 박혀있는 장애인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 수준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받고 있는 장애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방안과 실천적 노력이 요구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을 위한 정책이 보다 장애인의 관점에서 관철되기 위해서는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정치적 창구’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애인들의 정치 참여권은 기본적인 권리이지만, 가장 멀리 있는 권리이기도 하다. ■ 장향숙 의원·정화원 의원 1급 지체장애 딛고 ‘맹활약’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들 중에 장애인 출신 의원은 장향숙 의원과 한나라당의 정화원 의원을 비롯, 총 4명이다. 특히 장 의원과 정 의원은 1급 지체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어느 의원보다 의정활동을 잘 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장향숙 의원과 정화원 의원 등 6명의 국회의원은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이 주최한 2006년도 장애인정책 관련 우수 국회의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이 두 의원은 2년 연속 의정활동 우수 국회의원으로 선정됐다. 장향숙 의원은 지난 2월 자신의 성장과정과 평생을 함께 해온 책 이야기를 담은 ‘깊은 긍정’이라는 제목의 에세이집도 발간했다. 책은 출생부터 글을 깨우친 과정, 장애를 딛고 세상으로 나오게 된 계기, 장애인인권운동가로 활동했던 시절을 비롯해 국회의원이 된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내고 있다. 한국전쟁 중 포탄 화염에 눈을 다쳐 시력을 잃은 정화원 의원 역시 장애인들의 문제 해결과 장애인들을 위한 정책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 2005년 국정감사 당시 보건복지위 국민건강보험공단 국정감사에서 정작 자신을 볼 수 없는 ‘파워포인트’를 사용해 질의했던 것이 알려져, 많은 이들로부터 격려와 박수를 받았다. 보는 사람들에게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정 의원은 이를 위해 보름 이상 강훈련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시각장애인으로서 헌정 사상 최초로 국회 대정부 질문을 성공리에 마쳤던 정 의원은 당시 시청각 질의에 대해 “혹시 주목받으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있을 까봐 한동안 주저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많은 수치를 제시해야 하는데 말로는 부족해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중증장애인 보호고용 확대 정책’ 토론회를 개최한 정 의원은 “장애인의 사회참여 및 직업에 대한 욕구 또한 크게 증가하고 있어 보건복지부의 직업재활 정책에 대한 개선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매우 높다”며 “장애인 문제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 확대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몇 년간 장애범주 확대 등으로 2006년 12월 말 기준으로 등록장애인이 200만 명을 육박하는 등 장애인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장애인 중 90% 이상이 교통·산재·질병 등으로 인한 후천적 장애가 주를 이루고 있는 것에 대해 정 의원은 “이는 개인의 책임이라기보다는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 크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미국·독일·스웨덴·일본 등에서는 국가가 전체 장애인의 2~3% 정도의 중증장애인을 보호고용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직업재활시설에서 보호고용이나 훈련을 받고 있는 장애인 수는 등록 장애인의 0.4%에 불과하다. 정 의원은 “장애 여부를 떠나 직업은 생계수단으로서의 목적만이 아닌 한 개인의 사회적 위치, 나아가 자아실현의 장으로서 그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장애인에게 있어 직업재활은 장애인의 재활과 자립, 그리고 사회통합을 이루어내는 데 매우 중요한 영역”이라고 말한다. ■ “의원 자리 수보다 정치 참여 제도화가 더 중요” 한편,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장애인의 정치 참여를 위해 노력해온 지방선거장애인연대는 “미흡한 공천이 아쉽다”며 “정치 세력화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2005년 11월부터 7개월간 전국 11개 시도에서 장애정책우선과제 지역의제화, 후보별 공약비교, 장애인사 당권 내 배정촉구활동, 장애인 유권자 편의확대운동 등의 활동을 전개했던 2006지방선거장애인연대는 “생활정치에 이바지하는 선거연대로 자리 잡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정병문 광주장애인단체연합회 회장은 “선거연대의 활동은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좋은 계기였다. 의식 있는 장애 인사를 정치권에 진출시키기 위해 노력한 결과, 광역 및 기초의원 47명이 선출됐다”며 “후보자 70명 중 47명이 당선돼 비교적 성공적이라고 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회장은 “전체당선자 수에 비하면 장애인 당선자의 수는 미비한 수준이다. 각 당의 미비한 공천이 매우 아쉽다”며 “광역자치구에서는 4개 지역(서울·경기·인천·대구)을 제외하고 광역의원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방장애인선거연대 김성재 상임대표는 “지방선거는 소외돼 살아가는 지역장애인들에게 하나의 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덕경(한나라당,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장) 서울시의원은 “지방의 자립도를 탓하지 말고 노력해야 한다”며 “앞으로의 선거에서는 비례대표 공천을 요구하기보다는 지역구 의원을 욕심내어 자신의 소신에 맞는 정당을 선택하고 그 안에서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쳐야 한다”고 말해 장애인의 정치권 진출방식의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나라당의 윤석용 장애인위원장은 “장애인 국회의원 한두 사람이 나오는 것보다 장애인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근본적으로 장애인 정치참여의 제도화를 주장하고 있다. 윤 위원장은 지난해 5·31 지방선거 당시 “후보 비례대표 공천과정에서 우리 장애인에 대한 공천이 공개적이고 공식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 것에 대해 장애인위원장으로서 그리고 장애인의 한사람으로서 죄송스럽고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며 공식 사과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한나라당 비례대표 후보자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장애인들이 소외됐으며, ‘여성우대정책’과 ‘당의 공헌도 반영’이라는 이유로 장애인들이 역차별까지 받아야했다”며 “이러한 공천은 결과적으로 당의 상설기구로 장애인위원회를 설치한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우리 한나라당이 종래의 웰빙정당, 가진 자들을 대변하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벗지 못하게 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170만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을 조직화하여 대선 승리에 기여하게 할 수 있는 기회조차 사라지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이 장애인 정치참여를 제도화했듯이 한나라당이 공직 후보자와 임명직을 선출할 때, 장애인을 최소 5% 이상 할당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 윤 위원장은 “정치자금법을 개정해 여성뿐만 아니라 장애인도 장애인 출연율에 비례해 정당보조금의 3%를 장애인정치참여를 위해 활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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