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저축은행은 서민금융과 골목경제의 파수꾼인가?’ 그러나 상호저축은행의 실상은 고리대의 온상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는 최근 대출과정에서 연40~50%의 고금리를 부과하는 것은 예사이며 연체이자와 수수료까지 합하면 연60%까지 올라가는 업체도 나타나고 있다. 민주노동당에 따르면 오는 9월부터는 대부업법 시행령이 바뀌면서 상호저축은행 역시 대출금리 상한을 현재의 연66%에서 연49%로 낮춰야 한다. 그럼에도 일부 상호저축은행은 여전히 고금리 대출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저축은행은 8월말까지 연리50~60%대의 대출관행(연체이자 포함)을 유지하는 등, 연49%로 금리상한을 발 빠르게 인하한 대부업체마저 무색케 했다. 특히 상호저축은행의 경우 “서민과 중소기업의 금융편의를 도모하고 거래자를 보호하며 신용질서를 유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상호저축은행법 제1조)으로 한다는 애초의 취지가 크게 변질된 상황이다. ■고리대업체 뺨치는 저축은행 1998년 당시 옛 이자제한법이 존재하던 시절에 평균 사채금리가 연24~36%였던 점을 감안하면, 저축은행 같은 제2금융권은 오래 전부터 사채업자로 전락한 것이나 다름없다. 제2금융권이 사실상 사채업체로 탈바꿈한 만큼, 서민피해를 줄이고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고리대 척결의지가 중요하다.
TV광고도 많이 하는 H저축은행의 경우, 자신의 상호를 딴 H머니 신용대출 상품을 운영하면서 연8~54%의 금리를 부과하고 있다. 여기에 연체이율은 연이율+10%이기 때문에 연체자는 연64%의 고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이자상한이 법적으로 내려가는 9월까지 현행 금리를 지키면서, 속된 말로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겠다”는 의도인지도 모르지만, 대부업체조차 혀를 내두를 고리영업이다. 사실 상호저축은행의 대출행태는 고금리뿐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많다. 주부 신용대출은 대학생 대출보다 최저금리가 5%나 높은가 하면, 같은 직장인일지라도 여성은 남성보다 최저금리가 낮다. S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상품인 W론의 대출금리는 대학생이 연10~39%이지만, 주부는 연15~39%다. 대학생이나 주부나 특별한 소득원이 없기는 마찬가지이고, 아주머니들은 씀씀이가 경제활동을 덜한 학생보다는 계획적일 확률이 높은데도, 대출에서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지위에 놓인 것이다. W론의 직장인 신용대출금리 역시 남성 연8~39%, 여성 연10~39%로 차별을 두고 있다. 신용등급이나 상환능력을 통해 금리를 결정하기는 고사하고, 여성이라면 무조건 금리상의 불이익을 주겠다는 처사에 불과하다. 실제로는 이 상품을 이용할 경우 최저금리보다 최고금리 대출이 많을 것이고, 이 경우 남녀노소 불문하고 연39%의 고리가 적용된다. 여기에 수수료와 연체이자가 붙으면 간단히 연40%대에 진입한다. H저축은행의 S론의 경우는 대출 대상자격이 도서지역을 제외한 직장인, 주부, 대학생이다. 섬 지역 주민은 이 대출상품의 이용을 꿈조차 꿀 수 없다. S론의 경우 직장인 대출은 만20세~45세까지다. ‘사오정’(40~50세가 정년)시대에 저축은행이 서민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기는커녕, 나이 많은 직장인은 돈 빌릴 자격도 없다고 외치는 듯해 씁쓸할 뿐이다. H저축은행의 A론의 경우 텔레비전 광고에서 흔하게 볼 수 있지만, 대출이자율은 대부업체 뺨칠 만큼 높다. 최고금리가 연38.9%이지만 연체금리는 연12%이고, 수수료 3.0~3.5%까지 합하면 최대 연54.4%의 금리 부과가 가능하다. 참고로 국내 최대 대부업체의 대부금리가 최고 연54.75%로, 수수료나 별도의 연체이자가 없다. 대학생이 주부보다, 남성 직장인이 여성 직장인보다 금리 혜택을 받고, 섬 지역에 거주하거나 나이 많은 직장인은 대출대상에서 제외되고, 대출금리가 대부업체와 맞먹는 상호저축은행의 대부 행태가 문제는 문제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10년 전도 안 되는 1998년까지만 해도 이자제한법의 최고금리가 연25%였기 때문에, 당시 저축은행(당시 상호신용금고. 2001년부터 상호저축은행으로 명칭 변경)의 대출금리는 연10%대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1998년 사채 평균 대출금리가 연24~36% 정도였다. 서민금융기관인 상호저축은행이 사채업자보다 못한 고리대 장사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다. <김현석 기자>