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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 후폭풍…금융시장 대혼란…긴급분석

‘춤추는 한국증시’ 변동성 너무 크다
유동성 잔치는 끝났다
치솟는 원화환율 어디까지…
기업들, 신용 경색 길어지면 경영 충격 불가피
촉각 곤두세운 금융권..‘컨틴전시플랜’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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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1호 ⁄ 2007.08.21 09:19:24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가 한국에서 벌어진 일도 아닌데, 왜 한국 주식시장은 미국보다 변동성이 클까.” 개인 투자자들이 ‘서브프라임발 쇼크’ 충격에서 헤어날 줄 모르는 한국 주식시장에 던지는 의문이다. 미국이나 다른 이머징마켓은 소폭으로 하락하는 데 반해 한국만 유독 배 이상의 등락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2000고지를 진입하기도 했던 한국 주식시장이 선진시장으로 가기엔 여전히 변동성, 즉 리스크가 높은 시장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실제로 본보와 CJ투자증권이 한달동안(7월 17일~8월 16일)의 한국·중국·인도·베트남 등 이머징마켓 4개국의 주요지수와 미국 다우존스지수를 분석한 결과, 한국시장의 변동성이 다른 이머징마켓 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가 가시화된 이 기간동안 미국이 7.95% 하락했으나 코스피지수는 12.36%나 급락했다. 반면 베트남 호치민지수는 8.50%, 인도 붐베이 센서티브지수는 5.50% 떨어지는 데 그쳤다. 중국 상하이지수는 오히려 22.31% 상승했다. 일자별 하락률은 한국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더 분명히 보여줬다. 프랑스 최대 은행 BNP파리바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펀드 환매중단 조치를 취한 지난 9일(현지시각) 다우존스지수가 1.29% 떨어지자 코스피지수가 다음날인 10일 3배를 상회한 4.20%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코스피지수는 16일에도 마찬가지였다. 15일(현지시각) 다우존스가 1.29% 밀린 소식이 전해지면서 코스피지수는 그보다 5배를 넘는 6.93%로 떨어져 개인 투자자들을 일종의 ‘패닉(panic)’상태에 빠뜨렸다. 앞서 지난달 27일과 지난 1일에도 똑같은 양상이 벌어졌다. 다우존스에 비해 2~4배 가량 많은 하락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중국·인도·베트남 3개국에서는 미국과의 일부 동조화 현상이 나타났지만 한국처럼 변동폭이 크지는 않아 대조를 이뤘다. 이들 시장은 코스피지수에서 보듯 4~5배에 이르는 폭락이 한 차례도 없었다. 이같은 양상에 대해 증시전문가들은 한국 증시 보유비중이 높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물폭탄이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코스피시장의 경우 외국인 보유비중은 34%대인 반면 다른 이머징마켓은 25~30% 수준이다. 대우증권 홍성국 리서치본부장은 “외국인 매도가 줄지 않으면서 코스피지수를 끌어내리자 물량을 많이 사뒀던 개인 투자자들도 부담을 느끼면서 매도세에 합류한 게 하나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 위축에 따른 수출 부진에 대한 우려도 높다는 지적도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원은 “당장 미국 소비시장이 얼면 반도체 등 IT업을 비롯한 수출업종이 타격을 입을 여지가 높다”면서 “중국은 상대적으로 미국 수출의존도가 낮고 주식시장 자체가 외국인에게 비개방적인 관계로 한국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유동성 잔치는 끝났다” 전문가들은 이번 서브프라임 쇼크를 진화하기 위해 미국·영국·일본 등에서 일시적으로 유동성 긴축 정책을 잠시 접고 있지만, 이미 글로벌 금융기조는 긴축으로 돌아섰다고 분석하고 있다. 각국이 자산가격 버블을 방치할 수 없는 데다, 국제유가 급등 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글로벌 유동성 긴축이 다시 본격화할 경우 제2, 제3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돌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 박사는 “미국이 과도한 무역적자, 개도국의 과도한 무역수지 흑자 등 글로벌 불균형 문제 축소를 위해 다소의 부작용을 감안하더라도 계속 긴축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경우 미국발 세계 경제 둔화 현상이 본격화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본부장은 “서브프라임 사태는 과잉유동성에 기반한 세계 경제 장기 호황이 마무리되고, 세계 경제의 큰 흐름이 바뀌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버블 형성과정에서) 잠복됐던 가장 취약한 부분부터 문제가 터지고 덜 취약한 부분으로 점차 확산되는 국면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쇼크가 미국 소비 침체를 가져올 경우, ①미국의 소비시장과 ②중국·인도의 저임금 노동력 ③산유국의 오일머니로 구성되는 세계 경제의 3각 엔진 구도가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신용도가 일정 기준 이하이거나 금융거래 기록이 없는 개인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한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에 해당된다. 