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항 운송하역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쟁취투쟁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그러나 광양항 터미널운영사 측이 여전히 노조가 요구하는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어 갈등이 격화될 전망이다. 허치슨노조 등 민주노총 운송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광양항 4개 지회 운송노조는 2일, 광양항 국제터미널 게이트 입구에서 소속 조합원이 참여한 가운데 ‘광양항 운송노동자 노동권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본부 결단식을 갖고 운영사 측의 성실 교섭과 노조인정 등을 요구했다. 이날 결단식에는 민주노총 전남본부 관계자, 최근 비정규직 문제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이랜드 순천지회 노조, 사택강제철거로 길거리에 내몰린 GS칼텍스 노조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민주노총 광양시지부 오종효 위원장은 “21세기 동북아 물류중심항만이라는 허울 좋은 구호속에는 최저 임금과 최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광양항 운송하역 노동자들의 강요받은 희생이 있었다”며, 광양항 운송노조의 노동기본권을 반드시 쟁취하겠다고 밝혔다. 오 위원장은 특히, “운송하역노동자들이 지난 10년간 광양항을 발전시킨 주역이다. 그러나 사 측이 이 같은 노동자의 희생을 무시한 채 계속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겠다”며, “더 이상 버티기로 일관한다면, 항만노동자들이 광양항을 멈춰버리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총 공항항만운송본부 이상규 본부장도 “사 측의 교섭해태와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과 광양시, 정부 모두가 외면하고 있다”며, “화물연대 투쟁에 버금가는 투쟁이 재연될 수 있다”고 관계당국의 책임 있는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4개지회는 이날 동부터미널과 허치슨터미널을 잇따라 항의방문하고 즉각 교섭에 임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사 측이 당장 성실교섭에 나서지 않을 경우, 매주 목요일 대시민 선전전을 펼치기로 하는 한편, 진전이 없을 경우 파업 수순을 밟을 계획임을 밝히는 등 갈수록 투쟁 강도를 높여나갈 방침이다. 특히, 이들 노조가 노조불인정과 불성실 교섭을 이유로 결국 파업에 돌입할 경우, 광양항 운영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관계당국의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이들 운송하역노동자들이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면, 현재 물동량 유치에 제동이 걸려 있는 광양항의 입장에서는 선사와 화주의 항만이용 기피 등 심각한 악재가 될 것임이 자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광양항 운송하역노동자가 이 같이 노조를 설립하고, 노동3권 보장을 요구하고 나선 데는 상상을 초월하는 강도 높은 노동시간에 기인한 바 크다. 이들은 한달 평균 350시간에 이르는 연장근로 등으로 인간적인 삶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이들 노동자의 주장이다. 이들 노조는 “광양항에서 5년 넘게 일하면서 1시간에서 2시간 쪽잠을 자면서 48시간 연장노동에 시달리는 것은 비일비재하고, 더나가 월 추가근로시간 350시간 넘는 살인적인 노동으로 삶을 이어왔다”며, “한번 배가 들어오면 3~4일 계속 근무하는 일은 다반사”라고 주장했다. 이런 강도 높은 노동으로, 운송하역노동자들은 어깨탈골과 근골격계 질환 등으로 근육주사와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일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 같은 상황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데는 컨테이너 화물의 특성에 있다. 컨테이너 화물을 취급하는 터미널 운영사의 경우 반출입 시간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다. 그런 탓에 터미널 운영사 입장에선 부족한 야드장으로 인한 정체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박이 도착하면 근무시간을 고무줄식으로 늘려서라도 최대한 신속히 하역과 운송작업을 벌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같은 속성에도 불구, 운영사들은 인원충원과 추가 장비도입에는 눈길을 주지 않는다. 결국 고통은 고스란히 이들 운송하역노동자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이런 까닭에 2조2교대 시행을 위한 인원보충과 원활한 컨테이너 본선작업과 상하차작업을 위한 추가적인 장비도입을 요구하고 있는 운송하역노동자의 얼굴에는 이러한 노예적 삶을 더 이상 이어갈 수 없다는 분노와 절박함이 함께 묻어 있다. 한 운송하역노동자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잠이다. 또, 가족과 어울릴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이다”며, “토요일 오후면 가족과 함께 삼겹살이라도 구워먹을 수 있는 시간을 달라는데 그것조차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더 이상 이렇게 살지 않겠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선 울분이 떠나지 않는다. <최인철 기자 전남CNB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