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최근 자본시장통합법이 제정되는 등 금융산업 내부의 업종 간 칸막이는 완화되고 있지만 금융과 실물부문 간 칸막이는 오히려 더욱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양 부문 간의 동반성장을 위해 현행 금산분리원칙을 전면 재검토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대한상의 관계자는 “현재 금융산업의 경우 금융감독장치 및 준법감시인제도와 이사회제도 등을 통해 시스템적으로 경영의 독립성과 건전성이 확립되어 있다”면서 “과거의 부작용에 얽매여 금산분리원칙을 고수하기 보다는 산업계의 글로벌 경영을 돕고 영국·아일랜드·싱가포르 등 경쟁국과 비교해 동북아 금융허브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모색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본시장통합법을 통하여 증권사 직접참가 방식의 지급결제기능을 허용하여 이를 기반으로 향후 보험사도 형평성을 이유로 들면서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하자는 주장이 현실화 될 것으로보고 있다. 이로 인해 기존 은행과 유사한 업무를 담당하는 금융사가 출현하게 될 것이며 이는 곧 최대수혜자는 당연히 삼성그룹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재계의 소리는 곧 삼성 위한 것 이와 관련 심상정 민노당의원은 이미 금산법은 지난 해 국회에서 삼성봐주기로 누더기가 되었고 최근에는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 주자들이 금산법 재개정을 통하여 금산분리 원칙을 무력화시키고,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에 대한 은행 소유규제를 완화하자는 주장이 일고 있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삼성과 전혀 무관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보기 힘들며, 그동안 은행 소유를 꿈꿔왔던 삼성의 입김이 중요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이며 결국 이러한 과정들로 볼 때 자통법이 삼성법안이라는 일각의 주장과 참여정부가 이 나라를 ‘삼성공화국’으로 만들려는 것이라는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이 전혀 이상하게 들리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IMF위기 시에 분명히 보았듯이 산업자본의 위기가 금융사를 통하여 금융산업과 국민경제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블랙홀이 될 것이므로 금산분리원칙은 반드시 지켜내야 할 대원칙이라고 심의원은 주장했다. 이에 반해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1일 재경부·금감위 등에 제출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정책의 문제점 및 정책개선방향’ 건의서를 통해 현행 금산분리규제는 △글로벌 경쟁환경에의 금융-산업간 공동대응 저해 △국내민간자본에 대한 역차별 △기업의 적대적 M&A 불안감 조성 등의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쟁위해 금융-산업 공조 필요 대한상의는 OECD 국가의 금산분리 관련규제는 산업자본의 은행소유여부를 기준으로 3개 그룹으로 대별되는데 우리나라는 영국·아일랜드 등의 전면허용그룹(14개국), 일본·멕시코 등 사전승인부 허용그룹(7개국), 미국·호주 등 사실상 금지그룹(7개국) 중 규제강도가 가장 심한 사실상 금지그룹에 속하고 있다.
특히 △대공황 이후 전통적으로 은행소유를 금지해온 미국의 경우 산업대출은행 소유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 △우리의 경우 금융기관의 일반기업 주식보유제한, 계열금융기관 보유주식 의결권 제한 등의 규제를 강화해 금융-실물부문 간 공조체제를 허무는 쪽으로 정책을 펴왔다는 점 △보유 중인 금융회사 주식가치가 총자산에서 일정 비율 이상인 기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강제(기존사업 영위 불가능)하고 있어 산업자본의 제2금융권 진출마저 제약하고 있다는 점 등에 비춰볼 때 경쟁국보다 금산분리원칙이 매우 엄격하다. 산업대출은행(Industrial Loan Company)의 경우, 총자산이 1억불 미만 이내인 소규모 은행으로서 소비자·기업대출, 신용카드업, 예금수취 등 전통적 금융업 대부분을 영위할 수 있다. 또 금융지주회사 강제전환제도에 따르면 기업이 보유한 자회사 주식가치가 해당회사 총자산의 50%를 초과하는 경우 금융지주회사로 지정. 금융지주회사는 일반사업을 영위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이같은 금산분리규제의 가장 직접적인 부작용은 국내민간자본 소유은행이 없다는 점이다. 금융산업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7개 시중은행의 주인은 외국인(6개 은행) 내지 정부(우리은행)다. 내년 4월 우리은행이 매각되더라도 외국인 또는 정부의 영향을 받는 국민연금에 인수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적대적 M&A 방어차원, 금융과 산업 공조 특히 실물부문에서는 국내기업들이 글로벌 경영을 활발히 펼치면서 교역규모가 세계 1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금융부문은 은행의 경우 Big3를 기준으로 자산규모가 미국이나 일본의 1/8, 중국의 1/4 수준에 그치고 있다. 외환시장 역시 일일거래액이 싱가포르의 20%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낙후된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대한상의는 외환위기 이후 금융개혁과정에서 은행경영의 건전성과 금융감독장치가 크게 강화되었으며, 최근 주요기업들의 부채비율이 세계 최저수준인 76.9%로 떨어졌고 기업보유 현금성자산이 40조원을 상회할 정도로 환경이 달라졌다면서 그동안 ‘사금고화’ 우려 때문에 고수되어 온 금산분리원칙을 재검토해 산업계의 풍부한 유동성과 글로벌 경영경험을 금융부문에 접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글로벌 경쟁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해외기업 M&A나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의 분야에서 금융과 실물부문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나가는 것이 긴요한 과제라고 밝히고 ‘금산공조전략’을 적극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음을 역설했다. 대한상의는 또한 독일이나 일본의 경우 적대적 M&A 방어 등의 차원에서 금융기관과 기업 간의 상호주 보유가 활발한 만큼 금산법과 공정거래법상 금융기관의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제한조치를 해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금산법에 따르면 계열사 주식취득을 5%로 제한하고 과거의 한도초과 취득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이 제한된다. 또 공정거래법상 내년 4월부터 금융기관의 계열사 의결권이 특수관계인 지분과 합해 총 15%로 축소될 예정이다. <김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