프라임 모기지 보다 금리가 2~3%포인트 높고 주로 변동금리를 적용받는다 ■ 과잉 유동성 유동성(流動性), 즉 통화량이 실물경제의 생산활동을 뒷받침하는 수준을 넘어서 시중에 자금이 지나치게 많이 풀린 상황을 뜻한다. 시중에 유동성이 너무 많으면 고수익을 좇는 투기활동이 확산돼 부동산·주식 등 자산 가격이 급등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 서브프라임+엔캐리 후폭풍 치솟는 원화환율 어디까지… 미국 발(發) 금융위기로 원/달러 환율이 급반등하면서 향후 외환시장의 향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와 엔캐리 트레이드(저금리 엔화를 빌려 세계 각국의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것) 자금 청산 추이, 이로 인한 뉴욕 및 국내 증시흐름에 따라 환율이 좌우될 것이라며 만약 사태가 악화될 경우 단기적으로 950원선을 돌파, 960~970원선까지 갈 가능성이 높지만 진정 국면에 들어서면 910원선에서 바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고점인 940원선을 돌파, 전일보다 달러당 13.80원 오른 946.30원에 마감, 5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원/엔 환율도 전일보다 23.30원 폭등한 100엔당 814.40원을 기록했다. 은행 외환 딜러들은 이날 원화 가치 급락(달러·엔화 가치 급등)은 △미국발 전세계 금융시장 불안과 신용 경색 우려에 따른 해외 투자금융사(IB)들의 우리나라 등 이머징 마켓 투자 자금 회수 가속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인한 엔화 매수 증대 △수입 업체들의 달러 사자 주문 본격 유입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조현석 딜러(외환은행)는 “해외 IB 등 역외 플레이어들의 달러 사자 주문이 강하게 유입되면서 전고점인 940선을 돌파하자 손절매 물량까지 가세, 환율 상승세를 이끌었다”며 “여기에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및 국내 수입업체들의 엔화 매입 수요로 인해 원/엔 환율이 동반 상승했다”고 말했다. 권우현 딜러(우리은행)는 “지난 한달간만해도 수출업체들의 팔자주문(공급)이 수입업체의 사자주문(수요)을 압도했는데, 최근 양쪽이 비슷해져 수급상황이 ‘중립’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향후 원/달러 환율 전망에 대해선 향후 1년안에 원/달러 환율은 대체로 910~970원선의 좁은 박스권을 형성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김병돈 딜러(신한은행)는 “앞으로 일주일에서 한달안에 950~960원선까지 치솟았다가 3개월뒤 하향 안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이나 국내 경상수지 흑자 및 기업수익의 감소와 유가 영향 등으로 900원선 아래로 내려가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조현석 딜러는 “최근의 원/달러 환율 상승은 일시적인 것으로 상승 추세가 지속되기는 어렵다”며 향후 1년간 930~970원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으며, 조희봉 딜러(하나은행)도 1년간 910~950원선을 예상했다. 다만 김태완 딜러(국민은행)는 “950~960선에서 단기고점이 형성된 뒤 한두달안에 주식시장이 안정되면 달러 역송금 수요가 잦아들면서 930~940원선의 안정권으로 복귀한 뒤 재차 상승 3개월후 960원, 6개월뒤 980원선을 거쳐 1년뒤 1000원선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권우현 딜러는 미국발 악재의 영향으로 환율의 추세선이 급격히 바뀌었고 최근 심리적 요인으로 환율이 오버슈팅(과도상승)한 만큼 잠시 전망을 유보했다 ■ 기업대책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문이 16일 국내 증권시장에 충격파를 던지고 ‘엔 캐리 트레이드’(낮은 금리의 엔화를 빌려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것) 청산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재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세계적으로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금리가 올라가면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는 데다 중장기적으로 세계경제가 위축되면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원-달러, 원-엔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하면서 수출 기업에는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신용 경색 길어지면 경영 충격 불가피 삼성, 현대·기아자동차, LG, SK 등 주요 그룹은 이번 사태가 당장은 기업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신용 경색 상황이 장기화하면 해외 차입 금리가 오르고 수출시장이 위축되는 등 기업 경영에도 적지 않은 충격이 불가피한 만큼 금융시장의 흐름을 면밀히 살피면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번 충격이 미국을 포함한 세계경제의 침체로 이어지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환경이 나빠지고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LG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LG전자는 “환율 변동 리스크에 대해서는 전략적으로 헤지(리스크 회피) 비율을 0∼40%에서 조정하고 수입 및 수출 결제통화를 다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은 지난달 말 그룹 산하 경제연구소인 SK경영경제연구소를 주축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경영 환경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주요 계열사에 내려 보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올해 말까지 해외채권을 발행할 계획이 없어 이번 사태로 인한 어려움은 없다”고 했다. 