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지난 2005년 8·31부동산 대책이후 참여정부의 집값잡기 정책이 시작됐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야심작 부동산 정책은 시작되자마자 거센 저항과 부작용으로 오히려 정권의 큰 부담만 안겼고 시장의 혼란을 부채질 한 채 집값은 폭등하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작년 말 청와대 부동산 보좌팀에서 “정부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비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말이 나옴과 동시에 참여정부의 레임덕 논란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1월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타깃을 건설업계로 설정하고 여러 가지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본문] 오는 1월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발표는 건설업계를 직접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 8·31정책의 실패 원인 중 주요한 외부 요인이 건설업계의 잘못된 관행이라는 것이 청와대 측의 인식”이라는 말을 흘린 바 있다. 작년 9월 청와대 보좌진에서 “8·31정책이 정권에 부담만 됐을 뿐 집값 안정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자평이 흘러나온 이후 실패의 원인을 내부적 정책의 미숙함과 외부적 요인으로 나눠 면밀히 분석한 결과 민영 건설업계가 실패 원흉 중 하나로 지목됐다는 것이다. ■올해 부동산 정책 방향, 건설업계 손보기 이에 따라 지난 1월 1·11, 1·31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건설업계는 그저 혼란속에서 헤매고 있다. 특히 1·31 정책에 포함된 부동산 가격 상한제는 시행업자들에게 핵폭탄 급 충격을 안겨줬다. 실제로 건설·부동산업계 등을 중심으로 널리 퍼져 있던 1·31 부동산 대책에 대한 의구심은 최근 건설교통부에 의해 기정사실화 됐다. 지난 5월 29일 건교부 서종대 주거복지본부장은 한국디벨로퍼협회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한탕주의식 사업행태를 일삼는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더 이상 먹고 살기 힘들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도 지난 19일 한국건설단체총연합회 초청 간담회에서 “국내 5만여개의 건설회사들이 모두 성장의 과실로 배불리기는 불가능하다”고 단정했다. 그는 또한 “경쟁력 있는 회사는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지만 불투명한 경영구조, 부조리·부실시공 관행에 의존해 이윤을 내고 있는 회사들은 과감히 퇴출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건설업계는 드디어 참여정부가 본색을 드러냈다며 긴장하면서도 위기감을 크게 느끼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관련 모 건설사의 한 간부는 “이같은 부동산 정책이 지난 탄핵정국 당시에만 행해졌어도 대책마련에 부심해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고작 임기 반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얼마나 시행할 수 있겠나”고 말했다. 작년 9월 청와대 보좌진들 사이에서 “8·31 정책의 실패”를 비공식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했고, 12월 27일 북항 재개발 종합계획 보고회 참석차 부산에 내려간 자리에서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처음으로 시인했다. 그러나 여권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 보좌진들 입에서 부동산 정책의 실패가 시인된 이후 2개월 간 그 원인을 면밀히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노 대통령이 시인한 때는 벌써 시행·시공업자들을 타깃으로 하는 전방위적 정책을 준비했던 것. 이를 위해 정부는 은행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도입, 투기과열지구 내 대출 축소, 시행사를 대상으로 하는 중소기업대출 자제 권고 등 금융권의 압박수위 점검에 나섰다. 이와는 별도로 건설교통부는 작년 12월 27일 부동산개발업의 관리 및 육성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부동산 개발을 하는 모든 회사들은 건설교통부에 등록한 후 관리 감독을 받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의 제출일이 부산에서 노 대통령의 8·31 실패 시인 발언이 나온 날짜와 동일하다는 점은 이미 정부가 마지막 부동산 정책의 타깃을 어디로 잡았는가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시행업자 관리법으로 부동산업자 통제 지난 2005년 12월 31일 발효된 8·31 부동산 정책 법안이 집값폭등의 주범으로 서울 강남 등지의 땅부자들을 지목했다면 ,지난 1월 발표된 정책은 건설업계의 잘못된 관행을 부동산 불안의 원인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 법에 따르면 자본금 5억원 이상에 매년 2,000㎡(대략 600평) 이상의 토지를 개발하는 규모의 시행사들은 모두 건교부에 등록 후 특별 관리 감독을 받도록 했다. 이는 세금체계 및 물가 현실 등을 고려할 때 내 집을 증·개축하는 것이 아닌 남의 땅을 매입해 개발하는 모든 업자들은 전부 등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건교부는 이들 업자들이 해당 부지를 원 주민에게 매입할 때 내는 양도소득세와 개발을 완료한 후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때 부동산 상한제 등의 제반 규정을 제대로 지키는지 여부를 국세청 등과 더불어 철저히 관리 감독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이와관련 시행업계는 남의 돈으로 땅을 정하고 이를 개발한 후 차익만 먹고 튀는 사기적 행태의 시행업자들이 상당수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언젠가 한번은 터져야 할 일이 생긴 것”이라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한 시행업계 대표는 “이번 법률이 단지 과도한 난립으로 많은 부작용과 피해를 양산하고 있는 시행업계를 관리 정비한다는 명분에 충실해야 한다”며 “그러나 현 정부의 방침대로 하자면 건전성 여부를 떠나 서열 50위 밖의 업체들은 모두 정리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시행업계 죽이기 형태로 가게 된다면 또 다른 문제점이 양산되는 만큼 법 집행에 운용의 묘를 최대한 살려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공정위·법원 등 시공업체 손보기 시작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주택담보대출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강화를 제2금융권까지 확대 시행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형 건설사들이 담합을 통한 부당이득 혐의를 잡고 거액의 과징금을 준비 중이다. 또한 대형 건설사들 중 일부는 법원으로부터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판결을 눈앞에 두고 사내 법조팀에 비상이 걸려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SK건설은 재건축 조합 수뇌부에 1억원 리베이트를 준 사건과 관련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0만원을 선고 받아 즉각 항소에 들어갔다. 만약 SK건설에 대한 ‘건산법 위반’에 따른 1,000만원 벌금이 확정될 경우 서울시는 SK건설에 대해 영업정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공정위, 금감원, 법원, 건설부 등 국세청을 제외한 국가 공권력 기관들이 시행시공업체들을 전면 포위하고 나선 형국이다. 이와관련 이 장관은 “스스로 기술과 공법을 개발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생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현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