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을 납치해 살해한 무장 단체 탈레반과 한국 정부의 직접 대면 현상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전될 것으로 보여 교착상태에 빠져든 인질 귀환협상의 극적 돌파구가 마련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카리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간접통화에서 “우리는 한국 정부와 직접 대면 협상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AFP와의 전화통화에서도 “탈레반이 비밀장소에서 한국 정부 협상단을 만날 인원을 선별했다”며 “우리 대표단이 현재 한국 및 아프간 정부와 접촉중이며 협상을 정확히 언제, 어디서 할지에 대해 조정중”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지금까지는 특정 협상장소가 정해지지 않았으며 보안상 어디에서 열리게 될지는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인질들이 억류된 아프간가즈니주(州)의 미라주틴 파탄 지사는 이에 관해 “한국대사 1명이 인질 석방의 방식과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탈레반과 직접 대면 협상을 할 계획”이라고 AFP에 밝혔다. 그의 말에 따르면 탈레반은 이런 한국의 요구를 수용하고 언제, 어디서, 어떤식으로 협상을 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독일 dpa 통신은 아마디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탈레반이 한국 정부 협상대표인 강성주 아프간 주재 한국대사와 지난 2일 첫 직접 전화통화를 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그는(아마디 대변인) 아직까지 한국 측이 대면협상을 공식 요청하지는 않았지만 인질과 동료 수감자를 교환하자는 탈레반의 요구를 아프간 및 미국 정부가 받아들이도록 한국 측이 노력하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군 조기 철수 가능성 제기 최근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 해결을 위해 노무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파키스탄을 방문한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은 친 탈레반 지도급 인사를 만나 아프간 주둔 한국군의 조기철수를 시사하며 한국인 인질 석방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백 특사는 지난 2일 급진 이슬람 정당인 ‘자미아트울마에 이슬람’의 지도자 마울라나 파잘 우르 레흐만과 면담을 했으며 특별히 면담 결과를 발표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레흐만은 기자들에게 “백 특사는 아프간의 한국군 철수를 연말로 발표된 일정보다 앞서서 완료할 것이라 했다”고 밝혔다. 레흐만은 “한국의 조기 철군에 호응해 탈레반은 인도적 견지에서 적어도 아픈 여성 인질들을 석방할 것을 거듭 호소한다”며 “한국인 인질들은 의료적 임무를 띠고 그곳에 간 것이지 싸우러 간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외신에 따르면 백 특사는 레흐만을 만나기에 앞서 파키스탄의 내무장관 및 치안담당 고위 인사들을 만나 사태 해결을 위한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런 우리 정부의 조심스럽고도 적극적인 인질 구출작전과는 대조적으로 국제사회는 이와 함께 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간, 피랍자 억류 지역에 중무장 장갑차 배치 특히, 아프가니스탄 군 당국은 최근 가즈니주의 피랍자 억류 추정 지역에 중무장 장갑차를 배치하고 주민들에게 군사작전에 대비해 피난할 것을 요청하는 전단을 뿌리는 등 긴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사태가 원만히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런 행위에 대해 아프간 정부는 “인질 구출 작전과 직접 관계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인질들의 건강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탈레반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는 한편, 상황에 따라서는 전격적인 인질 구출작전을 감행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일고 있다. 하지만 일단 한국과 미국은 인질 구출을 위한 군사작전 가능성을 배제했다. 일본의 NHK 방송은 아프간 군 당국의 이런 움직임을 전하는 한편 아프간 정부 협상단을 인용해 “여전히 전화를 통한 양 측의 석방협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탈레반 측은 21명의 남은 한국인 인질의 안전을 확인하면서도 탈레반 수감자 석방 요구에 대한 아프간 정부 측의 긍정적인 회답이 없거나 군사 작전을 전개하면 인질들을 살해할 것이라는 위협을 계속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중인 송민순 외교부 장관은 존 네그로폰테 미국 국무부부장관과 만난 뒤 “현재 한국과 미국 모두는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인질 구출을 위한 군사작전 가능성은 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질의 안전한 석방”이라며 “양국은 빠른 시기에 안전하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국이 현실적으로 갖고 있는 가용한 수단을 모두 다 동원하자”고 강조했다. 송 장관은 또 “테러단체와 협상은 없다는 원칙론을 유지하면서도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명제를 안고 있다”면서 “둘을 결합해 해결하는 노력을 한·미가 같이 경주하겠다”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 톰 케이시 부대변인도 한국인 인질을 구출하기 위한 군사 작전이 개시됐다는 일부 보도를 강력히 부인하고 조지 부시 대통령과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인 피랍사태도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누리꾼들, 故 김선일 씨가 우리 인질들 보살펴 주시길… 아프가니스탄 피랍 납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지난 2004년에 있었던 故 김선일 씨의 비참한 죽음을 떠올리게 한다. 이 때문인지 3년전 타국에서 피살당해 우리 국민들을 공황상태에 몰아넣었던 故 김선일 씨의 추모 사이트를 찾는 누리꾼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하루 평균 10건의 추모 글이 올라오던 고인의 추모 홈페이지에는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 이후 연일 수십건의 글이 올라오고 있으며 특히, 심성민 씨 사망 소식이 전해졌던 지난달 31일에는 100건의 글이 올라와 이 곳을 찾은 네티즌들 대부분이 故 김선일 씨 사건 당시 느낀 애통함과 무기력함이 되풀이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시시시’라는 누리꾼은 “탈레반에 남아있는 인질들이 살아서 돌아오길 바란다”며 “하늘나라에서 그분들이 무사할 수 있게 돌봐주세요”라고 故 김선일 씨에게 기도하는 글을 올렸다. 또 한명의 누리꾼은 “전쟁도 아픔도 없는 곳에서 아프가니스탄을 지켜보고 계신 김선일 씨가 21명의 인질들을 지켜 달라”는 호소문을 올리기도 했다. 김선일 씨 추모 사이트를 찾은 L 씨도 “벌써 3년이 지났네요. 아무런 대책없이 사람들이 죽어나가니 김선일 씨가 생각났습니다”며 애도를 표했고, 누리꾼 C 씨도 “이번 피랍사건 때문에 김선일 씨가 다시 한 번 생각났다”며 “지금 인질로 잡혀있는 우리 한국인들이 살아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늘에서 꼭 도와달라”는 간절한 기도의 글을 남겼다. 이처럼 수많은 누리꾼들이 故 김선일 씨 추모 사이트를 방문해 김 씨에게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된 우리 인질들이 무사귀환 할 수 있도록 이들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염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