다만 이번 사태의 여파로 최근 해외채권 발행 대신 국내에서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로 한 기아차는 해외 금융시장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당분간 해외채권을 발행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 소비 위축 등 부작용에 촉각 유통업계는 이번 사태로 주가가 폭락하고 금리까지 오르면 소비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시장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설도원 삼성테스코 홍보담당 상무는 “금융시장에 충격이 오면 과거 외환위기 시절 어려웠던 경험이 있어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을 가능성이 높다”며 “유통경기가 완전히 살아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악재가 생긴 셈”이라고 우려했다. 또 지난달 세계 1위 소형 건설중장비 업체인 잉거솔랜드의 3개 사업 부문을 49억 달러에 인수한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날 오전 그룹 차원의 재무담당자 긴급회의를 열고 기존 금융 조달 계획을 재점검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수입 업종도 비상이 걸렸다. SK에너지는 “환율 상승에 따라 원유 결제대금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는데 결제대금의 일부에 대해서만 환헤지(위험 회피)를 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수출 기업도 환율이 올라가면 좋은 면도 있지만 그동안 환율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선물환 계약을 했기 때문에 환율이 급격히 오르면 환차손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 촉각 곤두세운 금융권 글로벌 금융 위기 우려가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 등 금융시장을 강타하자 금융회사들은 사태 추이를 모니터링하면서 자금 조달 여건을 긴급 점검하는 등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 파문 확산에 대비해 금융 당국이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을 가동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컨틴전시플랜은 금융 위기 상황에서 금융회사와 정부가 각각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담은 일종의 행동강령”이라며 “1단계는 평상시 단계를 뜻하는데 현재 상황은 1단계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컨틴전시플랜’ 가동 가능성 은행·보험·카드 등 각 금융회사는 컨틴전시플랜과 자체 대응 방안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등의 실태를 점검하는 한편 금융상품 판매 시 투자위험성을 종전보다 상세히 설명하는 등 불완전 판매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가장 긴장하고 있는 곳은 은행권. 이달부터 시작된 외화대출 용도 제한으로 일부 은행은 최근 한국은행에 달러 지원을 요청하는 등 가뜩이나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의 자금담당 부행장은 “국내 은행들이 최근 몇 년 동안 외화자산을 크게 늘려 왔지만 달러 조달이 어려워짐에 따라 당분간은 보수적인 자금 운용이 불가피해졌다”며 “해외 자금 조달 비용도 높아질 것으로 보여 여유자금 확보가 관건이 됐다”고 말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을 4억9000만 달러가량 보유한 우리은행은 “일단 이번 파문이 어떻게 정리될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해춘 우리은행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이 5% 정도 손실을 보고 있는데 30% 손실까지는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증시로 간 돈 U턴… 기회될 수도” 반면 고객들의 안정자산 선호 경향이 뚜렷해진 것은 은행권에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증시로 대거 이탈한 돈이 은행으로 돌아온다면 은행권에는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보험사들은 일련의 사태로 직접적인 피해를 볼 것으로는 보지 않으면서도 변액보험 환매 요구 등 간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제 신용경색 우려에 따라 국내 증시의 하락세가 이어지면 증시에 연동해 수익률이 달라지는 변액보험을 환매하려는 수요가 커질 수 있기 때문. 보험사들은 환매 고객에게는 중장기 투자를 권유하고 신규 대출에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카드사들은 다른 금융회사에 비해 외화 자산과 부채가 거의 없어 비교적 느긋한 분위기다. 하지만 향후 파장이 커져 국내 자금 조달이 차질을 빚을 것에 대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조창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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